[현장] 원인 미상 화재로 전소된 원주새하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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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한 원주새하늘교회의 화재 현장은 철재를 빼고, 탈 수 있는 모든 건 거의 다 타 버린 듯 처참했다.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처참했다. 불과 엊그제까지 약 5m 높이의 옹벽 위에 웅장하게 서 있던 교회는 시쳇말로 ‘폭격을 맞은 것처럼’ 앙상한 골조만 남긴 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깊은 화상을 입은 채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검게 탄 외형은 거의 1Km 떨어진 동부교사거리에서도 확연히 시야에 들어왔다.

하루가 지났지만, 매서운 강풍은 아직도 밀물처럼 몰려왔다 빠져나가길 반복했다. 바람을 타고 잿가루와 탄내가 진동했다. 냄새만 맡아도 코끝이 맵고 시렸다. 타다 만 집기류와 쓰레기는 마당을 나뒹굴었고, 지붕 위 양철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언제 떨어질지 모를 만큼 위태롭게 펄럭였다.

숯덩이로 변한 목재기둥은 당시 불길이 얼마나 거셌을지 짐작하게 했다. 매주 아름다운 반주를 선사했을 피아노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녹아내렸다. 철재를 빼고, 탈 수 있는 모든 건 거의 다 타 버린 듯했다.

아직 소방당국의 현장감식이 이뤄지지 않아 철거나 청소는 시작하지 않았다. 외부인의 접근은 철저히 차단했다. 자칫 튀어나온 못에 찔리거나 발을 헛디뎠다가는 크게 다칠 위험이 있어 교인들의 출입도 통제했다. 기자가 찾았던 2일 오전에는 소방서 관계자들이 찾아와 안전점검을 하고 돌아갔다. 오후에는 경찰 과학수사반에서 나와 조사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성도들은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온종일 교회 주변을 지켰다. 그 마음이 얼마나 착잡하고 안타까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현장 – 원인 미상 화재로 전소된 원주새하늘교회

원주새하늘교회에 화재가 발생한 건 1일 오후 1시50분쯤. 4층 천장 구조물 부근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5월의 첫날이자 휴일을 맞아 봄맞이 대청소로 성도들이 성전 안팎을 깨끗하게 단장한 직후였다. “불이야”라는 최초 목격자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소화기를 들고 발화지점으로 달려갔지만, 불길은 샌드위치판넬과 목재 등 가연성 소재를 타고 삽시간에 퍼졌다.

목회자들은 실내에 있던 10명 안팎의 인원을 급히 밖으로 대피시켰다. 아이들은 호흡기로 유독가스를 흡입하지 않도록 코를 막고 계단을 내려가도록 조치했다. 불과 10여분 만에 소화기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거세게 치솟았다. 임길수 부목사는 “초기에 진화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가득하고 깜깜했다. 비상구로 가는 통로를 익히 알았기에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 다급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이 화재로 1층 예배당을 비롯해 2층 재무실, 목회실, 청년관, 자모반 3층 식당, 담임목사 및 부목사 사택 4층 지역아동센터, 개척대반, 어린이반, 부목사 사택, 창고 등 교회 모든 시설이 소실됐다. 교회 측은 사택 3채의 가재도구와 교회 시설물 등 약 20억 원 규모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정확한 화재원인과 피해규모는 3일 오전 11시 예정된 소방당국과 경찰의 합동감식 이후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성도들은 황망한 중에도 “인명피해나 2차 사고가 없어 감사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들은 “청소를 다 마치고 그나마 사람이 없던 때였다. 만약 어린이나 노인이 함께 있던 예배시간이나 야간에 발생했다면 끔찍한 사고가 났을 것이다. 헬기가 방향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강풍이 몰아쳤는데도 불똥이 인근 주택가나 군부대로 튀지 않은 것도 천만다행이다. 하나님께서 보호하셨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 – 원인 미상 화재로 전소된 원주새하늘교회

교회 측은 철거 및 재건축 등 앞으로의 대책을 놓고 3일 밤 긴급 직원회를 열 예정이다. 아직까지 재건축 등 향우 방안을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규모의 건물을 새로 지으려면 최소 30억 원 이상의 자금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화재보험의 보상액이 최대 7억5000만 원에 불과해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나마도 손해사정을 해서 최대 평가를 받아야 가능한 금액이다.

예배장소는 원주삼육초등학교 강당 등 주변의 기관이나 시설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 사택이 모두 소실됨에 따라 목회자들은 당분간 재림연수원에서 지내기로 했다.

불에 반쯤 타다만 십자가와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라는 이름이 또렷하게 남은 간판이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눈에 밟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