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동해안 산불 한 달 … 울진교회의 안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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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교회는 화재 기간 소방대원과 이재민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며 나눔과 봉사의 손길을 펼쳤다.
“안녕하세요? 행복한 안식일입니다”라는 평범한 인사가 그 어느 때보다 가슴에 진하게 와 닿았다. 서로의 평강을 축원하는 성도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고통을 겪는 이웃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은 듯 다소 무거운 표정도 교차했다.

지그시 눈을 감고 ‘나의 마음 상하여서 슬피 울때에 약한 맘 더욱 약해 힘이들지만 자비의 주 예수님이 함께하시면 모든 슬픔 기쁨이 되리’라는 찬미의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하는 목소리에서 위기 속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변치 않는 약속이 읽혔다.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지난 2일 안식일 영남합회 울진교회(담임목사 남성실)를 찾았다. 동해안을 휩쓴 산불이 일어난 지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지난달 4일 오전 11시17분경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최초 발화한 이번 화재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와 피해를 남긴 산불로 기록됐다. 역대 최장인 213시간43분만에 주불이 진화됐으며, 울진군 4개 읍·면을 포함해 약 2만1000헥타아르 규모의 산림을 잃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택 353채와 농축산 시설 139개소, 공장 및 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31개소 등 모두 643개 건물이 불에 타 최소 2조5000억 원 규모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진화에 동원된 대원만 연인원 1만6000여 명에 이른다. 수많은 사람이 소중한 보금자리와 생활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했다.

울진은 그중에서도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었다. 소방당국 공식집계로 327가구 466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248가구의 주택이 소실되거나 파손됐다. 울진교회에서는 집이 전소되는 등 직접 피해를 본 교인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접촉했던 구도자 가운데 몇몇이 재해를 당했다.

재난 현장의 중심에 서 있던 성도들도 있다. 소방관으로 재직 중인 김이준 집사는 불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열흘 동안 퇴근도 하지 못한 채 화마와 싸웠다. 울진의료원에 근무하는 김보배 집사도 비상소집령에 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약사 이지훈 집사는 이재민과 소방대원,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휴일에도 문을 열고, 상비약 등 필요물품을 무상으로 제공해 귀감이 됐다.


현장 – 동해안 산불 한 달 … 울진교회의 안식일

남성실 목사는 마태복음 16장1~4절 말씀을 인용한 이날 설교에서 세상에 살되, 세상에 속하지 않고 구별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조명했다. 남 목사는 ‘참된 기적’이라는 제목의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먹이는 일은 어려운 게 아니었지만, 거룩하고 흠 없는 분께서 죄악 가운데 살아가는 부정한 인간들과 어우러져 사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서 보여준 이적의 가장 큰 의의는 그것이 인류의 축복을 위해 행해졌다는 것”이라며 “초림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의 인간적 기대와 욕망 속에 메시야를 기다렸다. 그러나 종말을 바라보는 마지막 시대의 재림성도는 인류의 구원자 되시는 그리스도를 기다려야 한다. 우리의 생애는 하나님의 품성을 온전히 드러내는 삶이어야 한다. 그분의 도구로 살아가는 인생이 참된 재림준비”라고 권면했다.

울진교회 성도들은 이번 산불 발생 기간 진화에 사력을 다하는 소방대원에게 과일과 간식 등이 담긴 도시락을 제공하거나 이재민에게 쌀과 반찬 등을 지원하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특히 공공영역의 지원이 채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피해주민을 발굴하고, 돕기 위해 애썼다.

3040세대 젊은 집사들은 안식일 오후에 모여 밤이 늦도록 손수 과일을 씻고 깎고 잘라 누구라도 쉽고 먹기 좋게 만들어 일요일 새벽에 배달했다. 김현정 집사는 직접 만든 과자를 정성껏 담아왔다. 고맙게도 취지에 공감한 과일가게 주인이 평소의 절반 가격에 물건을 선뜻 내줬다. “어느 교회냐?” “정말 좋은 일 하신다”는 칭찬에 피곤이 싹 가셨다. 그 자체로 감화였다.

이수정 집사는 “급하게 준비했지만, 여러분이 도와주셔서 잘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더 찾아보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공동체가 돼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했다”면서 “무엇보다 교회의 어르신들이 지지해 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뭔가 해보려는 거에 대해 항상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장 – 동해안 산불 한 달 … 울진교회의 안식일

박정복 장로는 “이처럼 훌륭한 3040세대가 우리 교회에 있다는 것이 더욱 귀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면서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위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새벽부터 와서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앞으로 이들이 더 열심히 사역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관계 당국은 이런 울진교회에 공식 사의를 나타냈다. 울진소방서(서장 송인수)는 “산불현장에서 밤낮없이 사투를 벌인 소방대원에게 봉사의 손길과 넘쳐나는 사랑을 보내주신 여러분은 우리에게 또 다른 영웅이었다. 그 사랑과 응원이 사력을 다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면서 고마움과 정성을 기억하겠다는 약속으로 감사장을 보내왔다.

울진교회는 이전에도 구도자와 소외계층 이웃을 위해 장판이나 도배, 단열 등 감화력사업을 해왔다. 올해도 ‘구제 활동의 생활화’를 6대 사업계획 중 하나로 정하고, 지역사회에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혜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성실 목사와 성도들은 “이번에 보여주신 전국 교회와 성도들의 뜨거운 성원과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개별적으로 연락하거나 직접 찾아와 후원의 손길을 펼쳐주신 분들도 매우 많다. 현금이나 물품 지원뿐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정성을 표해주신 분들도 계신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한 형제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인사하며 “이재민들은 당분간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계속 기도와 관심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성도들은 겨우내 마치 죽었던 것 같은 천지에 다시 꽃이 피고 새싹이 돋듯, 우리의 굳었던 심령에도 성령의 단비가 내리길 기도했다. 춥고 길었던 계절이 지나고, 따뜻한 햇살이 대지를 내리쬐듯 화재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쳐있는 이들에게 재림교회가 희망과 회복의 메신저가 될 수 있길 간구했다. 그 담담한 고백에서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과 위로가 포근하게 전해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