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누구인가?

340

MZ세대는 이 시대의 기성세대와는 다른 젊은 세대라는 상징성에 풍족, 공평, 검색, 개인, 재미, 체념, 실리 등의 의미를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세대이다. 기성세대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이 땅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처럼 함께 생활은 하고 있지만 이질적인 타 문화권으로 보일 수도 있다.

MZ세대란?
MZ세대에서 M은 밀레니엄을 뜻하는 M이면서 동시에 Mobile, Myself, Movement를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Z는 밀레니얼 세대 바로 뒤에 등장한 Z generation(제트 세대)의 Z를 뜻한다. 따라서 MZ세대는 일반적으로 1981~1995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6년 이후 출생한 Z세대를 통합한 새로운 명칭이다. 통계청 기준 국내 인구의 약 44%를 차지하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국 사회에 경제적, 사회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체로 부상 중이다. 쉽게 말해 MZ세대는 2022년 현재 대략 10대에서 30대 연령대의 젊은 세대로서 기존 기성세대와는 다른 시대적 특성을 가진 새로운 집단을 표현하는 사회적 용어이다.
   이제 기성세대와 비교되는 MZ세대의 특징들을 살펴보면서 그들에 대한 이해를 넓혀 보자.

특징 1. 부족이 아니라 풍족
먼저 MZ세대가 탄생한 토양, 즉 그들의 성장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라는 상징적인 이벤트 이후 한국 사회는 경제면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소위 먹고 살 만해진 것이다. 이 시대에 태어난 세대가 지금의 MZ세대이다. 기성세대는 청소년 시절에 보릿고개를 경험했다. 생존 자체가 힘겨웠던 시절을 몸소 경험한 것이다. 그러나 MZ세대에게 있어서 보릿고개는 먼 옛날의 역사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기성세대가 경험한 세상과는 기본값 자체가 다르다. MZ세대가 경험하며 배운 세상은 생존을 위한 기본권이 이미 해결된 세상인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절박하지 않고 여유롭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MZ세대는 물건을 구입할 때 가격보다는 취향을 따른다. 그래서 한 달 동안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한 번에 몽땅 지출해서 옷 한 벌을 사 버린다. 부모가 보기에는 너무 철없어 보이고 속이 터진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아주 만족한다. 이런 것이 그들 입장에서는 소확행(소소하면서 확실한 행복)이라고 한다. 부족한 세상을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부족보다는 풍족에 근본을 둔 MZ세대의 삶의 방식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특징 2. 탁월이 아니라 공평
다음으로 MZ세대가 받은 교육을 살펴보자.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이 형성된다. 한국은 1955년에 시작된 1차 교육 과정 이래 여섯 번의 개정을 거쳐 오다가 1997년 12월 30일에 7차 교육 과정이 고시되어 초·중·고 교육의 기본안이 되었다. 교육 내용과 방법을 진로와 적성에 맞게 다양화하고 교육 내용의 양과 수준을 적정화하여 심도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하여 구성되었다. 핵심은 피교육자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의 다양화와 적정화이다. 이전의 교육이 모든 학생을 같은 기준에 의하여 평가했다면 7차 교육 과정 이후에는 각자 다양한 상황에 따라 교육받고 평가하는 방식으로의 대전환이 이루어졌다. MZ세대는 이런 교육을 받고 자라 왔다. 따라서 MZ세대는 개인의 인격적 기본권이 교육을 통하여 분명하게 학습된 세대인 것이다. 이런 교육의 결과로 MZ세대에게 있어서 개인의 인권은 매우 소중한 가치가 되었다. 절대적 평가 기준에 의하여 탁월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개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기본 상식이 된 세대인 것이다. 그 결과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탁월함이나 수월성보다는 형평성과 정의를 더 높은 가치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의 발로가 ‘선한 오지랖’, ‘공적 소비’, ‘지구 환경을 위한 채식 선언’ 등의 사회적 운동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특징 3. 사유가 아니라 검색
다음은 MZ세대의 지식 축적 방법이다. 기성세대가 독서, 텔레비전, 라디오로 지식을 축적했다면 이 세대는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지식을 축적한다. 기성세대가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를 받아들여서 사유를 통해 내면화했다면, MZ세대는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내면화하고 있다. 검색을 통한 지식 축적은 사유를 통한 것에 비해 그 지식이 얕다는 약점과 넓다는 강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얕음과 넓음은 엄청난 속도를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MZ세대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그들 스스로 새로운 변화를 손쉽게 만들어 내고 또 빠르게 옮겨 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들의 학습 도구인 온라인을 통하여 형성되고 소멸된다.

특징 4. 전체가 아니라 개인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그의 책 『인간의 품격』에서 현대는 자기 과잉의 시대이며, 사람들은 겸양의 문화에서 ‘빅 미(Big Me)’의 문화로 이행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MZ세대가 주도하는 이 시대의 특징이다. MZ세대에게는 절대적인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다양성의 존중이 핵심 가치이다. 또한 가치 기준의 개인화 현상이 심하다. 바야흐로 절대적 선이 아니라 상대적 선의 시대이다. 그래서 MZ세대에게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독립성이 중요하다. 그 결과로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自己效能感_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에 대한 집착이 강하게 나타난다. 전체가 공유하는 전통적인 가치를 따르기보다는 개인의 취향을 따르는 것을 우선한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결혼과 출산까지도 굳이 맹목적으로 순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와 같은 개인화는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방력보다는 창의력이 더 발휘되는 장점이 있다. 기성세대는 일본이나 미국을 잘 흉내 내는 것이 잘하는 것인 줄 알았으나, MZ세대는 그들만의 창의력으로 한류 문화를 발생시켰고 기성세대가 동경하던 그 서방 선진국의 젊은이들을 선도하고 있다.

특징 5. 생존이 아니라 재미
삶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자. MZ세대에게 더 이상 생존 그 자체를 위한 분투는 없다. 기성세대의 수고를 통하여 이룩해 놓은 최저 임금제를 비롯한 각종 사회 보장 제도로 인하여 생존의 문제는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생존과 인격적 기본권이 해결된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재미이다. 조금 더 고상하게 표현하면 의미라고 할 수도 있다. 더 이상 먹고살기 위해서 악착같이 살려고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재미와 의미를 찾는다.
   인간관계 형성도 이런 인식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사업과 이익을 위하여 학연, 지연에 따라 인간관계를 형성했다면,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를 능숙히 다루는 MZ세대는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취향을 과시하고 그 취향에 동의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인맥을 형성하여 함께 즐긴다.

특징 6. 명분이 아니라 실리
MZ세대의 판단 기준에 관한 말이다. 지난 3월 9일에 있었던 한국의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20~30대 젊은이들이 남과 여로 나눠져서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 것은 그들 각 개인이 각자의 실익에 따른 판단과 선택을 노골적으로 한 결과였다. 국가 전체를 위하여 어떤 시대정신과 통치 철학이 필요하냐는 식의 거대 담론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는 나의 삶에 어떤 실제적 유익이 어디에 있느냐를 평가하고 판단한 결과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MZ세대에게 있어서는 미래보다 현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미래의 행복을 위하여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지 않는다. 현재가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도 행복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하여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그렇게 살아오느라 힘겨웠던 기성세대들이 뒤늦게 깨우치고 부러워하는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MZ세대는 이 시대의 기성세대와는 다른 젊은 세대라는 상징성에 풍족, 공평, 검색, 개인, 재미, 실리 등의 의미를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세대이다. 기성세대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이 땅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처럼 함께 생활은 하고 있지만 이질적인 타 문화권으로 보일 수도 있다. 지난 2월에 작고한 이어령 교수가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어요.”라고 말했다. 이 지극히 당연한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 모두는 이렇게 지극히 당연한 삶의 이치를 체험하며 산다. 그리고 조금 더 넓게 바라보면 모든 사회에는 늙어 가는 세대, 죽는 세대가 있고 또 새롭게 부상하는 세대도 있다. 이 세대들이 공존하며 살고 있다. 살아온 삶의 모습이 다를지라도 같은 땅을 밟고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동료들이다. 세대 간에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MZ세대에 대한 필자의 이해를 나누는 이 기회를 통하여 우리 한국 사회가 세대 간에 단절보다는 화합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홍병길
동중한합회 청소년부장

가정과 건강 5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