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은 굳게 다물고, 눈은 부릅떴다. 어깨는 잔뜩 움츠러들었고, 발은 한없이 무거웠다. AI가 설교를 작성하고, 성도들에게 편지를 쓰며, 시시각각 인간의 영역을 넘어 영적인 영역에까지 전차부대처럼 침범해오는 시대,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해법을 찾기 위해 목회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23 대한민국 목회 컨퍼런스(이하 컨퍼런스)가 4월 20일 충남 아산시 생명샘동천교회에서 열렸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목회현장에서, 한국 기독교가 새로운 미래 목회지도를 그릴 수 있도록 각계 전문가를 초빙해 관련 분야 정보를 듣고, 목회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CTS기독교TV가 2021년부터 주최하는 행사다.
올해의 주제는 ‘AI시대, 교회의 역할과 가능성’. 진행을 맡은 박귀환 목사(생명샘동천교회)는 본격적인 순서에 앞서 “AI를 통해 이 시대가 무섭도록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교회의 과제다. AI시대 교회의 역할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답을 찾는 시간”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현대원 서강대 메타버스대학원장(4차 산업혁명시대, AI의 도전) ▲김동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AI vs 목회자: AI가 가져올 목회의 변화와 대응 전략) ▲이동현 교회정보기술연구원장(ChatGPT의 목회 활용)이 강사로 나섰다. 이들은 인공지능의 어제와 오늘을 전문가적 시각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초지능 AI의 출현과 메타버스의 본격적인 도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천명했다.
현대원 원장은 “2040~50년 사이에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초지능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면 AI를 탑재한 로봇에 의해 인간은 본류에서 밀려날 것이며, 빈부격차가 극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하며 “이런 상황과 사람을 교회와 목사가 이해하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다음 세대는 메타버스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들은 우리 교회의 미래이자 기둥이기에 메타버스를 이해하는 것은 교회지도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김동환 교수는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신학자인 자크 엘륄(Jacques Ellul)이 주창한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존재론적 특성인 ‘합리성과 인공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의 합리성은 신뢰성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짚고 “이젠 설교단상에서 엉뚱한 얘기를 하면 큰일 나는 세상이다. 이 시대를 제대로 바라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목사는 인공지능에 추월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동현 원장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그는 인공지능을 목회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AI시대에 목회자는 “더 많이 기도하고 말씀을 상고해야 한다. 성도에 대한 공감능력(감성지능)을 개발하고 더 인간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영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강의가 모두 끝난 후 현장을 빠져나가는 목회자들의 입꼬리는 처음에 비해 조금은 올라갔다. 움츠렸던 어깨도 약간이나마 펴졌고,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에 고개를 젓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도전에도 끝까지 영적 영역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는 한결같아 보였다.
2023 대한민국 목회 컨퍼런스는 같은 주제로 지난 25일 경북 포항제일교회에서 두 번째 모임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전창배 IAAE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인공지능 시대, 인간과 AI 공존을 위한 윤리와 대응) ▲신형섭 장로회신학대학 교수(AI시대 신앙 부모의 부르심과 실천) ▲이수인 아신대학교 교수(AI시대, 왜 미디어 리터러시인가?) 등 전문가들이 단에 올라 인공지능 시대의 교회와 목회자의 역할을 조명했다.
한편, 주최 측은 이번 행사부터 컨퍼런스 유튜브 풀영상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재림신문>은 1회차 강연자의 주요 발표 내용을 간추려 3주에 걸쳐 소개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AI의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현대원 서강대 메타버스대학원장의 강의는 5월 3일자로 발행하는 1252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