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과 회복 탄력성

25

우리의 진로(進路)는 직진도 있고 우회도 있으며, 넓은 길도 있고 좁은 길도 있으며, 달릴 때도 있고 잠시 휴식할 때도 있다. 어떤 길을 가든지 회복 탄력성을 발휘한다면 그 길은 마이웨이(my way) 즉 나의 길이고, 내일(tomorrow)로 이어지는 내 일(my job)이 될 것이다.

“일자리를 얻은 사람의 얼굴을 본 적이 있습니까? 하늘을 날 것 같죠.” 어느 영화에서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주인공의 대사이다. 일자리를 얻는 것은 큰 행복감을 안겨 준다. 또한 직업만큼 인간의 기본 욕구를 여러 가지 충족시켜 주는 것도 없다. 직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소속감을 느끼며, 사는 곳을 결정하고, 접촉 대상의 범위가 정해지며, 개성을 발휘하고, 성장과 자기실현을 이룬다. 직장 생활에서 스트레스와 역경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자기 일에 만족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일수록 심리적 안녕감 즉 행복감을 많이 느끼고 우울과 불안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덜 느낀다.

실직의 영향
반면에 일자리를 잃으면 여러 가지를 잃고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물론 다른 계획이 있어서 스스로 사표를 내고 다음을 준비하거나 정년 퇴임 후 여가를 즐기는 사람은 부정적인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다.    그러나 원치 않는데 계약 만료, 건강 문제, 회사 문제,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실직하거나 퇴직하는 사람은 생계에 대한 걱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우울감에 빠지거나 인간관계 갈등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가족을 부양하던 사람이 실직하면 배우자나 자녀와의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2022년 고독사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의 60%는 50~60대인데 이들은 대부분 노동 시장에서 배제되면서 삶이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잃으면 생업뿐 아니라 생의 의미와 생명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런데 실직의 부정적인 영향은 모든 실직자에게 똑같이 나타나지 않는다. 실직 스트레스로 인해 위축되거나 무너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실직을 도전의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지식과 기술을 연마하고 구직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를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회복 탄력성이다. 회복 탄력성이 강한 사람은 실직하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현실에 맞춰 적응하는 동시에 약점을 보완하고 역경을 극복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실직을 기회로 삼아 오히려 개인적으로 성장과 성숙을 경험하고 재취업이나 창업을 하여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은가!

진로 준비
실직의 ‘위기’에서 위험에 빠지지 않고 이를 기회로 삼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물론 높은 자존감, 긍정적인 사고, 유연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겠지만 여기서는 ‘진로에 대한 준비’를 살펴보고자 한다. 직업은 ‘보수를 받는 것을 전제로 한 일’을 가리키는 용어인 반면에, 진로는 ‘평생 일과 관련해 경험하는 모든 체험’을 가리킨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진로 준비는 아동과 청소년의 주제에 그치지 않고 모든 연령대의 문제가 되었다. 진로 상담은 학교의 일에서 중앙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의 업무로 확대되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진로를 파악하려면 크게 두 가지를 잘해야 한다. 바로 자기 이해와 직업 세계의 이해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흥미)과 잘하는 일(적성), 자기에게 잘 맞는 일(성격)과 보람 있는 일(가치관)을 파악하고, 이 네 가지의 교집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직업의 특성, 직업에서 요구하는 것, 직업 세계의 변화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요즘처럼 과학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여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직업이 많아진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렇게 자기와 직업을 제대로 이해한 다음, 자기에게 잘 맞는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신규로 입사해서 퇴직할 때까지 한 직장에서 일하던 ‘평생 직장’ 시대가 저물고, 이직을 여러 번 하지만 동일한 직업에서 성장하는 ‘평생 직업’ 시대가 되었다.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를 생각해 볼 때 10년마다 직업을 바꾸는 시대가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실직과 이직을 더 자주 경험하는 시대를 살아가게 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안전망 구축과 실업 및 이직 지원 제도 외에도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고 자신의 경력을 성찰하면서 다음 진로를 준비하는 역량이다. 필자의 지도 학생이었던 김현숙 박사가 학위 논문으로 ‘중년의 진로 준비도 검사’를 개발했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진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기 이해와 직업 이해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정보 및 도구 활용, 문제 해결, 자기 계발, 자원 관리를 잘하는 기술을 터득하며, 직업 윤리를 지키고 적극적으로 직무에 임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부와 권력을 지향하는 왜곡된 직업 가치관과 노동 시장의 영향 속에서 입시 위주와 부모 위주의 교육을 받는 아동과 청소년은 물론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장년도 자기에게 맞는 진로 준비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들 따라서 열심히 달려서 명문대나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맞지 않아서 자퇴하거나 퇴사하는 사람이 차고 넘친다. 어느 강연가의 주장대로 성취보다는 자기 성찰을, 성공보다는 나답게 성장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실직에 대처하는 법
실직과 이직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자기 탓으로 돌리지 말되 실직의 진짜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좋다.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교육과 훈련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직자를 위한 지원은 자신의 권리이니 정확하게 알아보고 신청한다. 또한 덜 가져도 살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 줄어든 수입에 맞춰 지출을 조정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여 무력감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 실직으로 인해 마음이 힘들다면 친구나 지인 혹은 전문가에게 상담을 청하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이직과 재취업을 도와주는 기회를 적극적을 알아보고 지인들에게도 일자리 소개를 부탁한다. 즉각 일자리를 찾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경력과 관련된 분야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다면 좋은 기회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일이 없더라도 휴식과 여가를 즐기며 활력을 충전해야 한다. 특히 실직자가 빠지기 쉬운 알코올 중독이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행성 도박이나 투자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의 진로(進路)는 직진도 있고 우회도 있으며, 넓은 길도 있고 좁은 길도 있으며, 달릴 때도 있고 잠시 휴식할 때도 있다. 어떤 길을 가든지 회복 탄력성을 발휘한다면 그 길은 마이웨이(my way) 즉 나의 길이고, 내일(tomorrow)로 이어지는 내 일(my job)이 될 것이다. 성경의 위대한 사도인 바울의 말처럼 풍족할 때도 부족할 때도, 재직 중에도 실직 중에도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빌립보서 4장 13절)다는 믿음으로 성장을 멈추지 않도록 하자!

정성진
삼육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가정과 건강 12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