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보건용마스크를 좀처럼 구하기 어렵게 됐다. 그는 집에 있던 오가닉 천을 이용해 면마스크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방법은 인터넷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손자들을 위해 하나둘 만들다보니 어느덧 손에 익었다. 모양새도 맵시 있고 예뻤다. 생각은 교우들과 함께 마스크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눴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재료를 구할 수 없었다. 면마스크도 감염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며 원단이 동이 났다. 그때 마침 교회 지하에 있던 재봉틀이 떠올랐다. 예전에 봉재업체를 운영했던 이영애 집사가 공업용 재봉틀을 설치해 놓은 것이었다. 김 집사는 곧장 전화를 걸어 “면마스크를 만들어 기부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 집사 역시 “안 그래도 뭔가를 해야겠는데, 뭘 할지 몰라 고민이었다. 정말 좋은 생각”이라며 흔쾌히 동의했다. 게다가 마스크를 충분히 만들만큼의 최고급 원단도 갖고 있었다. 내각교회의 수제 면마스크 봉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먼지 쌓여 있던 재봉틀 5대가 해외선교사와 취약계층 이웃을 위한 기적의 도구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우선 교인과 구도자 등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미싱을 돌렸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이웃들에게도 나눴다. 그즈음 해외선교사에게도 마스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교사를 위해 마스크를 만들어 기부하면 좋을 거 같았다. 입소문이 나며 취지에 공감한 성도들이 하나둘 합류했다. 많은 날은 15명, 적은 날은 5명씩 교회에 모였다.
“지금 같은 때, 누군가를 위해 뭐라도 할 수 있다는 게 무척 행복하다”며 팔을 걷었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려 피곤했을 텐데도 퇴근 후 곧장 달려와 일손을 보태는 이들도 많았다. 한동안 잠잠하던 교회에도 활력이 돌았다.
그렇게 2주 동안 만든 면마스크가 1000개가 넘는다. 내각교회는 그 중 500개를 해외선교사들을 위해 합회에 기증했다. 세척해도 기능상 문제가 없어 반복 사용이 가능한 필터교체형 면마스크로, 삽입용 필터 20개와 세트로 구성해 효용성을 높였다. 나머지 물량도 구도자와 지역사회 취약계층 주민들에게 나눴다.
참여한 봉사자들은 “힘은 들어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예배나 집회를 열지 못해 자칫 신앙이 흐트러질 수 있는데, 이런 나눔의 기회를 통해 오히려 신앙이 더 굳건해졌다. 봉사를 하면서 다 같이 한 마음이 되는 귀한 경험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임승우 목사는 “무엇보다 성도들의 수고와 헌신이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감염예방을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모여 일하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마치 제 일처럼 나서 동참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마스크를 받게 될 해외선교사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임 목사는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여전히 여러분을 기억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힘들지만 더욱 확고한 믿음으로 잘 이겨내고, 희망을 놓지 않길 바란다. 여러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기도하고 있다”고 응원했다.
김유영 집사와 이영애 집사는 “자신의 유익이 아닌, 오직 복음전파를 위해 애쓰고 있는 여러분의 헌신에 감사한다. 임무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두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도 해외선교사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여러분의 손길을 통해 누군가 예수님을 발견하고,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엄중한 사명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내각교회는 그동안 무료마사지, 반찬봉사 등 다양한 감화력사업을 진행해왔다. 코로나 감염증이 확산하자 천연 손청결제 300개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무료 증정했으며, 지금도 틈틈이 마스크를 만들어 나누고 있다. 사태가 진정되면 마을 정화사업과 사랑의 헌혈 등 이웃사랑을 더욱 다양하게 실천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