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는 올 여름방학 동안 서해삼육초, 광천, 고북, 덕산, 서천, 조치원, 홍성, 홍성장곡, 은하참사랑 등 11곳에 봉사대를 파견했다. 학생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무더위에도 지역교회의 여름성경학교를 인도하며 선교활동을 조력했다. 봉사대에는 전교생의 절반이 넘는 연인원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처럼 대규모 봉사대를 보낸 것은 3년 만이다.
충북 영동군 양산면. ‘한국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경치가 수려하고, ‘과일의 고장’이라 할 만큼 달콤하고 맛있는 과일이 유명한 고장이다. 이 마을의 끝자락에 호탄하늘숲교회(담임목사 손지용)가 자리하고 있다.
평균출석생이 60~70명 남짓한 농촌 교회지만, 지난해 예배당을 신축하며 새로운 열정과 비전으로 선교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교회가 요얼마간 시끌벅적했다. 참새 같은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까르르 웃음소리가 온종일 창밖 너머까지 들려왔다. 서해삼육고등학교 봉사대(지도목사 김은로 / 대장 김세준)가 찾아오면서다.
교회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여름성경학교를 열었다. ‘예수님을 만나요’라는 주제로 진행한 행사에는 연일 30명 안팎의 어린이가 찾아와 ‘예수님을 만났다’. 기존 신자 자녀 외에도 인근 초등학교에서 온 아이들, 방학을 맞아 할머니댁에 온 아이 등 구성원도 다양했다. 이들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변함없는 사랑과 다시 오신다는 약속을 가슴에 새겼다. 함께 입을 모아 찬양하고, 손뼉을 치며 율동도 했다. 의젓하게 기도하는 법도 배웠다.
어린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서해삼육고 봉사대원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성경학교는 11일부터였지만, 대원들은 이틀 전부터 미리 와 준비물을 정비하고, 프로그램을 점검했다. 교회 안팎에 환영 장식품을 붙이고, 실수가 없도록 손놀이의 동선을 맞추고, 수공품을 조립했다. 전체적인 일정을 짜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며 꼼꼼하게 계획했다. 교회로 찾아오는 소중한 아이들을 소홀히 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 봉사대에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8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대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냈다. 이때만큼은 일개 고등학생이 아닌, 교사라는 생각으로 책임감과 사명감을 품고 주어진 역할에 임했다.
집에서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을 시간에 기상해 아침예배를 드리고, 식사하고, 하루를 준비했다. 성경학교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데, 교회 문도 열기 전인 8시30분부터 와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어서 서둘러야 했다. 정규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더 정신없었다. 반별로 나뉘어 성경공부를 하고, 수공을 지도하고, 전체가 모여 레크리에이션을 했다. 비가 내리면 실내 활동을, 맑게 갠 날에는 인근 마달피수련원으로 장소를 옮겨 물놀이를 하기도 했다.
저녁식사 후에는 하루의 일과를 돌아보며 잘한 점과 부족했던 점을 피드백하고, 다음날 진행할 순서를 준비했다. 그러다 보면 자정이 가까워지기 일쑤였다. 새벽 3시에 잠자리에 든 날도 있다. 그래도 행복하고 보람 있었다.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어 늦은 시간까지 교회에 남아있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뿌듯했다.
친구의 권유로 참여했다는 남영우(3학년) 군은 “성경학교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어 지원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많아 깜짝 놀랐다. 힘이 들다가도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면 다시 에너지가 생긴다. 신학과를 지망할 생각인데, 대학에 가서도 이런 활동을 많이 하려 한다. 그 경험을 미리 하는 것 같아 유익하다”고 말했다.
대장으로 봉사한 김세준(3학년) 군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봉사대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는 고3이라도 꼭 해보고 싶어 지원했다. 대원들이 모두 착하고 협조를 잘해줘서 어렵지는 않다. 오히려 부쩍 친해진 것 같아 더 좋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의 추억을 하나 더 갖게 돼 의미 있다. 모두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서효은(3학년) 양에게는 이번 활동이 더 각별했다. 목회자인 아버지를 따라 과거 영동지역에서 5년 동안 살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서 지원했다는 그는 “어려서 와 봤던 교회에서 봉사하니 느낌이 새롭다. 그동안 학업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곳에서 부담을 많이 씻어낸 것 같아 감사하다. 아이들을 가르친다기보다 내가 배우는 게 더 많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 양은 “교사로서 내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성경을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게 소개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하루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에 다니지 않던 아이들이 기억절을 암송하고, 자연스럽게 찬양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우리가 돌아가더라도 계속 교회에 남아 예수님과 동행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동권(2학년) 군은 “아이들의 꾸밈 없고 순수한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런 마음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평소 성격이 소심한 편인데, 봉사대 활동을 통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뀌게 됐다. 처음에는 약간 낯설고 어색했는데, 이제는 재밌다. 활동 기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기대했다.
인터뷰를 하는 그 짧은 시간에도, 아이들은 ‘선생님’의 팔을 붙들고 무언가를 하자고 보채기도 하고, 조잘조잘 묻기도 했다. 이들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지 체감됐다.
“살아계신 예수님 만나본 적 있나요 / 성경속에 기적들을 경험해본 적 있나요
들리는 대로 쓰여진 글로만 알던 이야기 / 이젠 나의 이야기 시작해볼까요 …”
올 여름성경학교 주제가 ‘놀라운 이야기’의 가사처럼 호탄하늘숲교회에서는 예수님을 만난 후 달라진 아이들의 놀라운 이야기가 그렇게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