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장터를 넘어 잔치로’ 호남 도농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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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호남 도농축제는 ‘새끼 꼬기 대회’ 등 추억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호평 받았다.

지난달 29일 오전 10시30분, 호남삼육중고 운동장. 기자의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가 활기차다. 펄럭이는 만국기 아래에서는 벌써부터 1500여 명의 성도가 부스를 바삐 오가며 농산물을 사고팔았다. ‘2023 호남합회 노동나눔축제’는 그렇게 시작됐다. 

무등교회 서명수 목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사열대 앞 메인무대로 기자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파란색 방수천으로 만든 무대 위에 20여 명의 성도가 서 있었다. 저마다의 손에는 번호가 표시된 바가지를 들고 있었다. 무대 앞에서 영원한복음교회 권정행 목사가 오래된 유물을 손에 들고 설명했다. 

“이 기와는 제가 중국에 선교하러 갔다가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청나라 시대의 기와입니다. 여기 앞부분을 자세히 보시면 문양이 얼마나 섬세하게 새겨져 있는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안에 가만히 두시기만 해도 장식품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권 목사의 설명이 끝나자 서명수 목사가 크게 외쳤다. “경매가 2만 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탐색전이 끝나자 무대 안의 성도들이 바가지를 높이 들고 호가(呼價) 부르기 시작했다. “2만1000원!” 2만2000원“ 점점 놓아지던 호가는 3만 원에서 멈췄다. 다음 물품은 호남합회장 장원관 목사가 기증한 서류가방이었다. 다시 한 번 여기저기서 호가가 터져 나왔다.

이날의 자선경매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총 100만 원. 전액 호남합회 평실협의 장학사업에 사용된다. 자선경매를 기획한 상향교회 차성민 집사는 “도농축제가 농산물을 사고파는 장터의 개념을 넘어 모두가 참여하고 또 도움을 줄 수 있는 축제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준비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현장 – ‘장터를 넘어 잔치로’ 호남 도농축제

 

점심시간.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푸드코트에서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치이익’하며 채소전 부치는 소리가 걸음을 절로 재촉하게 했다. ‘겉바속촉’하고 따뜻한 부침을 입안 가득 채워 넣자 도농축제는 말 그대로 잔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소한 기름을 양껏 먹은 탓일까 뱃속이 살짝 느끼했다. 

대각선 방향으로 15m 떨어진 부스에서 채소육개장을 팔고 있었다. 우엉, 고사리 등 재료를 아낌없이 넣은 육개장은 칼칼하면서도 국물 맛이 깊어 느끼한 속을 달래줬다. 뿐만 아니다. 푸드코트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자장면부터 버섯탕수, 만둣국, 팥죽 등 산해진미로 가득했다.

맞은편에는 단감, 샤인머스캣 등 과일은 물론 시원달콤한 식혜와 슬러시 등 디저트거리가 즐비했다. 부스를 차린 교회들의 사연도 각양각색이었다. 광주남선교회는 내년 1월 대만 봉사대 활동비 마련을 위해 소떡소떡 꼬치를, 호남여성협회는 나누리전도단의 방글라데시 전도회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채소전과 어묵을 판매했다. 운동장을 가득 채운 80여 개의 부스에는 쌀, 과일 같은 농산물을 비롯해 매실청, 꿀, 배즙 등 제조품 그리고 직접 만든 공예품이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식사를 마치고 부스를 한 바퀴 돌아 다시 파란색의 메인무대에 이르자 이번엔 볏짚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서명수 목사의 목소리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여러분 제1회 새끼 꼬기 대회가 열립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가장 길게 새끼를 꼰 사람이 1등을 차지하는 대회다. 머리가 희끗한 참가자들은 시작 신호가 떨어지자 손바닥에 침을 ‘퉤’하고 뱉더니 익숙한 손놀림으로 새끼를 꼬기 시작했다. 옆에서는 손주들이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순식간에 타임아웃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승자와 패자를 가릴 시간. 간발의 차이로 승부가 갈렸지만 다들 환하게 웃으며 축하와 격려를 나눴다.


현장 – ‘장터를 넘어 잔치로’ 호남 도농축제

오히려 번외로 열린 어린이대회가 긴장감 넘쳤다. 한 번도 새끼를 꼬아본 적 없는 손주들에게 속성으로 요령을 알려주는 할아버지의 모습. 대회가 시작되자 당황한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는 꼬마의 모습에 보는 이들의 입꼬리가 하늘을 향했다. 이 외에도 행사장 곳곳에서 원반던지기, 물병 맞추기, 패널트킥 등 다양한 게임이 진행돼 지루할 틈이 없었다. 

어느덧 해가 기울고 음식도 동이 나기 시작했다. 축제를 마칠 시간이었다. 호남합회 평실협회장 지승구 장로의 폐회 선언 이후에도 성도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할 행운권 추첨이 남은 까닭이다. 사열대에서 관계자들이 행운권을 뽑아 발표할 때마다 함성과 탄식이 오갔다. 

경품의 몸집이 커질수록 분위기도 더욱 고조됐다. 인덕션으로 시작해 아이패드, 공기청정기, 냉동고, 임플란트 시술권 등 경품도 다양했다. 이제 모두 마칠 시간. 자리를 털고 일어나 행사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의자를 한 곳으로 모으고 쓰레기를 줍고 현수막을 걷었다. 그리고 1년 후를 기약했다. 

지승구 평실협회장은 “10회째를 맞아 축제다운 모습으로 기획했는데, 성도들께서 즐겁게 참여해 주셔서 가슴이 뿌듯하다. ‘자선경매’라든지 ‘새끼 꼬기 대회’처럼 처음 시도해 본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내년엔 다듬어서 더 큰 기쁨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더욱 알찬 도농축제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