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타이주 안타키야로 현장조사를 다녀온 아드라인터내셔널 대원이 서아시아대회 관계자에게 전한 말이다. 이들은 “지진으로 인해 도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모조리 무너져 내렸다.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키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안디옥의 지명. 2000년 전, 첫 교회가 세워진 곳이다. 이번 강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다. 아드라인터내셔널 대원들은 처참한 현지 상황을 보고하며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무력감을 나타내고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다는 현실에 가슴 아파했다.
실제로 이 일대는 교통과 통신 등 사회기반시설이 거의 초토화됐다. 전기, 수도, 인터넷 등이 끊기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조차 잃었다. 다른 도시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마비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인근 마을에 식료품을 지원하기 위해 떠났던 아드라 구호차량은 체증에 막혀 도로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국내선 항공권이 동나며 평소 1시간30분이면 닿을 거리를 8시간이나 걸려 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아다나공항을 여러 차례 다녔지만, 이번처럼 많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말 그대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였다. 도저히 이곳에 살 수가 없어 친척과 지인이 있는 다른 지역으로 피난 가는 길이었다. 제대로 된 가방을 구하지 못한 채 비닐봉지와 포대 등에 급하게 짐을 꾸린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진앙지와 가까운 누르다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층 이상 건물은 대부분 무너졌다. 그나마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것도 언제 붕괴될지 몰라 가슴을 졸이게 한다. 도시 곳곳에는 파손된 잔해 속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모여든 장비와 인력,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들이 뒤섞여 매우 혼잡한 상황. 안전을 위해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
현장을 다녀온 관계자들은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 군인과 경찰, 공무원 등이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시설에 머물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많은 텐트가 세워져 있다. 지금도 중장비가 투입돼 분주히 땅을 고르고 있다. 조만간 더 많은 텐트를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너무 부족하다. 이미 많은 분량이 지진 피해지역에 보내져 더 이상 텐트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악조건에도 애드벤티스트 파운데이션과 아드라인터네셔널 대원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구조작업에 사용하는 공구의 부품이 망가져 교체하는가 하면, 렌트한 차량이 작아 험로를 갈 수 없어 이동에 불편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밀려드는 피곤에 지친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고생하고 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도울 수 없는 처지여서 답답해한다.
한 선교사는 “함께 피해지역으로 봉사활동을 떠나지 못한 형제들은 자신이 있는 곳에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우리가 불편을 감수해 지금 이 시간에도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이재민들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