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열정을 넘어선 헌신 ‘꿈꾸는 아이’ 사역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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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이’ 사역팀은 변변한 장비도 없지만, 어린이들의 미래사역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2일, 동중한합회 마석교회 어린이관. 카메라 앞에 선 권세진 목사가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정리한다.  

“제가 어디까지 나오나요?”

“상반신만 나옵니다”  

권 목사가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내 ‘큐!’ 사인과 함께 화면 너머의 시청자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홍해 앞에 서서 공포에 떨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어떻게 도움의 손길을 펴시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출애굽기 14장10절 말씀을 본문으로 권 목사의 설교가 시작됐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갈 때, 믿음이 생긴다는 권면이 한창이다.

그런데 갑자기 핸드폰 전화벨이 울렸다. 아차차! NG다. 미리 비행기모드로 바꿔놓지 않은 탓이다. 머쓱하지만, 웃음 한 번 짓고, 물도 한 모금 마시며, 잠시 쉬어간다. 권 목사가 목청을 가다듬고 다시 촬영에 들어간다. 동중한합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이 어린이 사역에 비전을 품고 시작한 ‘꿈꾸는 아이’의 동영상 콘텐츠 제작현장이다.

하지만, 여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변변한 장비도 없어 핸드폰으로 카메라를 대신하고, 패스파인더 광고판으로 세트를 삼았다. 그럴싸한 스튜디오나 등장인물을 좀 더 예쁘게 비춰줄 조명은 언감생심이다. 연출자도, 출연자도, 스텝도 심지어 방청객 역할까지 모두 ‘일당 백’으로 소화해야 한다. 촬영을 시작하면 에어컨을 꺼야하기 때문에 티셔츠는 금세 땀으로 범벅이 된다. 그나마 이날은 카메라를 안정적으로 받쳐줄 트라이포드와 해외직구로 4만원에 구입했다는 프롬프터 등 나름의 장비를 갖춰 한결 수월했다.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작업이 어색하고 낯설지만, 표정과 열정만큼은 어느 방송사의 제작팀 못잖다.

‘꿈꾸는 아이’ 사역은 2016년 시작했다. 당시 동해삼육초등학교 교목으로 근무하던 전정민 목사가 김진호, 나지수 전도사 등 후배 목회자와 함께 성경수업과 안식일 설교 그리고 패스파인더 활동을 지역교회 어린이들과 나누고, 도시 교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각종 자료와 콘텐츠를 구하기 어려운 농어촌 교회의 어린이교사에게 작으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에서 의기투합했다. 지난 3월 마석교회 어린이관에 모여 스마트폰으로 설교예배와 활동, 패스파인더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송출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장 – 열정을 넘어선 헌신 ‘꿈꾸는 아이’ 사역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권세진 목사의 설교에 이어 이번에는 EBS(English Bible Story) 콘텐츠 촬영이 이어진다. 재빨리 패스파인더 광고판 앞으로 책상을 옮기고, 그 위에 매트리스를 깐다. 그렇게 뚝딱 또 하나의 세트를 완성했다. EBS는 전정민 목사의 딸인 서현(12세)이와 동생 서준(8세)이가 진행을 맡는다. 벌써 8번째 출연이라 그런지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이~ 에브리원~”

원어민 못잖은 발음에 눈과 귀가 번쩍 뜨인다. 이날은 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을 찾으러 가는 목자의 안타까운 마음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누나가 이야기를 들려주면, 동생이 궁금한 점을 질문하거나 대답하는 등 호흡을 맞춘다. 그야말로 찰떡 콤비다.

서현이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성경을 이야기해 줄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 오늘 말씀을 준비하면서 ‘우리 주변에도 예수님의 잃은 양이 많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하나님 품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 방송을 보고 성경을 배우려는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준이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 많은데, 어린이들이 ‘꿈꾸는 아이’ 방송을 보고 예수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좋은 내용이 많다. 촬영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웃음 지었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5학년, 1학년 아이들의 대답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의젓하다.

아이들의 녹화가 끝나자 일행은 어린이관 거실에서 소년반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명서 전도사가 진행하는 ‘호빵맨의 말씀활동’ 촬영이 기다리고 있다. 설교를 듣고, 생활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활동이다. 이번에도 김진호 전도사가 의자를 밟고 올라가 박명서 전도사의 머리 위에서 부감 촬영을 한다. 그 흔한 짐벌도 찾아볼 수 없다.  

홍해를 건너 예수님께로 가는 구불구불한 길을 눈을 가린 채 도우미의 목소리만 듣고 찾아가는 게임을 준비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아무리 설명을 해도 벽에 부딪히거나 길에서 벗어나기 일쑤다.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배우고 느끼는 게 많다. 말씀이 단순히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신앙과 생활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장 – 열정을 넘어선 헌신 ‘꿈꾸는 아이’ 사역팀
시간은 어느새 정오를 훌쩍 넘겼다. 그러고 보니 점심식사도 걸렀다. 시계와 노트북을 번갈아보며 ‘이제 그만 식사하러 가자’고 눈총을 주었다. 그러나 ‘눈치 없는’ 이들은 잠시 쉴 틈도 없이 이번엔 회의실로 모였다. 권세진 목사, 전정민 목사, 김진호 전도사, 박명서 전도사가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다음 방송을 위한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간 끝에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어린이 야영회를 대신할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야영회 콘셉트니까 배경으로 텐트를 설치하자” “콘셉트에 맞는 출연자를 섭외해야 한다” “부모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순서가 있으면 좋겠다”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책상에 올랐다.

후배 목회자들의 헌신적 활동을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마석교회 김민영 목사는 빙그레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김 목사는 “열정이 대단하다. 지금 같은 때, 꼭 필요한 사역이 아닌가 싶다. 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응원했다. 기자의 취재수첩에도 깨알 같은 메모가 그만큼 가득했다. ‘꿈꾸는 아이’는 그렇게 이달에도 아이들을 만날 것이다.

■ 후원계좌: 농협 355-0069-9002-43(예금주: 꿈꾸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