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에서 금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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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체 성인 중 약 1,000만 명이 흡연자로 알려져 있다. 이때 ‘흡연자’란 평생 담배 5갑(100개비) 이상을 피웠고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1998년 이후 점차 감소하였는데 최근 그 감소 추세가 정체된 상태이고, 성인 여성의 흡연율은 1998년을 기준으로 2017년에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청소년의 흡연율 역시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2017년도에는 전년도 대비 남녀 학생 모두에서 소폭 증가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남학생의 흡연율이 여학생보다 높다.

흡연의 건강 위해성
담배 연기에는 약 4,700여 종의 화학 물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중에는 섬모의 운동을 방해하고 기관지를 자극하여 염증을 유발하는 자극 물질과 세포 내에 침투하여 암을 유발하는 40여 종의 발암 물질, 니코틴과 같이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 그리고 일산화 탄소가 고농도로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담배의 각종 독성 물질은 담배 연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고 인체의 모든 세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담뱃잎에 함유되어 있는 대표적인 알칼로이드인 니코틴은 인체 내에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흥분을 일으켜 신경 전달 물질의 유리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코틴은 자극과 이완 작용을 모두 발현하는데 각성, 초조감 완화, 골격근 이완 등을 유발하며 말초 작용으로 신경절을 자극, 빈맥, 혈압 상승, 위장관 운동 저하 등의 현상을 유발한다. 담배 한 개비에 니코틴은 대략 1mg 정도 함유되어 있으며, 몸 밖으로 완전히 배출되는 데 405일이 소요된다. 니코틴은 대한 내성은 말초 작용에서 중추 작용 순으로 신속하게 나타나고 탐닉성이 매우 커서 육체적, 정신적 의존성을 유발한다. 금단 증상으로는 니코틴에 대한 갈망, 불안, 초조 및 식욕 증가가 약 2~3주 정도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니코틴의 급성 독성으로는 오심, 구토, 진전, 불면, 신경증, 심장 자극, 부정맥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담배 연기 중의 타르와 일산화 탄소는 동맥 내벽에 장기적인 손상을 일으키며, 염증 상태를 유도하고 동맥 경화를 유발한다. 염증 반응으로 형성된 동맥 경화반(plaque)은 혈관을 막아 심근 경색이나 뇌경색으로 위험을 2~3배가량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산화 탄소는 혈액 내에서 산소보다 헤모글로빈에 100배 정도 잘 결합하여 혈액 내 산소의 유효 농도를 저하시키는데 담배 연기가 가득 찬 방에 오래 있을 때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멍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수 있다.
흡연은 고지혈증 및 당뇨병 유발과도 관련되어 있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은 담배로 인해 발생하는 폐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폐기종과 만성 기관지염을 의미한다. 흡연은 만성적인 기침, 가래,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흡연량과 흡연 기간에 비례하여 만성 폐쇄성 폐 질환 발생 위험도가 높아진다. 담배가 탈 때 발생하는 여러 발암 물질이 접촉하기 쉬운 구강과 후두, 식도, 폐에는 흡연과 관련된 암이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암 물질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방광, 위, 자궁 경부, 간에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전자 담배와 관련된 논란
일반 담배 외에 신종 담배들이 등장하면서 흡연자들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전자 담배의 평생 사용률은 2016년 남자가 18.2%, 여자가 2.4%이다. 액상형 전자 담배와 궐련형 전자 담배 모두 니코틴을 함유한 제품이며, 장기적인 안전성이나 금연 보조 효과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오랜 기간 우리나라에는 불을 붙여서 연기를 마시는 일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십 수년 전부터 니코틴 용액을 기체로 마시는(액상형) 전자 담배가 유통되었고, 2017년 여름부터 궐련형 전자 담배라고 하는 새로운 담배가 유행하고 있다. 신종 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롭고 냄새가 없으며, 금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금연을 방해하는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러한 전자 담배의 사용은 금연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심혈관 질환 사망률에 있어서도 금연자의 수준에까지 도달하지 못하였다. 국내에서는 두 제품을 모두 전자 담배로 칭하고 있으나, 궐련형 전자 담배는 일반 담배에 가까운 제품이기에 혼동을 막기 위해 가열 담배로 부르는 것이 더 낫다.
흡연 장소가 줄고 금연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액상형 전자 담배나 궐련형 전자 담배와 같은 신종 담배를 찾는 흡연자가 많아졌다. 새로 출시된 담배들이 건강에 해롭다는 확실한 결론이 나기까지 수십 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신종 담배가 장기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알기 어렵다. 담배를 끊어야 할 사람들이 일반 담배 대신 신종 담배를 택하면서 금연할 기회를 놓치거나 금연 시기가 지연되는 안타까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모든 종류의 담배는 피우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금연을 시작할 때는 효과가 이미 증명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금연의 건강 증진 효과
금연하는 즉시로 건강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하여 수년 후부터는 흡연에 따른 합병증도 감소한다. 20분 금연하면 혈압과 맥박이 낮아진다. 12시간 금연하면 혈중 산소량이 정상 수준으로 상승하고 일산화 탄소량이 정상 수준으로 감소한다. 2주~3개월 금연하면 혈액 순환과 폐 기능이 좋아진다. 1~9개월 금연하면 흡연으로 인한 기침, 숨찬 증상이 줄어든다. 1년 금연하면 심근 경색 발병 위험이 흡연자의 1/2 정도로 감소한다. 2~5년 금연하면 뇌졸중 발병 위험이 비흡연자와 비슷해진다. 5년 금연하면 구강, 인후, 식도, 방광에 암이 생길 확률이 흡연자의 1/2 정도로 감소한다. 10년 금연하면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흡연자의 1/2 정도로 감소한다. 11년 이상 금연하면 여성의 경우 한 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과 전체 암 발생 위험도가 비슷해진다. 15년 금연하면 관상 동맥 질환에 걸릴 위험이 한 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과 비슷해진다. 20년 금연하면 여성의 경우 전체 사망 위험이 한 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과 비슷해진다. 21년 이상 금연하면 남성의 경우 전체 암 발생 위험이 한 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과 비슷해진다.
또한 흡연량을 줄인다고(감연, 減煙) 하여 위해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담배를 줄이기보다는 완전히 금연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금연을 하면 심뇌혈관 질환(심근 경색, 뇌졸중)의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으나 흡연량을 줄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감연이 아닌 금연이다. 많은 연구를 종합한 결과, 담배를 하루에 한 개비 피는 사람은 안 피는 사람보다 관상 동맥 질환 및 뇌졸중 발생 위험이 1.5배 더 높았다. 즉 하루에 한 개비의 담배만 피워도 관상 동맥 질환과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증가했으므로 담배를 줄이기보다는 완전히 금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금연할 것인가?
1. 담배를 끊기 위해서 그리고 오랜 기간 금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약물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금단 증상 및 대처 방법을 미리 알아 두면 금연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본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할 때 불과 3~5%의 사람만이 1년 동안 금연을 유지할 수 있다.
2. 금연 후에 재흡연을 하게 되는 주요 원인은 크게 금단 증상과 이로 인한 흡연 갈망(craving)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담배의 중독성이 강한 이유는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니코틴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여 쾌감을 느끼게 한다. 흡연으로 보상 회로가 자극되면 뇌는 같은 행동을 하여 지속적인 쾌감을 느끼도록 하고, 이러한 반복이 ‘니코틴 중독’을 유발한다.
3. 금단 증상으로는 금연 24시간 이내에 초조, 욕구 불만, 분노, 불안, 집중력 저하, 식욕 증가, 우울한 기분, 불면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증상은 금연 후 1주 이내에 최고조에 이르고, 2~4주 동안 지속되며, 개인에 따라서는 수 주에서 수 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금단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면 금연 성공률 또한 훨씬 올릴 수 있다.
4. 신경과민이나 불안, 우울, 두통 등의 증상이 있으면 심호흡하면서 긴장을 완화하기,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등이 도움이 된다. 불면이나 피로감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의 섭취량을 감소시키고, 무리한 일을 피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갈증이나 치은(잇몸), 혀의 통증 등이 발생할 때에는 물을 많이 마시고 껌을 씹거나 심호흡, 양치질 등이 도움이 된다. 금단 증상의 완화를 위해서 약물 요법, 즉 니코틴 대체 요법이나 금연 보조 약물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요법에도 불구하고 금연 유지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흡연하는 습관이 기상, 식사, 독서, TV 시청, 커피 음용 등 여러 일상생활과 연결되어 있어 흡연의 욕구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상적인 활동과의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약물 요법 외에도 생활 습관의 변화, 주위 사람들의 정서적 지지 등이 필요하다.
5. 흡연 욕구는 실제 흡연을 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몇 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이를 미리 인식하고 흡연 욕구가 생겼을 때 바로 반응하지 않고 참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냥 참을 수 없는 경우에는 무설탕 껌이나 신선한 채소, 해바라기씨와 같은 간식을 준비하여 활용하면 좋다. 시원한 물이 구강 내의 감각을 변화시켜 흡연 욕구를 진정시킴에 있어서 도움이 된다. 흡연 욕구가 생겼을 때 다른 활동을 하여 주의를 전환하는 것, 즉 운동이나 가벼운 샤워,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수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심호흡은 대부분의 흡연자가 연기를 깊숙이 들이마시는 습관을 대체하여 오히려 뇌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면서도 흡연 욕구와 금단 증상을 완화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유혹을 피하기 위해 흡연하는 자리나 술 마시는 자리는 피하고, 술이나 커피 대신 물이나 주스를 마시며,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등의 신체적 운동을 시작하여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드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여러 차례 금연에 실패한 경험이 있거나 금단 증상이 심했던 경우라면 상기와 같은 노력과 아울러 니코틴 의존성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충재
약학 박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 교수

가정과 건강 6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