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고 후회하는 부모를 위한 감정 조절 3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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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조절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는 부모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혜를 통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것’을 구별하고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별해야 합니다.

낮버밤반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낮에는 버럭 화를 내고 밤에는 반성한다’의 줄임말로 화내고 후회하는 작금의 부모의 양육 태도를 꼬집는 신조어입니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목소리가 커지고 행동도 훨씬 과격해집니다. 어른이나 부모에게 ‘당당하게’ 반항하기도 합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충동적으로 바뀝니다. 말과 행동이 매우 예민해집니다. 힘겨운 시기를 지나는 아이의 성장을 응원하기는 하지만 사춘기를 마치 무슨 특권처럼 여기는 것 같아 못마땅하기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능 발달은 완성에 가까워져 거짓말도 수준급으로 합니다. 때때로 어른 머리 꼭대기에 앉아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약이 오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춘기는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개성껏 드러냅니다. 내 속으로 낳았건만 온전히 수용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그럴 때마다 많은 부모님이 “매사 하는 짓이 탐탁지 않고, 눈에 거슬린다.”며 혀를 끌끌 찹니다. 또한 이런 아이들이 미덥지 못해 부모는 자꾸 간섭하게 됩니다. 부모가 간섭하면 할수록 사춘기 자녀는 예전과 달리 더 강하고 거칠게 반항하며 부모와 맞대응을 합니다.
   화 없이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화를 내지 않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도 없을 겁니다. 자녀는 이쁜 짓도 하지만 무수히 많은 미운 짓도 하니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감정 변화가 심한 사춘기 자녀와 소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세계적 감정연구가인 가트맨 박사에 따르면 사춘기는 변덕스럽고 감정 변화가 요동치는 게 정상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자녀의 격한 감정을 다 받아 주라고 충고까지 합니다. 왜냐면 모든 선택은 감정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이가 엉뚱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그들이 경험하는 감정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감정 조절이 되어야 행동 조절을 할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사춘기 자녀가 감정 조절을 잘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감정을 잘 다루는 부모
우리가 행복하려면 불편한 감정, 불안, 초조, 애처로움, 억울함, 절망, 좌절, 화, 분노 등 견디기 힘든 감정을 그럭저럭 잘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이런 감정을 잘 다루어 낸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잘 다룰 줄 알면 대체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삽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을 잘 다루려면 먼저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부모도 이런 불편한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어디서도 배워 보질 못했습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은 들키지 않아야 하기에 습관적으로 억눌러 놓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결과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서 모두가 미숙합니다. 미안한데 화를 내고, 섭섭하다고 등을 돌리고, 열 받는다고 마구 먹습니다. 3만큼 화가 났는데 10만큼 화를 내고 10만큼 화가 났는데도 표정은 웃고 있기도 합니다. 가끔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우리는 건강한 관계를 잃고, 서로의 감정과 존재에서 멀어져 정서적 연결이 끊어집니다. 연결이 끊기면 관계가 안전하지 않습니다.

사춘기, 정서적 혼란의 시기
사춘기가 되면 부모와 자녀 모두 불가피하게 정서적인 혼란의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사춘기에는 호르몬의 기습 공격과 전두엽의 리모델링으로 인해서 독특한 공격성과 충동성이 나타납니다. 사춘기의 뇌는 특히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가 한층 예민해지고, 감정 조절제라고 불리는 신경 안정제인 세로토닌이 성인이나 아동기 때보다 40% 적게 생성됩니다. 그리고 감정 흥분제인 도파민 수치도 일생에서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사춘기에는 감정 조절과 행동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잘했던 아이들도 정서적으로 퇴행되고, 자기 조절 능력이 뚝 떨어지게 되죠. 개인차는 있겠지만 사춘기를 질풍노도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화가 난다고 해서, 질투가 생긴다고 해서,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감정에는 좋고 나쁜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모두 소중하기 때문에 느끼면 안 되는 감정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화나는 감정’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화를 내는 방식’은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화를 내고 후회하기를 반복하는 부모라면 자신의 감정을 먼저 살피고 돌보았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감정은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화내고 후회하는 부모의 특징
화내고 후회하기를 반복하는 부모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화를 잘 내는 부모는 첫째, 감정에 무지합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매 순간 감정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그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격분하게 됩니다. 갑자기 화가 난 게 아니라 화가 나고 있었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화를 내고 뒤늦은 후회를 합니다. ‘화’도 ‘살짝 거슬림’이라는 아주 약한 단계의 화부터 격노하는 초강도의 화까지 촘촘한 단계가 있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지요. 자신이 알아차릴 수 있는 ‘감정의 변곡점’이 감정을 알아차리는 지점이 되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에 현재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 자신의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몸과 마음이 지쳐 감정 조절 능력이 바닥을 치기도 합니다. 오랜 상처가 응어리로 남아 있으면 상처를 보기도 보여 주기도 싫어서 화를 냅니다. 그러나 화가 났다는 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화는 계속 날 거예요. 작든 크든 스트레스를 쌓아 두지 말고 즉각 즉각 해소해 주세요.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그날의 스트레스는 그날에 풀어 주어야 건강합니다.
   셋째, 부모가 화내는 것이 사실 가장 간편한 양육 방식이기에 화내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화를 내고 소리치면 지금 당장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녀 마음에는 적개심이 쌓여 욕하고 때려도 안 듣는 지경까지 가게 될 겁니다. 아이의 문제 행동과 태도를 꼬집어 문제 삼고 뜯어고치려고 성급히 훈계만 한다면 사춘기의 뇌는 위협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더욱 격렬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흥분한 사춘기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맞대응을 합니다. 이때의 맞대응은 생존을 위한 절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춘기의 자녀가 격분하여 대들면 인내심 많은 부모라도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사춘기 자녀와 뜻이 충돌하면 할수록 화내지 말고 천천히 부드럽게 말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넷째, 자신이 화가 난 이유를 자녀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들은 화가 나는 이유를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바꾸려고 합니다. 아이가 좋은 말로는 잘 바뀌질 않으니 협박, 벌주기, 소리 지르기, 체벌 등을 동원합니다. 그러나 그건 반쪽짜리 이유입니다. 같은 행동이 그냥 넘겨지는 날들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화가 나는 진짜 이유는 뭘까요? 99%의 부모가 모르는 진짜 화나는 이유 2가지는 바로 기대와 열망인 욕구와 생각 습관입니다.

감정 읽기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오르락내리락하는 나도 모르는 내 마음 그러나 감정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알려 주는 단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일이 생기거나 상황에 놓이게 되면 들어온 자극에 대해 자동적 해석을 합니다. 그 해석이 감정과 연결되는 거죠. 예를 들면 자녀가 다니는 학원에서 자녀가 학원 수업에 빠졌다는 문자를 받았다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거예요. ‘뭐야, 땡땡이를 쳤다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도대체 어딜 쏘다니는 거야.’라는 자동적 생각을 했다면 말이죠. 그런데 자녀에게 급한 볼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화는 순식간에 사라질 거예요. 다시 말해서 학원에 빠진 자녀 때문에 화난 게 아니고 ‘허락도 안 받고 학원을 빠지고, 얼마짜리 수업인데 하는 본전 생각과 무책임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 때문에 화가 난 거지요.그 상황을 부모인 자신이 알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감정 조절의 3단계
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입니다. 자기 조절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는 부모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혜를 통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것’을 구별하고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별해야 합니다. 어렵다고요?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먼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차린다면 그리고 그 기분을 공감적으로 이해한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유익한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이 보내는 신호가 어떤 것인지 성찰해 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화가 날 때 아래 3단계로 감정 조절을 해 보세요.
▶ 감정 조절 1단계: 멈추기(STOP)
화가 났을 때 우리는 후회할 말과 행동을 하기 쉬운 상태에 놓입니다. 화가 난 것을 알아차리는 즉시 모든 말과 행동을 멈추세요. 그리고 화가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리세요. 다행히 모든 감정은 곱씹지만 않으면 감정이 사그라드는 데 보통 5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5분만 멈추면 됩니다. 그것도 어렵다면 5초만 Stop. 만약 5초가 지났는데도 화가 가라앉지 않고 진정하기 어렵다면 자신에게 진정할 시간을 더 주세요.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천천히 부드럽게 진정이 될 때까지 심호흡을 길게 하며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Stop만 해도 반 이상은 성공인 셈이죠.
▶ 감정 조절 2단계: 생각하기(Think)
상대의 말과 행동을 곱씹지 말고 화의 진짜 원인인 자신의 욕구를 찾아보세요. ‘왜 화가 났지?’, ‘진짜 원하는 것은 뭐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선택이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아야 자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멈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진짜 욕구를 채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욕구가 채워지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고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낍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반복되면 마음에 상처와 응어리가 남습니다. 지배적인 감정이 긍정적이 될 수 있도록 먼저 생각하고 부모와 자녀에게 유익한 선택을 해 주세요.
▶ 감정 조절 3단계: 표현하기(Do)
화난 이유를 찾았다면 자녀에게 그 이유를 진솔하게 말해 주세요. 그래야 관계가 안전해집니다. 정서적으로 연결되어야 관계가 안전해집니다. 존중받은 자녀는 자신의 속마음, 숨은 긍정적 의도까지 부모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소통하는 관계의 언어가 바로 공감입니다. 부모가 먼저 감정 조절을 하면 사춘기 자녀의 감정 조절에 큰 도움이 됩니다.
‘Stop-Think-Do’를 하려면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두 ‘되어져 가는 인간’입니다. 충분히 ‘잘 되어져 가는 과정’을 자녀와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너무 멋진 일입니다. 부모의 ‘Stop-Think-Do’는 자녀의 감정 조절력 향상을 위한 ‘Stop-Think-Do’가 될 것입니다.

이준숙
미래교육코칭연구소 소장

2024 가정과 건강 2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