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조직 다운사이징과 슬림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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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식 목사는 “시대가 교회 조직과 시스템의 갱신을 요청하고, 내부적 필요 또한 변화를 말한다”고 지적한다.
■ ‘코로나19’ 이후 재림교회 제도 및 시스템 개선의 필요와 제안 ②

한송식 목사(한국연합회 교회성장연구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우리의 일상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 오프라인과 거리가 멀어진 만큼 온라인 또는 모바일과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즉 급격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언택트(Untact)의 일상화가 이뤄졌다. 이러한 현상과 트렌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되며 구조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 요청사항이 되어가고 언택트가 표준이 되어 가는 오늘날 세상 속에서 재림교회는 어떻게 그 변화에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지켜 나가며 사명과 역할을 수행하는 과제와 더불어 재림교회의 특성상 조직구조나 제도, 시스템 측면에서의 갱신(renewing)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재림교회의 근본적인 사명은 결코 바뀌지 않겠지만 방법론과 시스템은 세상의 변화와 더불어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의 변화하는 필요에 맞춰서 늘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 조직 갱신(Renewing)의 궁극적 목표, 선교사명 완수
조직과 시스템 갱신을 시도할 때 중요한 근거, 기준이 되는 것은 선교사명 완수에 기여하는 요소를 위한 자원(인적자원, 재정자원 등)을 확보하고 강화하기 위해, 선교사명 완수에 기여하지 못하는 교회의 조직과 시스템의 요소는 과감히 폐기 혹은 축소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의 조직이 존재하는 우선순위의 이유는 선교 사명을 지원하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혹자는 조직과 시스템을 거론하면 믿음에 반대되는 것으로 여기고 경계하지만, 이는 중요한 면을 간과한 치우친 생각이라 사료된다. 사명완수를 위해 열심, 헌신, 영성이 우선 중요하지만 조직과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풍성한 열매와 결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비유하자면 알을 낳는 것은 닭이 할 일이고, 양계장 주인은 닭이 알을 잘 낳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았던 전임 대총회장 포켄버그(Robert S. Folkenberg) 목사는 재림 교단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갱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다름 아닌 시스템을 재림교회의 사명완수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

“신도들에서 대총회에 이르기까지 교회 조직의 모든 단계는 오로지 교회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조직의 특정 단계를 영속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 우리는 사명과 비전에 따라 움직여야 하며, 다른 상황에 살았던 사람들이 돌에 새긴 정책들을 따라 움직여서는 안 된다” <“Renewing Church Organization”, Adventist Review, August 6, 1992, 15.>  

■ 조직 갱신(更新)의 요인
이미 우리는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세상의 어떠함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방면에서 코로나19가 바꿀 세상, 미래의 변화에 대해 세계적 석학과 전문가들이 쏟아 놓는 다양한 분석과 예측을 접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향후 인간의 존재 방식부터 종교적, 문화적, 사회적 모든 환경이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교회에도 직.간접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향후 재림교회의 조직 갱신(更新)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변화의 축이 될 주요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 디지털 전환)이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의 코로나19의 모범적인 대응 이면에는 정보기술(IT) 인프라, 디지털 매체, 대한민국의 디지털 역량이 크게 작용했다.

이미 재림교회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실감한 내용이다. 정규 예배가 가정예배나 영상예배로 대체되면서 디지털 매체와 디지털 플랫폼의 지대한 필요와 영향력을 절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응하여 심리적 거리 좁히기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 것도 SNS(Social Network System)와 스마트폰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면에서의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둘째, 언택트(Untact ·비대면)의 일상화다. 코로나 이후 새롭게 등장한 용어 가운데 두드러진 것이 ‘언택트’(untact)다. 사실 ‘언택트’라는 단어는 2018년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이 비대면 기술의 확산을 보여주는 신조어로 영어 단어 콘택트(contact · 접촉)에서 착안해 만들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현상을 압축하는 유행어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콕 틀어박혀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은 채로 근무도 하고, 온라인 수업도 듣고,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쇼핑도 하고, 각종 문화생활도 온라인으로 즐기는 언택트 문화가 급속히 뿌리 내렸다. 이 비대변의 일상화도 코로나가 바꾼 세상의 단면으로 향후 사라지지 않고 구조화될 것이다. 특별히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언택트의 일상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셋째, 경제적 위기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한 경제적 위기상황이 도래했고, 코로나 이후에도 이 위기상황은 일정기간 지속될 것이다. 특별히 한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한국 경제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특별히 세계화 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코로나19 사태는 향후 경제 쇄국정책, 자국 이기주의가 성행하면서 수출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과 경제관련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향후 경제적으로 ‘엄혹한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 이제 조직의 다운사이징과 슬림화가 필요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고, 언택트의 일상화 또한 당분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또한 향후 국내외적인 경제 상황의 악화로 복음재정에도 어려움이 올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교회가 사명과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제도, 프로세스, 시스템 등 제반 여건을 조금이라도 더 신속히 정비해서 비효율을 제거해야 하며 불필요한 복음재정과 인력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예측되는 리스크에 흔들림 없는 체계를 갖춰 나가야 한다. 교회도 스마트워크, 디지털 워크플레이스 등을 도입해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것이 성서적이고 신학적으로 옳고 새로운 것은 옳지 않다는 이해와 접근을 버려야 한다.

코로나19가 우리를 정신 번쩍 들게 할 때 디지털 매개체와 플랫폼을 선교, 사역, 제도,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언택트 워크(work) 관련 솔루션과 클라우드 환경 구축을 교회, 합회, 연합회, 지회 단위에서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 구축해 놓은 시스템은 이후 일상적으로 사역과 선교를 과적으로 수행하는 일, 천재지변이나 이번 같은 감염병 사태에 위기관리 시스템으로 그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다. 이 같은 시도들은 자연히 조직의 다운사이징과 슬림화로 이어져야 한다.

정보통신의 발달, 디지털 매체와 플랫폼의 확산으로 인해 과거 10명이 감당하던 일을 1~2명이 감당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막대한 지식과 정보가 스마트폰을 통해 유통되고 지역의 경계를 허무는 소통과 모임이 가상공간을 통해 이뤄지는 시대에 현재 재림교회의 5단계의 구조(교회-합회-연합회-지회–대총회)는 ‘뚱보 아줌마’로 비유되듯이 비만이고, 중복의 요소가 강하며, 이 비대한 조직의 유지를 위해 투자되는 재정과 인력은 이제는 효율적이지 못하고 자체 소모적인 성격이 크기에 조직의 다운사이징과 슬림화가 반드시 이루어 져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미 오래전 대총회 산하 위원회가 조직되어 연구가 이뤄졌듯 다섯 단계의 조직을 한두 단계 축소한 3~4단계로 다운사이징 한다든지, 기본 5단계의 골격은 유지하되 각 단계의 역할 설정의 조정을 통해 재정과 인력의 과감한 축소를 통한 슬림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미루지 말고 구체적인 고민과 연구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 내고 합의를 이끌어 내어 적용하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음을 구성원 모두가 깊이 명심해야 한다.    

■ 조직 갱신을 가로막는 골리앗 그리고 다윗의 물매 돌
이 시대가 조직과 시스템 갱신을 요청하고 있고, 내부적 필요 또한 자명하게 변화를 요청하고 있는데 여전히 과거의 조직과 시스템에 머물러 갱신과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남은 교회와 남은 백성들이 앞으로 가야할 길에 떡 버티고 갈 길을 막는 골리앗은 누구이며 무엇인가? 골리앗을 무너뜨리는데 방해가 되는 사울 왕의 갑옷은 무엇인가? 골리앗이라는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다윗의 물매 돌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또한 무엇인가?  

이러한 관점과 시각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그러나 아는 만큼 아는 자의 책무를 다하는 입장에서 조직과 시스템 갱신이 너무도 자명하게 필요함을 이구동성으로 느끼지만, 실제 필요한 변화와 갱신이 미미하고 저조한 원인 몇 가지를 재림교회 행정적 측면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나쁜 행정이다. 나쁜 행정의 본보기는 행정의 주체들이 교회의 사명이나 본질, 교단의 이익보다는 개인이나 교회, 기관, 지역이나 합회 이기주의가 팽배한 마음으로 행정에 임하는 것이다. 이기적인 마음이 작동하면 절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 특별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지도자가 확증편향에 사로잡히거나 개인의 야망이나 인기를 본심에 두게 되면 그야말로 교회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영성과 신앙은 개인적인 일이지만 교단의 변화나 갱신을 위해서는 바른 행정, 좋은 행정이 이뤄져야 하기에 나쁜 행정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둘째, 무책임한 행정이다. 회기제로 운영되는 재림교회 제도에서 자칫 무책임한 행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소위 인구에 회자되는 ‘시한폭탄 돌리기’ 행정이다. 분명 결단을 내려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할 문제지만 욕먹기 싫고,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싶고, 굳이 내가 어려움을 자초할 필요가 있나 하는 소극적 마음으로 무책임한 행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교회의 변화나 갱신에 장벽이 된다. 모든 개인은 연약하기에 무책임한 행정이 남발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방만한 행정이다. 무책임한 행정과 연관되어 방만한 행정 또한 변화와 갱신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주인의식의 결여, 관료주의, 무사안일주의의 만연으로 재림교회 내 방만한 행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뻔히 문제가 될 것이 엿보이는데도 그냥 방치하다가 막대한 재정 손실을 가져온다. 내 돈이라면 도저히 그렇게 결정하고 쓸 수 없을 것 같은데 수억, 수십억이 너무 쉽게 쓰인다.

특별히 형평성에 의해 연합회가 합회에, 합회가 교회에 제공한 재정을 방만하게 사용하는 사례들이 발생한다. 방만한 행정이 낳는 결과다. 이러한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시대에 필요한 조직과 시스템의 올바른 변화와 갱신은 요원하다.

한쪽 측면의 너무 부정적 요소를 언급해 마음이 무겁지만, 모든 재림교회 구성원들이 다윗의 물매돌이라 할 수 있는 하나님 사랑, 교회 사랑의 마음, 이타적인 믿음, 협력하고 신뢰를 발휘하여 나쁜 행정, 무책임한 행정, 방만한 행정이라는 골리앗을 쓰러뜨려야 한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