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도 천명선교사훈련원장 배진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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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1000명선교사훈련원장 배진성 목사 가족이 출국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선교사는 ‘가는 사람’입니다. 그곳에 나의 교회와 집이 있고, 함께 일할 동료와 남겨진 사역이 있습니다. 한국 재림교회가 파송한 대사(大使)가 되어 보내신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뿐입니다”

솔직히 그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악화하는 현지 상황을 들을 때마다 그가 고향에 와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한동안 푹 쉬다 사태가 잠잠해지면 들어가길 바랐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짐을 싸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하루 사망자 수가 사상 최고치에 이르고, 화장터마저 모자라 시신을 주차장이나 공원, 공터에서 태우고 있다는 외신에 놀라던 때였다. 마침 한 평신도단체가 주최한 세미나 현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다짜고짜 ‘대체 이 상황에 왜 복귀하려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태연하게 “딱히 별다른 이유가 없다”며 빙그레 웃었다. 당연히 가야 할 곳에,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인도 1000명선교사훈련원장 배진성 목사의 이야기다.

그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날, <재림마을 뉴스센터>가 공항을 찾았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이 그의 곁에 서 있었다. 4살 때 아빠손을 잡고 인도로 간 성민이는 벌써 15살이 됐고, 2살 때 엄마 품에 안겨 떠났던 현민이는 훌쩍 자라 13살이 됐다. 이날은 마침 성민이의 생일이기도 했다. 성민이는 현지 청년들의 영적 후원을 위한 ‘기도 콜센터’ 운영을 제안해 큰 효과를 보게 한 의젓한 ‘선교사’다. 현민이는 그새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안부를 주고받는다. 핸드폰 너머의 친구들은 벌써부터 “언제 도착하냐”고 성화다.

배진성 목사 가족은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인도 국적의 비스타라항공 UK6304편을 이용해 출국했다. 목적지는 남인도의 첸나이공항.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어 우리 교민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훈련원이 있는 북동인도의 팔라카타(Falakata)까지 가는 직항편이 없어 이곳에서 꼬박 2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첸나이공항에서 국내선을 갈아타고 델리까지 이동해 다시 12시간을 대기한 후 바그도그라에 내려 자동차로 3시간을 달려가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고된 여정이다. 무려 이틀하고도 반나절이 걸린다. 그나마도 악명높은 인도 대중교통의 연착이 없어야 가능한 일정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우리가 가는 줄 어떻게 알고, 근래 코로나19 환자가 갑자기 눈에 띄게 줄었다”며 가벼운 눙을 쳤다. “금방 좋아질 거”라며 긍정했다. “들어올 때는 달랑 캐리어 하나였는데, 나갈 때는 카트로 4개나 된다”며 “이게 모두 성도들의 사랑의 짐”이라고 고마워했다. 이제 곧 시작하는 차쿠아케티초등학교에서 사용할 교재와 온라인 수업용으로 기증받은 중고노트북과 핸드폰이 가득 실렸다. 손경상 장로는 천체관측 도구를 선뜻 후원했다. 정해옥 사모가 “그나마 수화물 무게 제한이 없어 다행”이라며 씽끗 웃었다.

이들은 지난 4월 1일 귀국했다. 만료된 아이들의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서다. 작년에 연장해야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불가능했다. 임시로 1년짜리 여권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이마저도 기간이 다 돼 부득이 이번에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마침 1000명선교사 22기 훈련을 마친 때여서 정기 휴가차 고국을 찾았다.

한 달 반 동안의 체류기간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다. 2주간 자가격리 후에는 인도로 갖고 갈 물건을 사느라 시장에서 발품을 팔았고, 현지 선교를 돕는 성도들을 찾아 인사를 전했다. 홍보활동도 빼놓을 수 없었다. 안동, 가남, 용인, 부발, 교문리, 광주궁둥중앙, 삼육대학 등 매주 안식일마다 전국을 다니며 교회방문을 했다. 그사이에도 매일 현지와 화상회의를 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사역을 준비했다. 휴가이기도 하니, 미뤄둔 여행을 하며 가족들과 좀 더 살가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상황에도 자신들을 초청해 따뜻한 격려와 사랑을 보내준 고국의 성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인터뷰 – 인도 천명선교사훈련원장 배진성 목사

▲ 안녕하세요? <재림마을 뉴스센터> 독자들에게 인사의 말씀을 전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인도 1000명선교사운동에서 11년째 사역하고 있는 배진성 목사입니다. 늘 선교사들을 위해 그리고 저희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든든한 의지가 돼 주시는 한국의 성도와 교회들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우리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늘 축복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 평안과 건강을 주시길 기도합니다.

▲ 현지의 사태가 조금 진정된 후에 출국해도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훈련원으로의 복귀를 선택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 그다지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이제 휴가 기간이 끝났고, 그곳에 우리 집이 있고, 6월부터 계획하는 일이 있어 들어가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캠퍼스가 있는 서뱅골 주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곧 봉쇄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어서 이번에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초 5월 5일경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아이들 비자 발급이 예상보다 늦어져 19일에야 항공권을 발권했습니다. 인도는 현재 정기 항공편이 없어 특별기로 들어갑니다. 솔직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걱정은 그렇게 없습니다. 하나님 안에 있으면 그곳이 제일 안전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 많은 분이 인도의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현지 캠퍼스와 선교사들은 현재 어떤가요?
– 저 개인적으로는 인도 관련 뉴스를 들을 때마다 과장됐다고 생각해 되도록 믿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지 선교사와 교인들 소식을 듣고 나니 심각하긴 심각한 것 같습니다. 함께 일하던 훈련원 동료 목회자가 잠깐 집에 돌아갔다가 가족 전체가 감염돼 고생하고 있고, 북인도연합회 직원 22명이 집단감염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인구가 집중된 곳일수록 더욱 심한 것 같습니다. 동문 선교사들도 여럿 코로나에 걸리고, 친척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우리 교인들도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 우리 합회에서 함께 일했던 젊은 재무가 코로나로 숨을 거뒀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하나님의 은혜와 보호로 현장에서 일하는 선교사들은 모두 안전합니다. 인도 1000명선교사훈련원도 지난해 9월, 코로나 파동이 가볍게 스치고 가서 그런지 현재는 안전합니다.


인터뷰 – 인도 천명선교사훈련원장 배진성 목사

▲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봉사하면서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 인도 1000명선교사운동은 100% 성도들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재정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인도는 선교사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세계에서 몇 되지 않는 국가입니다. 그러니 매번 다른 비자를 받아 입국심사대를 통과해야 해서 간을 졸였습니다.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면서도 늘 신분을 감추고 살아야 했습니다. 훈련원에서조차 긴장을 풀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체류하는 게 재정해결 못잖게 어려웠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선교정신을 갖고 함께 사역의 짐을 짊어질 동역자가 없는 것도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늘 혼자 계획하고 혼자 추진하는 게 두렵고 떨렸습니다. 그래도 되돌아보면 지난 10년간 하나님께서는 늘 저희와 함께 계셨고, 필요를 그때마다 공급해 주셨습니다.

▲ 그럼에도 그 안에서 얻는 보람은 무엇입니까?
– 인도에서 1000명선교사운동은 정말 작은 선교운동입니다. 그럼에도 선교사훈련을 통해 세상이나 교회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던 청년들이 변화하고, 원대한 비전을 품고, 주님께 헌신하며 사는 모습을 볼 때면 그보다 더한 보람은 없습니다. 많은 청년이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인도 1000명선교사훈련원을 ‘청년재활센터’라고 부릅니다.

이 작은 선교운동이 스파이서삼육대 신학과와 비교되며, 저희 훈련소식을 듣고 모든 신학생이 매일 아침마다 말씀묵상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보람을 느꼈습니다. 신학과를 졸업한 청년들이 ‘신학과에서는 지식을 배우는데, 1000명선교사훈련원에서는 무릎 꿇는 법을 배웠다’고 간증하는 것을 교수님들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청년들의 모습을 보며 인도 재림교회가 1000명선교사운동을 교회의 희망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북인도연합회는 1000명선교사운동에서 1년 동안 봉사할 것을 목회자 채용 조건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렇게 작은 조약돌 하나가 인도의 교회와 성도들에게 던져졌을 때, 좋은 영향력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 찬양을 드립니다.
        
▲ 세계선교의 최일선에 서 계신 분으로서,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세계선교 발전을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 한국은 지난해 경제 순위가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10위를 차지했습니다. 전자제품, 한류 드라마, K-POP은 이미 지구 반대편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어쩌면 한국인의 땅끝 선교 문을 이미 활짝 열어 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 여권(Passport)의 힘은 세계 2위입니다. 전세계 188개국에 비자 없이 갈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축복해 주시고 기회를 주신 건 한국인이 갖고 있는 열정과 신앙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전세계 대륙 중 기독교가 가장 적은 아시아(3%)에 한국을 두고,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 복음의 문호를 열어서 사명을 이루도록 하셨습니다. 그 일을 위해 청년뿐 아니라 모든 교인으로 구성된 더 많은 봉사대가 조직돼 선교지를 방문하는 기회를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만 보내는 게 아니라, 장로님과 집사님들이 더 많은 방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선교지를 방문할 때 세계선교에 관심이 더욱 증대될 것입니다.

나아가 세계선교 역량 강화를 위해 1000명선교사운동 분원을 한국에 세워야 합니다. 우리의 청년들이 한국어로 제대로 훈련받고, 지구촌복음화의 원대한 꿈을 꾸며 세계 237개국(UN 통계)에 선교사로 파송돼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선교의 허브가 돼야 합니다. 각 교회에 세계선교의 눈을 열어주며, 돌아온 선교사를 돌볼 수 있는 한국 1000명선교사훈련원이 절실합니다.

저는 인도에서 1000명선교사운동을 하며, 훈련원이 본토에 있을 때 현지 교회에 주는 어마어마한 유익을 목격했습니다. 한국에 1000명선교사훈련원이 설립되므로 그 유익을 우리 땅에서도 온전히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파송된 선교사들이 고국에 들어올 때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숙소, 자가격리 시설, 차량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머님이 계셔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동료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머물 곳이 없어 곤란한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바쁘게 다니며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이용할 차량이 없어 개인적으로 빌려 사용할 때가 많습니다.  

특별히 코로나19 시기에 자가격리 시설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곳저곳 문을 두드렸지만 어느 기관도 응답하지 않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모든 것을 ‘각개전투’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해외선교사가 되길 망설이고 있습니다. 더 많은 청년과 목회자와 성도들이 해외선교사로 나갈 수 있도록 기본적인 필요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길 바랍니다.


인터뷰 – 인도 천명선교사훈련원장 배진성 목사

▲ 끝으로, 인도의 선교발전을 위한 다짐의 말씀과 함께 국내외 재림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
– ‘그분은 많은 것을 기대하셨으므로 많은 것을 시도하셨다’ <시대의 소망> 73쪽에 있는 구절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씀입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이 권면을 의지해 많은 것을 시도했습니다. 물론 실패도 있었지만, 많은 것을 이루는 축복도 경험했습니다.

저는 필리핀에서 1000명선교사로 1년을 마치고 장기 선교사를 꿈꿔왔습니다. 교회와 의료선교와 교육선교가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을 인도에서 보내며 그 꿈을 하나님께서 하나하나 이뤄주시고 계심을 봅니다. 올해부터 초등학교를 통한 교육선교, 작은 클리닉을 통한 의료선교가 시작됩니다. 앞으로 장기선교사 양성을 위한 신학과를 포함한 대학과 삼육서울병원과 같은 병원 건축도 꿈꿉니다. 결코 혼자 이룰 수 없는 일이기에 때론 숨이 막힐 때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 같아 이 목표가 이뤄지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광활한 인도 땅에는 선교적으로 개척해야 할 ‘블루오션’이 정말 많습니다. 할 일이 무궁무진합니다. 고백컨대 산적한 일들에 압도돼 엘리야처럼 정처 없이 도망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드넓은 인도 땅에 한국인선교사로 홀로 남은 것 같았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아직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그 입을 바알에게 맞추지 않은’(왕상 19:18) 7000인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계선교는 결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모든 백성에게 맡겨 주신 사명입니다.(마 28:18~20). 이 일만이 우리가 예수님의 재림을 촉진시킬 수 있고, 우리에게 맡겨진 유일한 사명입니다. 어떤 특정 선교사에게만 맡겨진 일이 아니라, 모든 재림성도에게 맡겨 주셨음을 믿습니다. 이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선교지에 힘을 보태시는 재림성도들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재림이 하루빨리 촉진되길 바랍니다. 주님께서 모든 성도들에게 은혜 주시길 기도합니다. 마라나타!

출국장으로 들어서는 그에게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어서 미안하다. 그러나 기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임을 알고 있다”며 기도를 약속했다.

인도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7일 하루에만 약 41만4200명이 감염됐으며, 약 2550만 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쏟아지면서 누적 사망자 수는 28만30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사망자 수는 정부 통계보다 몇 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인도를 위한 관심과 기도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