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삼육대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안형진 씨. ‘능동적 시민성의 입장에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013년 3월 입학 후 7년 반 만에 맺은 결실이다.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안 씨는 대학 시절부터 한국장애인연맹(한국DPI) 등에서 활동하며 장애 대학생 교육권 운동을 해왔다. 학부 졸업 후에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복지학에 관심을 갖고 박사과정에 진학하게 됐다.
듣는 건 문제가 없지만, 말하고 쓰는 것이 불편했다.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보조 장치를 활용해 발표 수업에 참여했고, 교내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수업 도우미 제도를 활용해 대필 도움을 받으며 어렵게 학업을 이어왔다. 논문 심사 역시 인터뷰 대신 서면으로 진행할 정도로 장애 정도가 중증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진지하고 악착같이 공부하는 학생이었다는 게 지도교수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사회복지학과 윤재영 교수는 “장애 당사자이기 때문에 장애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의식이 강한 학생이었다”며 “졸업까지 7년이 넘게 걸린 것도 장애 때문만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론을 활용하거나 깊이 있는 연구를 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의 졸업논문은 자립적 삶을 사는 것만이 바람직한 시민이라는 ‘자유주의 시민성’에 근거한 현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비판하고, 인간의 본질은 의존이라는 ‘능동적 시민성’에 기초해 대안적 방향을 제시한 논문으로 주목받았다.
윤 교수는 “철학적 입장을 통해 정책이나 제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규범을 제시한 규범적 정책 분석 논문”이라며 “이 같은 연구방법은 사회복지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을 통틀어서도 매우 드문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 논문은 심사위원들로부터 거의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안 씨는 “때론 형님처럼, 때론 동지처럼 저의 모든 면면을 살펴주시고 지도해주신 교수님들과 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도움에 특별히 감사하다”며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끝까지 해내는 것이 또 다른 장애운동이라면서 힘을 주신 여러 장애 운동계 선후배님들의 응원과 지지에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소박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깊은 사색과 공부를 통해 더욱더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 코로나 여파에 ‘학위수여식 없는 졸업’
한편, 삼육대(총장 김일목)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이날로 예정했던 2019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 공식 행사를 취소했다. 대신 이날 학교를 찾은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학사복과 학사모를 대여했다. 대강당 외벽에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어 졸업식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학위기는 각 학과 사무실에서 배포했고, 학교에 오지 못하는 학생들은 자택으로 우편 발송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선별진료소도 교내 곳곳에서 운영했다. 교내 출입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고, 체온 측정 후 스티커를 부착해야 건물 및 강의실에 출입할 수 있게 했다. 일부 학과별로 열린 소규모 행사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진행됐다. 공식 행사는 취소됐지만, 학생들은 가족과 친지, 동기, 선후배와 함께 학교를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지도교수를 만나는 등 개별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아쉬움을 달랬다.
학위를 받은 졸업생은 △학사 267명 △일반대학원 박사 9명, 석사 15명 △신학전문대학원 박사 1명 △신학대학원 석사 3명 △경영대학원 석사 6명 △임상간호대학원 석사 5명 등 총 306명이다. 중국, 필리핀 등 출신 외국인 학생 6명과 장애학생 5명도 영광의 학사모를 썼다.
김일목 총장은 학교 홈페이지에 축사를 게시해 졸업생들의 앞날을 축복했다. 김 총장은 “‘포스트(post) 코로나’를 넘어 ‘위드(with) 코로나’를 말하는 시대”라며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코로나와 공존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드 코로나 시대에 중요한 자질은 개인의 우수성보다는 협업 능력, 신속하게 변하는 사회 패러다임에 적응하는 대응력과 유연성, 그리고 상대방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라며 “졸업 후에도 이러한 자질을 계발하여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물로 창의적인 미래를 열어가길 바란다”고 축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