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의 증거들에 매달렸사오니 여호와여 내가 수치를 당하지 말게 하소서”(시 119:31).
고난에서 은혜로
4연의 전반부(25~28절)의 주제가 고난이라면, 후반부(29~32절)의 주제는 은혜입니다. 히브리어 원문은 이 구분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25~28절은 모두 히브리어 철자 “카프”로 끝나고, 29~32절은 모두 히브리어 철자 “요드”로 끝납니다. 이 시가 이렇게 카프에서 요드로 변한 것처럼, 시인의 영혼은 진토에 붙어 뒹구는 상태에서 시작했다가 마음이 넓어져서 벌떡 일어나 달려 나가는 모습으로 전환됩니다.
어떻게 가능한가?
시인은 진창에서 도무지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이지만 주의 말씀에 매달리고 있습니다(25, 31절). 25절의 “붙었사오니”와 31절의 “매달렸사오니”는 “다바크”라는 동일한 히브리어 동사입니다. 이것은 아교를 바른 어떤 물건이 또 다른 물건에 딱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인이 진창에 붙어 있어 고난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일 때, 그는 하나님의 율법에 딱 달라붙었고, 그 율법과 굳게 밀착되어 있기에 그 무엇도 자신을 주의 말씀에서 떼어낼 수 없다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시인의 영혼이 주의 말씀에 달라붙어 매달려서 주의 말씀을 배우자(25절) 그는 주의 법도의 길을 깨달으며 주의 기이한 일을 읊조리게 되었습니다(27절). 다윗은 주의 말씀이 베푸는 은혜를 경험하게 되었고(29절), 성실한 길 곧 하나님께 충성된 길을 택하고 주의 규례를 자기 앞에 두었으며(30절), 너른 마음을 가지고 주의 계명을 향해 달려가게 되었습니다(32절).
또, 31절의 매달림 곧 “다바크”는 하나 됨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히, 다바크) 둘이 한 몸을 이룬다는 말씀과 연결이 됩니다(창 2:24). 그러므로 하나님과 시인이 하나 되었음을 기정사실로 한다면, 바로 이어지는 31절 후반절의 수치를 당치 않게 해달라는 간청은 시인 자신을 고통 가운데서 구원하지 않으면 하나님 자신이 수치를 당하게 되신다는 암시를 포함하는 간청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께서는 역설적으로 예언의 말씀대로 수치를 당하심으로 말씀에 매달려 사는 시인과 우리를 수치에서 구해 주셨습니다. 이런 주를 생각하면 우리의 마음이 어찌 넓어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기도) 주의 말씀에 매달렸사오니 주의 말씀대로 저를 세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