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시대, 多함께 공동체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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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모델, 훌륭한 교사 혹은 뛰어난 운동선수도 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는 ‘다문화 가족의 자녀’라는 꼬리표를 달아 낙인을 찍어 그들의 정체성을 규정짓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다름 속에 다수가 갖지 못한 강점이 있습니다. 국가를 초월한 초국가적 환경과 문화 다양성 배경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자녀 교육의 특화된 강점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합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다문화 가족 이야기
다문화 가족이란 서로 다른 국적이나 인종, 문화를 지닌 사람들로 구성된 가족을 뜻하며 다양한 가족의 대표적인 가족 유형으로 그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동안 순혈주의와 민족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다름에 대한 배타성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인류학자들은 전 세계에 순수 혈통을 가진 단일 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역사 속 상고 시대와 그 이후 삼국 시대와 통일 신라 시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에도 우리나라에 귀화한 인물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삼국 시대 가야국의 인도 출신 허황후, 베트남의 정변을 피해 고려에 귀화한 왕손 이용상, 조선 시대 네덜란드인 박연과 그 밖의 수많은 전쟁 포로, 교역을 통한 상인, 학자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선조일 수도 있겠지요. 대한민국건국 이후 형성된 다문화 가족은 1950년대 한국인과 미군 병사, 1980년대 중반 이후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외국인들의 국내 유입과 한국 근로자들의 해외 진출을 통한 국제결혼, 1980년대 말 이후 농촌을 중심으로 중국 연변과 사할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입국한 결혼 이민자와의 국제결혼, 이주 노동자들의 국제결혼 등의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가족 구성원은 약 10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족 출생 자녀는 전체 출생아의 6%인 1만 6천 명으로 집계되어 향후 이들 세대의 성장과 함께 우리나라 이주 배경을 가진 국민의 비중이 급속히 팽창될 것임을 전망하게 합니다. 이러한 수치는 다문화 가족이 누구에게나 이웃이 된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미디어의 차별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
우리 사회는 대중 매체의 보수적이고도 편향적이며 정형화된 보도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고 그 영향으로 우리의 의식은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는 국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오징어 게임’ 속 다문화 가족의 모습을 기억하시나요? 이주 노동자인 ‘알리’ 캐릭터는 인종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요. 그는 파키스탄 국적의 불법 체류 이주민으로 복종적인 모습만을 보이는데 이주 노동자를 동남아시아 출신으로 그린 점,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 불법 체류 중 뜻밖의 사고로 인해 가해자로 돌변한 이야기 등이 인종 차별과 혐오를 유발하는 캐릭터로 표현됐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흑인 차별 영화도 인종 차별 영화라고 할 수 있는지, 한국 사회에 있는 이주 노동자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을 뿐이라는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합니다. 우리 사회 다문화 가족의 모습을 반영한 미디어 보도는 사회적 관심을 촉발할 수 있기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미디어에 왜곡되거나 정형화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다문화 가족은 미국, 유럽 출신의 백인을 전문직 직업을 가진 동경의 대상으로,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계는 가난하고 학력이 낮은 불법 체류자로 표현해 동정심을 유발합니다. 또 결혼 이주 여성들은 가난한 나라 출신에 학력도 낮고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소외된 모습으로, 다문화 가족 자녀의 경우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차별받는 모습으로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이처럼 아직 대중 매체는 특정 국가와 인종을 위계적으로 구분하고 ‘온정주의’, ‘타자화’, ‘내재화된 오리엔탈리즘’으로 미디어 프레임 유형을 국한하고 있어 다문화 가족에 대한 미디어의 차별적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는 다문화주의의 요소인 문화의 다양성 인식과 존중, 문화 간의 차이 인정, 타 문화의 사회적 기여 인정 등의 가치를 포용하지 못하고 있어 사회적 편견과 고정 관념 형성 등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렇기에 국가, 민족, 종교, 언어, 피부색 등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사회 구성원과의 공존을 위한 상호 존중의 가치를 담은 대중 매체의 순기능 회복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해와 배려가 바탕이 되지 않은 관심은상처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가족에 대한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던 어느 지자체 A 시장의 인종주의적 혐오와 차별 발언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600여 명이 참석한 다문화 가족 행사에서 A 시장은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 강세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자 A 시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라며 참석한 다문화 가족을 띄워 주기 위해 한 이야기라는 해명을 내놓아 더 큰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A 시장은 발언의 문제를 넘어서 자신이 가진 인식의 문제라는 점조차 인지하지 못한 듯했습니다. 발언 속에 담긴 혐오적 표현과 다문화 가족 자녀들을 우리 사회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치부한 인식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의 그릇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 다문화 가족에게 비수가 되어 꽂혔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다문화 가족의 다름에 대한 이해와 상호 존중의 가치가 바탕이 되지 않은 관심은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또 다른 차별과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변화를 위한 시작은 관계 맺기입니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다문화 가족 실태 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결혼 이주 배우자의 한국 사회 거주 기간은 2015년 대비 10년 이상이 12.7% 증가했으며, 10년 미만 국내 거주자는 같은 기간 대비 2.8% 감소했습니다. 또한 가족 관계 수준이 향상되고, 한국 생활에 어려움이 없다는 비율이 4.2% 증가해 국내 체류의 장기화 현상이 두드러지며 한국 생활 적응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로움을 어려움으로 꼽는 비율이 5.6% 증가해 사회적 관계 형성과 정서적 지지의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문화 가족의 부모 역할 문제로 5세 이하 자녀를 가진 부모의 경우, 바쁘거나 아플 때 자녀를 돌봐 줄 사람이 없고 6~24세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경우에는 자녀의 학업, 진학, 진로 등에 대한 정보 부족과 학부모회 등의 활동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이주민의 한국 사회 정착의 핵심적 요인이 될 수 있는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와 문제를 파악함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동일 국가 출신의 선주민과 이주민의 모임, 다양한 이주 배경의 이주민 모임, 원래 거주자와 이주민의 모임 등 자연스러운 사회적 관계 맺기가 필요합니다.

다문화 가족 꼬리표로 생긴 낙인화
하지만 다름 속에 다수가 갖지 못한 강점이 가득
다문화 가족이라는 어휘 자체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차별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 중 13.4%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이유로는 53.5%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초·중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문화 가족 자녀 중 지난 1년간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자녀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조사한 결과 8.2%로 나타났는데 이전 조사 대비 3.2% 증가한 수치입니다. 가족 특성별로는 외국계 아버지를 둔 자녀의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가장 낮고, 기타 귀화자 가족 자녀보다는 결혼 이민자 가족 자녀가 두 배 이상의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 가구 소득별로는 대체로 소득이 낮을수록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높아져 취약 계층 다문화 가족의 자녀가 학교 폭력 문제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모델, 훌륭한 교사 혹은 뛰어난 운동선수도 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는 ‘다문화 가족의 자녀’라는 꼬리표를 달아 낙인을 찍어 그들의 정체성을 규정짓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다름 속에 다수가 갖지 못한 강점이 있습니다. 국가를 초월한 초국가적 환경과 문화 다양성 배경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자녀 교육의 특화된 강점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합니다.

마음을 잇고 생각을 나누면 행복이 보입니다
우리 사회는 단일 민족 지향성이 위축되고 혈통주의에 대한 가치가 약화되고 있는 한편 단일 민족 사회의 한계에 대한 인식은 분명해지고 있으나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은 확립되지 못하는 과도기적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가족주의 관점과 가족 형태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다시금 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이 스스로 다문화 가족에 대한 인식 점검의 기회가 되기도 했는데 현재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잠재되어 있던 편견들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개인 이기주의, 가족 이기주의, 사회 이기주의 모두 우리로 규정되지 않거나 이해관계가 다르면 배척하고 멀리하게 합니다. ‘나와 우리’를 이해시키고 동화하려 하지 말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서 공존하려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이미 국가 간 문화적 교류가 늘어나면서 세계 각국의 문화가 혼합되고 문화적 다양성과 보편성이 확대되어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미래 지향적 사고와 행동이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선을 긋고, 생각을 단절하면 결국 우리 사회의 귀중한 원동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맞는 의식을 갖추어 나아가야 하며 상호 존중하는 마음으로 생각을 나눠야 모든 가족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정주은
노원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무국장

가정과 건강 2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