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와 마이크로바이옴

57

맨발 걷기가 전국적으로 열풍이다. 지난 2023년 9월 11일 포항시 의회에서 가결된 맨발 걷기 조례안을 필두로 각 지자체별로 자연과 교감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힐링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맨발황톳길 조성 사업을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다. 맨발 걷기를 통해 다양한 암 회복 사례부터 머리카락 성장, 다이어트 효과 그리고 우울증, 당뇨, 고혈압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 등이 유튜브에 차고 넘친다. 이러한 맨발 걷기 효과의 과학적 원리는 몸에 있는 양전하와 음전하 성격을 띄고 있는 지구의 자기장이 만나 마치 전기 누전을 막기 위해 전류를 땅속으로 유도하듯 우리 몸 안에 양전하를 띄는 유해한 정전기가 접지를 통해 땅으로 배출된다는 어씽(earthing) 개념이다. 태양 빛이 전리층에 도달하게 되면 양전하와 음전하로 나누어지게 되는데 자유 전자인 이 음전하가 포화 상태가 되었을 때 번개 등으로 땅에 떨어지게 되며 이동이 자유로운 이 자유 전자는 맨발 걷기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흡수되어 양전하뿐 아니라 질병의 원인인 활성 산소를 중화시킨다는 내용이다.

맨발 걷기의 치유 효과
이는 2012년 국제학술지 『환경과 공중보건(Journal of Environmental and Public Health)』에 실린 논문에서 출발하는데맨발 걷기를 통한 넘치는 치유 사례를 접하게 되면 맨발 걷기에는 치유 효과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뼈로 이루어진 발은 인체 전체 뼈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작고 섬세한 뼈들로 이루어졌으며 이로 인해 발바닥에는 7,200개의 신경과 2만 개 이상의 신경 말단이 존재한다. 맨발로 걷게 되면 다양한 지형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발의 다양한 코어 근육들이 더 활성화되고 발달하게 된다. 동시에 발바닥의 신경 세포들은 섬세한 자극을 받아 인체의 자율 신경계가 안정을 이루고 균형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는 몸의 회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씽과 미생물의 작용
또한 어씽 효과나 발의 구조와 신경계의 효과 외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원리는 맨발 걷기는 놀라운 미생물의 작용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표 뇌과학자인 미셀르 방 키앵은 그의 저서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라는 책에서 “자연은 인류가 출현한 순간부터 그들의 유전자에 깊이 새겨졌다.”라고 기록하였다. “아이들이 야외로 나가 놀면서 흙과 모래를 손으로 만지고 나무에 기어 올라가도록 그냥 내버려 두자.”, “아이들이 가끔 흙으로 옷을 잔뜩 더럽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자연이 신체와 뇌에 주는 최고의 선물이니까.”라며 손과 혀와 얼굴을 통해 자연을 맛보고 직접 느끼면서 평생 동안 균형 잡힌 장내 미생물을 키워 나갈 수 있게 하자고 하였다. 피부 혹은 호흡을 통해 인간이 흡수하는 이로운 미생물이 인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내는데 특히 땅에 자연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마이코박테리움 백케이라는 미생물이 뇌에서 항우울 효과가 있는 호르몬인 세르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킨다고 기록하였다. 자연적인 토양 박테리아인 마이코박테리움 백케이(Mycobacterium Vaccae)에서 백케이는 라틴어 vacca(소)에서 비롯되었는데 이 미생물의 최초의 균주는 흥미롭게도 오스트리아의 소똥에서 가져온 것이다. 2004년 런던의 종양학자인 메리 보르아이언 박사가 폐암 환자들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이 미생물을 주입하였으며 그 결과 환자들의 증상도 완화되고, 정서적인 건강이 증진되고 활력과 인지 기능도 좋아졌다. 또한 소아신경과 전문의 마야 쉐트린 크레인 박사는 “자연을 만져 더러워지면 흙이 우리의 몸과 뇌로 들어온다. 정원을 손질하거나 등산하며 기분이 좋아졌다면 흙의 미생물인 마이코박테리움 백케이가 코나 피부의 작은 틈새로 스며들어 세로토닌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미국 뉴욕주 세이지 대학 트로이캠퍼스의 도로시 매튜스 교수는 실험용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흙 속의 미생물인 마이코박테리움 백케이의 작용을 관찰했다. 한 그룹은 마이코박테리움이 들어 있는 먹이를 먹이고 또 다른 그룹은 평범한 먹이를 먹여서 각각 미로 통과하기 능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흙 속 미생물이 들어간 먹이를 먹은 쥐는 먹지 않은 쥐보다 두 배 빨리 미로를 통과했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미생물의 놀라운 연구 결과는 미국 미생물학회(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 110회 총회에서 발표되었다.

맨발 걷기의 의미
지구는 흙 한 조각 한 조각이 곧 미생물의 풍부한 서곡으로 가득 차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흙 1g당 약 10억 개의 박테리아 세포가 존재하며, 다양성 넘치는 4,000에서 50,000종의 박테리아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우리는 창조 시에 흙에서 비롯된 존재로 마치 흙이 미생물로 가득 찬 것처럼 우리 몸도 세포 수(약 30조)를 압도하는 약 38조의 미생물로 가득하게 채워져 있다.
   도시의 소음과 배기가스로 오염된 공기, 화학 물질로 얼룩진 미생물의 서식지에서 벗어나, 우리가 찾아야 할 곳은 건강한 미생물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로 구성된 흙과 숲이 어우러진 자연의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거기서 맨발로 걷는다면 더 건강하고, 더 순수한 환경에서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맨발로 흙 위를 걷는 것이 치유와 회복을 통한 더 좋은 건강을 줄뿐 아니라 본질적으로 더 큰 삶의 의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박상희
한국연합회 보건절제부장

가정과 건강 2023년 12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