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아드라와 난민지원 협력방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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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피난민이 첫발을 딛는 슬로바키아 비스네 네메케의 국경검문소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아드라코리아(사무총장 김익현)의 우크라이나 전쟁난민 대응팀은 현지 방문 나흘째인 지난달 25일 슬로바키아를 찾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난 피난민은 무려 580만 명이 넘으며, 이 가운데 슬로바키아에도 약 40만 명이 수용돼 있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선 대응팀은 우선 폴란드 국경을 넘어 프로소브로 향했다. 이곳에서 아드라슬로바키아 코디네이터 스타노 목사를 만나 난민지원 현황을 살피고,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아드라코리아는 그간 아드라인터네셔널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차량구입비 등을 긴급 지원한 바 있다.

스타노 목사는 일행을 자신의 승합차에 옮겨 태우고 약 1시간30분을 달려 비스네 네메케의 국경검문소로 안내했다.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고향을 떠난 피난민들이 첫발을 디디며 난민 등록절차를 밟는 곳이다.

슬로바키아의 국경은 폴란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삼엄하게 경계근무를 서는 군인들의 매서운 눈초리가 긴장감을 높였다. 난민이 없어도 주변 시설조차 사진촬영이 엄격히 금지됐다. 시동을 켜 놓고 기다리던 대형 버스가 간간이 도착하는 난민가족을 태우고 어디론가 향할 뿐이었다. 이들을 돕기 위한 NGO 단체 관계자들이 현장을 지켰다.

현재는 이렇게 적막하지만, 한때는 하루 1만5000명 이상의 난민이 몰려들 만큼 주요 피란루트였다. 아드라인터네셔널은 이곳에서 5주 동안 대형 텐트를 운영했다. 아드라의 텐트는 24시간 내내 난민에게는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됐고, NGO 단체 관계자와 자원봉사자에게는 주요 미팅 장소로 제공됐다.

스타노 목사는 “전쟁 상황에 따라 여기 상황도 급변한다. 러시아의 폭격이 매우 강한 날에는 피난민이 많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오늘처럼 평온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NGO 단체들이 늘어나며 작은 규모라도 자체 텐트를 설치하는 곳이 많아졌고, 정부에서도 난민보호센터를 설치하면서 아드라의 텐트는 일단 철수했다”고 부연했다.

스타노 목사는 이와 관련 슬로바키아 국경과 불과 10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우크라이나의 접경지역 우즈호로드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국외로 탈출하려는 피난민이 모여든 우즈호로드에 러시아군이 드론 공격을 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며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고.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돌변하며 난민행렬이 갑자기 늘어났다.
    
그는 “실제로 드론 공격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위험이 매우 고조되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공항에서 러시아의 드론 무기를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곳은 우즈호로드와 매우 가까운 거리여서 정부가 안전과 보안 문제를 들어 텐트 철수를 권고했다. 이 때문에 아드라를 비롯해 몇몇 지원단체들이 도심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슬로바키아아드라와 난민지원 협력방안 논의

빠듯한 일정에 일행은 점심식사도 거른 채 오후에는 코시체로 자동차 핸들을 돌렸다. 슬로바키아 동부에 자리한 코시체는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 이곳의 한 물류창고에서 아드라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구호물자를 포장하고 있었다. 평일임에도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구슬땀을 흘렸다. 이 중에는 우크라이나 피난민도 일부 포함돼 있어 지켜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스타노 목사는 “당초 교회를 지으려 매입한 창고인데, 여러 사정으로 건축이 미뤄지던 중 이번에 난민지원 물품 포장 및 운송 장소로 쓰이고 있다. 이곳이 물류의 허브”라며 창고에 가득 쌓여 있는 각종 음식류와 의료품, 생필품을 보여줬다. 봉사자들은 “우리는 모두 재림교인”이라면서 멀리 한국에서 온 대응팀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동 중간에는 현지 지방정부와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쉘터(임시보호소)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파악해 추후 지원에 적용키로 했다.

대응팀은 슬로바키아를 떠나며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난민과 전쟁의 한가운데 서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기도했다. 또한 자원봉사자들이 지치지 않도록, 그리고 그들을 돕는 재정과 후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간구했다. 물류창고에서 팔을 걷고 일하던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이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 우크라이나 돕기 특별 모금계좌: 우리은행 1005-002-152773 (사)아드라코리아
– 후원영수증을 원하시는 분이나 기타 자세한 사항은 아드라코리아 사무국(☎ 02-3299-5258)으로 문의하시면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