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지혜의 interview-e] 한국재림교회 CPE센터 꿈꾸는 위재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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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재헌 목사는 한국 재림교회형 임상목회교육센터 설립을 꿈꾼다.

1925년 미국교회에서는 개혁운동의 일환으로 안톤 보이슨(Anton T. Boisen) 목사와 리차드 캐봇(Richard C. Cabot) 의사가 보스톤 지역 병원에서 신학생들을 위해 목회실천교육 프로그램인 임상목회교육(Clinical Pastoral Education / 이하 CPE)을 실시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목회실천교육뿐 아니라 병원 환자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영적 돌봄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점차 확대됐다. 

위재헌 목사(동중한 장안동교회)는 북아태지회 내에서 재림교인 최초로 임상목회교육을 이수해 수퍼바이저(지도자) 양성 과정에 입문했다. <재림신문>은 위 목사를 만나 임상목회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 그리고 한국 재림교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등을 물었다. 

▲ ‘임상목회교육’은 생소한 분야다. 어떻게 알고 공부하게 됐나.

– 삼육서울병원과 강원도삼척의료원에서 원목으로 사역한 적이 있다. 원목으로서 전문성을 갖추고 싶어 개신교 원목들과 접촉하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나누며 교류했다. 그러던 중 신촌 S병원 원목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분이 “임상목회교육을 받아본 적 있냐”고 묻더라.

당시 나는 “그런 교육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대답하니 그는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개신교 원목들은 대체로 임상목회교육을 받고 있었다. 나도 그 교육을 받을 수 있냐 물었다. 신청은 가능하겠지만 교육 가능 여부는 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했다. 얼마 후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지원불가’ 통보를 받았다. 우리 교단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다른 곳에서 교육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다. 나중에 북아태지회를 통해 대총회 ACM(Adventist Chaplaincy Ministries)에 문의한 결과 재림교회도 전 세계적으로 임상목회교육의 모든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있고, 미국 재림교회 안에도 여러 개의 CPE센터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여태 북아태지회와 한국 재림교회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다는 게 매우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임상목회교육’을 받기로 결심했다.

▲ 우리 주변에서 임상목회교육이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는 건가?

– 그렇다. 임상목회 영역이 점차 확대된 후 병원의 환자를 비롯한 삶의 위기와 힘든 시기에 직면한 이들에게 성직자, 수도자, 의료진, 신학생 및 평신도 등 영적 돌봄을 제공하는 자들을 대상으로 전문 훈련과정이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이것은 수퍼바이저의 지도하에 이뤄지는 전문화된 교육인데 병원, 학교, 군대, 교도소, 사업장 등에서 사역을 감당하는 ‘채플린’은 임상목회교육(CPE)을 통해 역할과 사명 수행을 위한 자격요건을 갖춰야 하고 몇몇 교단은 목사 안수 조건으로 반드시 임상목회교육의 일부 과정을 수료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일부 병원에서는 CPE 교육을 수차례 받아야 전문 스텝(원목, 사회복지사, 기타)으로 일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가톨릭이나 개신교 측에서는 벌써 약 20년 전부터 많은 성직자에게 임상목회교육을 받도록 했고, 가톨릭 평신도들조차 오래전부터 이 교육과정을 수료해 병원, 양로원 등 여러 곳에서 영적 돌봄가로서 전문성을 갖춘 상태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지혜의 interview-e – 한국재림교회 CPE센터 꿈꾸는 위재헌 목사

 

▲ ‘임상목회교육’ 과정과 ‘수퍼바이저’ 취득을 위해 어떤 교육을 얼마나 받아야 하나? 

– 임상목회교육은 한 학기(Unit) 16주 동안, 총 400시간(이론 200시간, 실습 20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리포트 등 여러 과제물을 제출하고, 수퍼바이저와 수퍼비전 시간을 가지며 평가를 받는다. 일련의 여러 과정을 통해 자신에 대한 깊은 영적·신학적 성찰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강의는 온라인으로 일부 충족될 수 있지만, 실습은 병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현장에서 질병, 사고, 위기 등으로 고통 당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그들을 섬기고 돌보면서 영적 돌봄가로서 정체성을 세우고, 대인관계 기술을 개발하고, 영성을 키우는 것이다. 이 외 매주 성장보고서, 상호관계 세미나, 사례연구보고서 세미나, 개인 상담, 독서 보고, 중간 및 최종 평가 등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한 학기를 마치게 된다. 모든 과정을 통과해야 다음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 

나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업이 중단된 적이 있어 기본교육(Basic Program) 5학기를 6년 만에 마치고 수퍼바이저에 지원할 자격을 갖추게 됐다. 그리고 지난 2월 수퍼바이저(지도자) 자격 심사에 합격해 이제는 지도자 양성 과정에 입문했다. 이렇게 기본교육을 수료하고, 임상목회능력을 가늠할 충분한 사역 경험, 자격인준위원회(CAB)가 마련한 시험 및 인터뷰를 통과하면 수퍼바이저(지도자)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 

임상목회교육 수퍼바이저는 세분화된 레벨(Assistant Supervisor–Acting Supervisor–Full Supervisor)로 구성돼 있다. 교육 과정에는 한 개인의 인격적 성장을 지도할 수 있는 능력, 개인 수퍼비전의 능력, 그룹 수퍼비전의 능력, 프로그램 운용 능력, 신학 & 교육학적 능력 등에 대한 평가도 포함돼 있다. 


김지혜의 interview-e – 한국재림교회 CPE센터 꿈꾸는 위재헌 목사

 

▲ 북아태지회 최초로 ‘수퍼바이저’ 취득을 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텐데 특별한 사명도 있을 것 같다.

– 1997년 군에서 전역하고 신학과로 복학하기 전, 목회자로 부르심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어 1년 동안 1000명선교사에 다녀오려 했다. 그런데 한 선배의 권유로 엉뚱하게 지방의 요양병원에서 전도훈련생으로 말기환자를 위해 봉사하게 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수없이 경험하며 목회 사역에 대한 강력한 부르심을 들었다. 

그런데 임상목회교육을 공부하면서 깜짝 놀란 것은 내가 그곳에서 이미 임상목회 경험을 했었다는 것이다. 한동안 흥분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고,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도록 인도하신 이유를 약 20년이 지난 후 깨달은 셈이다. 임상목회교육이 목사와 의사, 두 사람의 고민에서 시작됐다는 것도 무척 놀라웠다. 엘렌 화잇의 증언에 목사와 의사가 연합할 때 놀라운 일을 성취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첫 번째 단계의 수퍼바이저 자격을 취득했지만, 앞으로 최종 수퍼바이저(Full Supervisor) 자격을 취득할 계획이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한국 재림교회 안에 CPE센터를 개설하고 그곳에서 신학생들과 목회자, 평신도들에게 배운 것을 나누고 싶다. 그리하여 임상목회교육의 궁극적 목적인 개인의 영적 성장을 돕고 더 나아가 영적 돌봄가를 양성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삶의 위기를 경험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그들에게 다가가서 고통을 함께 나누고, 불안한 심리상태에 개입하고, 그들이 고통을 잘 견디고 일어나 마침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기까지 인도해야 할 사명이 있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