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원정은 여러 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와 의미를 남겼다. 우선 국제사회에서 한국 재림교회 및 아드라코리아의 역할과 영향력을 증대할 수 있는 직접적 기회였다. 또한 아드라폴란드, 아드라슬로바키아 등 아드라인터네셔널과의 협력체계를 더욱 굳게 다지고, 추후 지원계획 등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사업의 외연을 더욱 확장할 수 있었다. 그간 아드라코리아가 자연재해 현장에는 대응팀을 파견한 적이 있지만, 전쟁 피해지역에 실무진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응팀은 주어진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의 접경지이자 난민이 가장 많이 모인 지역 중 한 곳인 제슈프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다양한 현지 지원활동을 펼쳤다.
특히 전쟁난민 지원의 체계를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살펴보며 만일 한반도에 유사 사태가 발생할 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로드맵을 미리 설계하는 기회로 삼기도 했다. 향후 사업의 방향성 제고를 위한 모색도 필요해 보였다. 귀국에 앞서 바르샤바 현지에서 아드라코리아 김익현 사무총장과 만났다.
▲ 공식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이번 대응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총평한다면?
–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폴란드와 슬로바키아를 왕복하면서 무려 20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국경인 프셰미실을 비롯해 2곳의 국경지역과 9곳의 쉘터(임시보호소)를 방문해 수많은 난민과 자원봉사자 및 운영 담당자를 만났다.
하루아침에 정든 집을 떠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언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 없는 나날을 보내는 난민들을 보면서 무척 안타까웠다. 그들의 여건과 처지가 너무 막막하다. 그러면서 ‘과연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물론 양식이나 안전한 거처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가장 필요한 것은 진심어린 위로와 희망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들에게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다.
▲ 이번 우크라이나 난민 대응 활동의 의미를 짚어본다면?
– 전쟁의 위험과 여전히 꺼지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거리적으로도 먼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런 부담에도 대응팀을 파견한 까닭은 그만큼 이번 분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아드라코리아도 이제는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관련 경험치를 누적함으로써 더 큰 준비가 요구된다. 각국의 아드라 상황을 점검하고, 프로젝트를 협업하며, 현장을 파악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다. 이번에 그런 일련의 업무를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기초를 닦았다.
한국이 단순히 자금만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무진과 봉사단을 파견해 현장에 직접 방문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지 관계자들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일차적으로 재정지원이 필요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현장을 체험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시민단체에게는 상당히 유익하고 중요한 일이다.
▲ 대응팀 파견을 통해 아드라코리아는 수혜국에서 공여 지원국으로의 외연을 더욱 공고히 확장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얻은 유익과 소득이 있다면?
– 주지하다시피 국제무대에서 한국 재림교회의 위상이 대단히 높아졌다. 교회의 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여러 분야에서 크게 발전했다. 세계적 위치와 역할이 점점 증대되고 있다. 이제 국제사회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으며, 기대치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전 세계 118개 아드라 회원국 가운데 아드라코리아의 기여가 대단히 컸다. 북미와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후원도 했다. 성도들의 넉넉한 후원과 기도에 힘입은 결과다.
과거 우리가 국제사회로부터 받았던 원조와 도움이 우리의 성장동력이자 밑거름이 되어주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가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교회의 성장과 부흥을 토대로 이제 국제사회의 성숙한 일원으로서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고, 그에 걸맞는 활동과 지원을 해야 한다. 그 또한 지구촌 구성원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다.
이번 경험은 우리가 그런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뜻깊다. 이제 우리의 시선을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 앞으로의 사업 영역 확장과 방향성 제고를 위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
– 기존 사업 외에도 난민을 위한 지원사업을 강화하고,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대한민국은 분단국가이자 여전히 휴전 상태다. 어쩌면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국가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급작스런 상황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분야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전문성을 갖춰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아울러 방글라데시, 베네수엘라, 시리아 등 국제사회의 난민지원 활동에도 특화된 맞춤형 시스템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에는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을 위한 지원사업에 착수한다. ‘인력’ ‘재정’ ‘사업’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과 체계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 오스트리아 비엔나한인교회, 독일 프랑크푸르트한인교회 등 유럽 한인청년들과의 연합 봉사는 새로운 사역의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 만약 이번에 대응팀만 왔더라면 활동에 상당한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비록 소수지만, 유럽 내 한인성도들의 마음과 헌신이 아드라의 지원활동에 어우러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안했는데, 선뜻 응해주셨다. 대단히 감사한다. 음악, 통역, 구호물자 패킹, 난민보호 등 그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큰 감동과 위로를 선사했다.
그들의 봉사는 또다른 희망의 메시지였다. 어려움에 있는 난민들에게는 지구촌 어딘가에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연대의 상징이 되었고, 교단적으로는 앞으로 우리 교회를 책임지고 이끌어 갈 청년들의 헌신과 희생이 고무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가 밝다는 희망을 보았다.
앞서 유럽한인교회 연합전도회로 일정을 맞추기가 힘들고, 직업활동과 학업으로 분주한 일상이었을 텐데 13시간 이상의 거리를 기꺼이 달려와 준 재림청년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그들의 참여가 아드라 해외사업에 매우 좋은 선례를 남겼다. 앞으로도 현지 한인교회와 연합해 이런 봉사와 사역을 펼친다면 더 큰 시너지효과를 이룰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봤다.
▲ 우크라이나 전쟁난민 및 현지 교회의 재건과 복구에 대한 향후 지원계획은?
– 현장에 직접 와서 확인한 것 중 제일 큰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다. 어쩌면 전쟁이 끝난 후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귀국하면 당장 아드라우크라이나 및 인터네셔널 네트워크와 협력해 전쟁이 끝나면 현지 교회와 성도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 방안을 모색하고,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할 것이다. 전쟁 종료와 함께 현지 지원사업을 즉시 시작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복구가 시작되면 훨씬 더 많은 인적, 물적 자원과 성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아드라코리아와 해외긴급구호사업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거듭 당부드린다. 여러분의 후원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도움을 애타게 기다리는 지구촌 이웃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끝으로 한국 재림교회 성도와 후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아드라코리아의 사업에 넉넉한 관심과 후원의 손길을 보내주신 모든 분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난민을 돕기 위한 이번 후원활동에 보내주신 도움과 뜨거운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계층에서 참여해주셨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분이 힘을 실어주셨다. 개인은 물론 교회와 기관, 단체와 사업장에서도 큰 관심을 보여주셨다.
바라기는 재정적 헌신과 기도의 응원이 그치지 않길 원한다. 임시보호소에서 불안한 시선으로 우리를 응시하던 난민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작은 것에도 고맙다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자신들을 위해 기도해달라던 절절한 호소가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잠시의 만남을 위해 자신의 안위를 뒤로한 채, 먼 길을 달려온 우크라이나연합회장 노소브 스타니슬라브 목사와 호프채널 담당자 막심 크룹스키 목사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자신들을 기다리는, 자신이 도와야 할 사람들을 위해 다시 국경을 넘어 전쟁터로 향하던 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어쩌면 영적 대쟁투의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 하늘 가는 여정의 ‘난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국가를 떠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난민과 현지에 남아 전쟁의 한가운데 서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기도를 부탁드린다. 특별히 자원봉사자들이 지치지 않도록, 그들을 돕는 재정과 후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 아직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지속적인 기도와 관심 그리고 후원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