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넓게 쓰는 집 정리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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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시작은 누구의 공간인지 공간의 목적이 정해지고 나서부터이다. 그래야 뺄셈할 물건도, 덧셈할 물건도 보이기 시작한다. 또한 가구도 공간의 목적에 따라서 움직인다.

정리는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가 불안한 사람들에게 현재에 집중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정리하면서 물건을 비우고 마음을 채우는 일을 하면서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이 정리하는 일을 하며 깨달은 점이다.

정리, 인생을 바꾸는 경험
나는 정리를 통해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정리로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해 보길 권한다.
   행복의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다는 동화를 알고 있을 것이다. 행복은 누가 주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 저절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또한 특별한 행운을 가진 사람만 받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행복은 정원의 꽃을 키우듯 자신의 손끝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삶을 부르는 정리의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집콕 생활이 늘어나면서 내 집, 내 방, 내 공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많은 사람에게 집은 잠만 자는 곳이었다. 그러나 내 공간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이제 집은 사무실, 헬스클럽, 식당, 유치원이자 학교이고 놀이터가 되었다. 집은 가장 안전한 곳이자, 가장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집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9년 전 나는 평범한 주부이자 두 아이의 엄마였다. 지금은 정리컨설턴트, 유튜버, 인플로언서, 작가, 강사가 되었다. 운명처럼 마흔이 넘어서 ‘정리’를 만났다. 나의 길이 되어 버린 물건을 정리하는 일은 지금도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동안 작업한 기적과 같은 3천 집의 변화는 오로지 정리만으로 충분했다.

한국식 정리 정돈 방법
대부분의 사람은 집을 좀 더 넓게 쓰기 위해서 이사를 선택하고 리모델링을 시작한다.
   생각해 보면 25평에서 32평으로 이사한다고 해도 살다 보면 넓어졌다는 생각은 금방 사라지게 되는데…애초부터 집의 평수는 정리와 무관한 것이었을까?
   정리를 시작하는 생각을 “집이 좁다. 수납 공간이 없다.”에서 “집은 좁지 않다. 물건이 많다.”로 바꾸면 어떨까? 많은 사람이 정리를 시작하고 시도한다.
   하지만 금방 포기하고 되돌아가는 리바운드 현상을 겪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많은 부분이 우리 집은 수납 공간이 없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박스를 준비하고, 서랍장을 구매하고, 창고를 만들고, 붙박이장을 시공한다. 그리고 계속 평수를 늘린다. 우리 집은 물건이 많은 거야.
   그러나 “수납 공간은 부족하지 않아.” 아주 단순하지만 핵심인 그 생각으로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정리를 어려워하는 사람의 집의 민낯을 본 나는 결국 많은 물건이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정리가 마치 유행이라도 된 듯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책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버려서 집을 최대한 비우라고 강조한다. 물론 정리를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작업 중 하나는 버리는 일이다. 하지만 버리는 것을 너무 강조하여 마치 정리=버리기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내가 그동안 만난 사람은 버리기를 무척 힘들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사는 곳, 평수, 직업, 나이와 상관이 없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기업 회장님도 보자기 한 장 쉽게 버리는 법이 없었다. 물건을 살 때 넉넉하게 주는 것이 미덕인 우리의 문화 덤, 정, 많이라는 그것은 우리 정서에 깊숙이 스며 있는 듯하다. 버리면 왠지 낭비이고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일단 놔두고 본다. 물건이 재산의 의미라는 문화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린 걸까?
   집마다 모아 둔 쇼핑백, 설명서, 일회용 젓가락, 포장용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꿀 병, 잼 병 등이 가득하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혼자 사는 사람처럼 불필요한 물건을 죄다 갖다 버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무조건 버리는 정리법은 관계와 가족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한국식 정리 정돈을 연구한다. “버리기보다 쓰자. 사용 방법을 소개해 보자. 언젠가 쓸 거라는 생각을 바로 쓸 수 있도록 알려 주자. 활용해 보자. 바로 쓰자.” 이런 원칙으로 정리 후 공간이 생기면 물건들이 보인다. 그럼 정리하는 일이 좀 더 재밌고 쉽다. 정리는 결국 물건을 잘 쓰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닌가? 쓰는 물건에 집중하면 된다. 그 선택이 현재라는 전재가 있다.
   혼자 사는 집이라면 마음대로 해도 좋겠지만, 가족과 함께 공유하는 집이라면 마음대로 해선 안 된다. 집은 나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정희숙 정리 5원칙
첫째, 정리의 시작은 생각 정리부터이다(마인드)
정리를 많은 물건의 저장과 보관을 위해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정리 후 유지와는 거리가 멀다. 정리는 물건을 더 큰 의미에서는 공간을 가치 있게 쓰기 위함이 아닐까? 왜 정리하려고 할까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둘째, 물건 정리보다 공간 정리를 먼저 하자
(가구 재배치, 공간 재배치)
사람들은 인테리어에 많은 관심이 있다. 잡지책에 나오는 집을 꿈꾸며 그런 집을 동경한다. 잡지책에 나오는 집에는 많은 물건이 보이지 않는다. 물건을 정리하기 전에 공간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공간 정리에서 중요한 부분은 공용 공간(거실, 주방, 욕실, 신발장, 서재)과 개인 공간(방)으로 나누어야 한다. 정리의 시작은 누구의 공간인지 공간의 목적이 정해지고 나서부터이다. 그래야 뺄셈할 물건도, 덧셈할 물건도 보이기 시작한다. 또한 가구도 공간의 목적에 따라서 움직인다.

셋째, 방별, 서랍별로 정리하지 말고
물건 종류별로 정리하자
종류별로 구분되지 않은 상태로 물건을 정리하면 다시 어지러운 상태로 되돌아간다. 정리는 애초부터 물건을 찾기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 찾으려면 용도가 같은 물건이 한군데 있어야 한다. 결국 정리의 핵심은 분류하기이다. 분류만 잘되어 있다면 재고 파악이 잘된다는 것이다.

넷째, 잘 버리기
버리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버릴까? 말까?”의 선택에서 항상 망설인다.
   잘 버린다는 것은 행복한 버리기이다. 아깝다는 생각에서 홀가분해지려면 집착이 없었을 때 이야기다.
   유효 기간이 지난 빵을 먹을 수 있을까? 여기에는 미련도 집착도 없다. 유효 기간이 지난 빵을 보고 “언젠가 먹을 일이 생길 거야.” 하는 미련을 갖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물건에는 분명 유효 기간이 있다. 그건 내가 지금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그 물건의 유효 기간이 지난 것임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 쓸 물건이 아니라 지금 쓰는 물건을 선택하자.

다섯째, 수납하기(물건의 주소지 만들기)
물건의 제자리란 어디일까? 화장대에는 화장품, 책장에는 책, 주방에는 주방 물건, 옷장에는 옷, 누구나 다 아는 아주 쉬운 원칙이다. 3살짜리 아이가 유치원에서 제자리에 신발을 넣는 것처럼 말이다. 내 방에는 내 물건만을 두고, 아이 방에는 아이 물건만을 둔다. 확장해서 공간의 제자리 또한 점검하자. 정리가 되지 않는 집의 특징은 가족 구성원 간의 물건과 공간의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빈 공간이 있다면 아이 방에 부부의 물건을, 아이의 공간이 부족하면 부부 침실에 아이 책이나 아이 옷을 두는 경우가 많다. 수납은 모든 물건의 제자리 주소지가 정해진 후에 한다. 그래야 유지가 가능하다.

옷장
1. 옷을 정리하기 전에 옷걸이 정리도 필요하다. 먼저 어깨가 두꺼운 옷걸이의 부피도 줄인다. 자켓이        아닌 늘어나지 않는 옷은 얇은 옷걸이로 바꿔만 주어도 공간의 여유가 생긴다.
2. 옷을 걸고 선반 위쪽, 아래쪽 1cm의 공간도 놓치지 말자. 옷을 걸고 난 옷과 선반 사이의 작은 공간      도 활용하자. 상자 뚜껑에 벨트를 수납하면 옷에 닿지 않게 수납할 수 있다.
3. 큰 여행용 가방 안에 부피가 큰 롱패딩이나 두꺼운 패딩류를 보관해 보자. 5개도 거뜬히 들어간다.        옷장 안에서 패딩만 빼도 옷장 공간은 두 배로 넓어진다.
4. 패딩은 겨울에만 걸어서 수납하고 봄이 되면 접어서 수납한다. 이때 쇼핑백이나 세탁 망에 넣어서        수납하면 옷장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접은 패딩은 선반 위쪽이나 옷을 건 아래쪽에 수납한다.

주방
공간을 나누자(싱크인 선반, 와이드랙).
   설거지를 하는 아래 공간은 주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개수대 공간은 통으로 구성되어 있어 물건을 쌓아 두게 된다. 매일 사용하지만 쉽게 지저분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간단하게 조립할 수 있는 씽크인 선반을 활용해서 공간을 두 배로 넓게 활용하자.
   주방 위쪽 상부장에는 대부분 식기류를 수납하게 되는데 선반에 그릇을 쌓아 두게 되면 아래 접시를 꺼내기가 힘들다. 와이드랙을 활용해서 공간을 분할해서 활용하면 쌓을 필요도 없어 사용하기 편하고 공간이 넓어진다.
   동선을 따라 정리 용도가 같은 물건은 한곳에 둔다. 정리의 목적이 물건을 잘 쓰기 위함이었다면 정리의 방식 또한 잘 찾기 위해서이다. 잘 찾는다는 것은 용도, 기능, 목적이 같은 물건들을 한곳에 모아 두는 것이다.

서랍 정리
세로 수납의 방식은 물건이 활동할 준비를 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쉽게 꺼낼 수도 찾을 수도 있다.
   바지를 접어 세로로 세워서 서랍장에 수납한다. 약, 문구를 정리할 때도 동일하다. 쌓아 두는 형식이 아닌 세워서 꽂아서 수납하는 방법으로 하면 공간이 두 배로 넓어진다.
   서랍 정리는 서랍을 열고 위에서 내려다볼 때 물건이 잘 보이게 정리하는 것이 포인트다.

1. 세로 수납 물건을 눕히지 말고 세워서 수납한다.
2. 물건과 물건 사이에 칸막이를 만들어 고정시킨다.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해도 섞이지 않는다.
3. 수납 물건의 용도가 같은 물건(예: 풀, 자, 볼펜, 지우개, 수정액, 메모지, 테이프, 칼)을 한 서랍에        수납한다.

신발장
하루에도 여러 번 신발을 신고 벗는 현관은 지저분해지기 쉬운 공간이다. 신발장 안쪽 공간의 효율성을 높여 준다면 깔끔한 현관을 만들 수 있다. 신발장 안쪽 선반 한 칸은 늘 빈 공간으로 비워 둔다. 같은 공간이지만 공간을 분리해 주면 두 배로 수납할 수 있다. 한 켤레 신발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에 두 켤레를 수납한다. 아이들의 신발은 캐리어를 활용하면 4켤레도 수납 가능하다.

1. 압축봉으로 공간을 나누어 준다. 압축봉은 신발장 선반 사이즈를 먼저 실측하고 선반 사이즈보다          작은 것을 구매한다. 두 개를 양쪽으로 설치하고 한 개의 선반을 두 개로 나눠 준다. 위쪽에는 슬리       퍼나 굽 낮은 신발을 수납한다. 이렇게 하면 한 공간에 두 배의 수납 공간이 생긴다.
2. 커피 캐리어로 DIY 슈즈랙을 만든다. 이동할 때 편리한 커피 캐리어를 세워서 신발을 꽂아 주거나         눕혀서 위아래로 신발을 수납함으로 돈 들이지 않고 신발을 정리할 수 있다.
3. 페트병으로 DIY 슈즈랙을 만든다. 페트병 한 면을 U자로 깊이 잘라 주고 안쪽에 신발 한 짝, 위쪽에      신발 한 짝을 수납하면 된다. 투명이라 신발이 잘 보인다.
4. 운동화의 경우 앞코 있는 부분이 뒷부분보다는 넓다. 공간이 부족하다면 한 켤레는 뒤를 보고 옆에        운동화는 앞을 보게(옆에 운동화는 뒤가 보이도록) 놓아 준다.

정리는 잠시 멈춰서 나를 만나는 일이다
같은 물건과 같은 공간인데도 여유 있는 공간에 있는 물건은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명품관에 있는 몇 개의 가방을 연상하게 되는데, 공간의 여유가 주는 고급스러움일까? 사실 물건은 하나하나 멋있고 소중하다. 그런데 너무 많으니까 지저분해 보이거나 어지러워 보인다. 수납의 기술을 무조건 물건을 많이 넣는 기술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진짜 소중한 물건을 가지기 위해서는 덜 소중한 물건에게 작별을 고해야 한다.
   정리 전문가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 나는 많은 물건에만 집중했다. 집중하려고 하지 않아도 압도적으로 많은 수천 개의 물건이 나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였다. “저걸 어떻게 다 집어넣지?”라고 고민했다. 많은 물건을 잘 넣어 주는 것이 정리의 기술이 뛰어난 것이라고 나 또한 생각했었던 적이 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물건에 치여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 민낯을 보면서 그 사람과 그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리를 왜 안 했던 건지, 왜 어려운 건지 그 이면에는 사연이 있었다. 마음의 허전함, 외로움, 채우지 못한 갈증, 집착, 불안 등.
   정리를 마치면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를 받게 된다. 나는 그 문자에서 변화, 시작, 터닝 포인트, 새로움, 행복이라는 단어를 발견한다. 무엇보다 물건을 정리하고 행복을 얻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게 되었다.
   정리는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가 불안한 사람들에게 현재에 집중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정리하면서 물건을 비우고 마음을 채우는 일을 하면서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이 정리하는 일을 하며 깨달은 점이다.
   정리는 현재를 정신없이 사는 내가 잠시 멈춰서 나를 만나는 일이다. 물건과 하나하나 만나면서 나를 생각하고 나를 돌보는 일인 것이다. 정리의 경험은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고, 올바른 순서대로 정리한다면 집은 안식처, 쉼이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공간이 늘 내 곁에,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행복의 삶 또한 아주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정희숙
정리컨설턴트, 똑똑한정리 대표, 한국정리컨설팅 협회장, [email protected]

가정과 건강 4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