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현장 전망과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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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어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요청에 어울리는 교육 활동을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갖추게 된 원격 수업의 노하우를 디지털 교육으로 옮겨 다가올 미래의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2020년 2월 말, 새로운 아이들을 만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분주하게 교실 환경을 정비하고 새로운 학기의 수업을 연구하며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어떤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첫인상을 줄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묘책들을 고민하며 3월 2일의 첫날을 기대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

   몇 주 전 졸업식이 있던 날 이미 불안한 예감이 있었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가족 없이 큰 강당이 아닌 자기 교실에서 간단하게 담임 선생님과의 인사로 졸업식을 치뤘다. 6학년을 오래 담임한 필자에게 그날의 졸업식은 참으로 어색하고 낯설었다. 이 이상한 졸업식이 2020년 1년 동안 벌어질 이상한 학교생활의 시작이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졸업식이 있고 나서 며칠이 지나, 3월 2일 개학일에 정상 등교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학일,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 차야 할 학교는 연구소같이 적막한 곳으로 변해 버렸다.

   코로나19가 만든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희한한 상황이었다. 학교에서는 매일 교사 회의를 하며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논의했다. 방역 당국도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는데 작은 학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답도 없는 질문들을 서로에게 하며 뉴스의 내용만을 반복하는 지루한 회의였다.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답답했던 시간이었다.
3월 학기는 시작되었으나 개학이 연기되는 상황에서 밴드나 클래스팅을 통해 과제를 제시하고 점검하는 형태로 아이들을 만나는 상황이 이어졌다. 교육 당국은 더 이상 개학을 미룰 수 없다며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하였다. 아이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이 낱말이 참 익숙한 말이지만 당시를 되돌아보면 참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사이버 대학도 아니고 초등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한다니, 필자를 포함한 교사 대부분은 이 상황을 냉정하게 인정하기 매우 어려웠다.

   학교는 장고를 거듭한 끝에 4월 온라인 개학에 맞춰 모든 수업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많은 학교가 과제 제시형 또는 동영상 콘텐츠 제시형의 온라인 수업을 계획할 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기로 한 일은 놀라운 판단이었다.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 여러 상반된 의견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반대가 심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위한 프로그램 사용을 새롭게 익혀야 하는 문제, 매 시간이 공개 수업같이 학생이 아닌 학부모에게 수업이 공개되는 문제, 질이 담보되는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 등 다양한 목소리였다.

   당시 학교는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인프라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동안 필요하지 않았으니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을 탓할 수는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웹캠이었다. 선생님의 목소리와 얼굴을 아이들이 듣고 보기 위해서는 웹캠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웹캠을 살 수가 없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웹캠은 이미 품절된 지 오래였다. 학교 주변의 PC 용품점과 대형 문구점을 며칠 저녁을 돌아 겨우 10대를 구할 수 있었다. 노트북을 구하기 위해 유통 상가를 찾아 돌기도 했다.

   연구부에서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 연구하고 교사들을 상대로 연수를 진행했다. 반대도 많았던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대해 전담 교사를 포함한 모든 교사는 진지하게 연수에 참여하였다. 원활한 수업과 질 높은 수업을 위한 연구가 교사 개별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자신이 연구한 내용들을 서로 공유하고 협업하는 집단 지성의 힘을 보여 주었다.
2021년 현재는 작년 4월 온라인 개학 당시의 상황과는 많은 것이 변해 있다. 학교는 원활한 원격 수업을 위해 많은 인프라가 개선되었다. 모든 교실에 전자 칠판과 무선 인터넷 환경이 설치되었으며 스마트 교실을 구축하여 다양한 콘텐츠 수업이 가능해졌다. 겨우 구했던 10대의 웹캠은 이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고성능 웹캠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이제 원격 수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등교 수업뿐 아니라 원격 수업에서도 수업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이 생겼다. 오히려 등교 수업에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수업 도구를 활용해 재미있고 흥미로운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익숙한 실시간 쌍방향 원격 수업을 우리는 언제까지 하게 될까? 코로나19 상황이 극적으로 종식되면 원격 수업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될까? 원격 수업으로 다져진 여러 재미있고 흥미로운 디지털 수업 도구들은 이제 필요 없는 것들이 되어 버릴까?

   디지털 교육, 스마트 교육, AI 교육 등은 다양하게 불려지는 미래 수업의 모습들이다. 이러한 미래 수업과 원격 수업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르다. 원격 수업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실 수업을 온라인에 옮겨 놓은 수업이라면 전자의 수업들은 다가오는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한 교육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원격 수업과 비슷한 것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여 수업에 참여하는 것과 수업 도구들이 모두 디지털 기반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원격 수업을 경험한 학생들에게 있어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은 어느 때보다 크게 자라 있는 상황이다. 4차 산업 혁명을 이끌 미래 교육의 형태가 더욱 빠르게 요구되는 이유다.

   교사는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어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요청에 어울리는 교육 활동을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갖추게 된 원격 수업의 노하우를 디지털 교육으로 옮겨 다가올 미래의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의 자신감을 미래에도 갖고 아이들을 대할 수 있어야 한다. 3년 후, 5년 후 우리의 모습을 설정하고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인프라와 인적 투자를 과감히 이루어야 한다. 그해 그해 한해살이가 아닌 중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 법인과 학교의 장은 지금의 성과를 우리의 미래 모습으로 설정하고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세워 실천하도록 투자해야 한다.

   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을 만드는 기계이다. 관리자는 늘 기계를 손질하고 소중히 다루며 첨단 기능을 갖춘 기계로 업그레드를 시켜 주어야 한다. 인재를 키워 내는 학교에서 공장의 기계는 바로 교사에 해당한다. 훌륭한 교사를 키우는 것이 훌륭한 인재를 키워 내는 것이다.

박태식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현 태강삼육초등학교 교사, 수학을 사랑하며 수학으로 세상을 보는 교사이다.

가정과 건강 5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