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오후. 울진군 북면의 한 야산에서 일어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소식을 확인한 울진교회 남성실 목사는 이때부터 전화도 받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직장에서 근무하는 부모를 대신해 유치원에 다니는 교인자녀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것을 시작으로 상당리, 하당리, 두천리, 화성리 등 화재가 집중된 지역을 급히 방문해 옷가지와 이불 등을 차에 싣고 이재민의 피신을 도왔다.
민가로 내려오는 불길을 방어하기 위해 집 주변에 물을 뿌리고, 가축을 옮기는 등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와 함께 10여 가구의 교인과 구도자가정을 교회로 대피시켜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했다. 바람에 실린 짙은 연기가 읍내까지 몰아치자 어린이와 노인 등 호흡기질환에 취약한 이들을 인근 후포교회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남 목사는 “그때를 돌아보면 단지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근래 들어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던 적이 또 있었나 싶다”고 빙그레 웃었다.
시간이 흐르며 상황이 종료되고, 이제야 한숨을 돌리는 듯 하지만 요즘도 바쁘긴 매한가지다. 후속 조치를 하느라 여전히 경황이 없다. 아직도 하루에 몇 차례씩 여러 곳에서 전화가 걸려오고, 물품을 챙겨 직접 방문하는 이들을 맞이해야 한다. 후원자들을 만나 방법을 안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중요한 일과다.
이제는 다음 활동을 위한 구상도 필요하다. 전국에서 답지한 후원금품을 앞으로 어떻게 배분하고 사용할지 고민해야 하고, 이재민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도 파악해야 한다. 그야말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분주하다. 하지만 마음에는 감사가 충만하다.
“뜻 있는 교회와 단체, 개인들의 문의가 꾸준히 계속되고 있어요. 교회에 방문하거나 성금을 보낼 계좌를 묻는 분들도 많죠. 알음알음 소식이 전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 교인들의 피해는 없는지 걱정하며 확인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된 ‘형제애’가 느껴집니다. 울진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씀을 들을 때면 피곤하고 지쳐있다가도 힘이 납니다”
울진교회와 성도들은 화재 발생 기간 재난지원센터의 요청에 따라 소방서와 이재민 등에게 도시락을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 봉사에 나섰다. 각지에서 소집된 소방대원이 모인 긴급재난대응센터에 3차례에 걸쳐 과일과 간식 등을 제공해 관계자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했다. 여기에는 양구교회 최영진 장로(씨앤엘영농조합 대표)가 후원한 ‘춘천 감자빵’ 2400개도 담았다. 또 핫팩, 양말, 수건, 휴지 등 꼭 필요하지만 놓치기 쉬운 물품을 시시때때로 진화 현장에 공급했다.
남 목사는 이런 활동을 자신이 아닌,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주도했다고 했다. 비록 인력도 적고, 자금도 넉넉하지 않은 시골 교회지만 국가적 재난을 보며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작은 용기를 줄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이를 위해 3040세대 집사들이 안식일 오후에 모여 도시락을 직접 만들었다. 쌀과 김 등 식료품을 챙겨 주변의 피해가정에 나눠주기도 했다. 이런 수고와 헌신이 수혜자에게 큰 위로가 된 것은 물론이다.
남 목사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교회는 선교와 봉사를 위해 조직된 하나님의 기관”이라며 “구제와 나눔활동은 복음을 전하는 데 아주 중요한 매개가 될 뿐 아니라, 개인의 신앙생활에도 유익하다. 사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성도들이 다 같이 모여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재난의 한가운데서 이웃을 돕는 일에 참여하면서 더욱 시너지가 났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남 목사는 <재림마을 뉴스센터>와의 인터뷰에서 전국의 재림성도에게 고마운 마음을 거듭 전했다. 그는 “혹시 교회나 지역사회에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묻는 전화를 어림짐작으로 1000통은 받은 것 같다”며 “진화작업 중일 때는 전화가 오는 것을 알면서도 받을 수 없거나 받아도 급히 끊어야 했다. 죄송하면서도 감사했다. 우리 모두 그리스도 안에 한 지체라는 생각에 먹먹한 감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진 이재민 등 누군가의 도움이 여전히 필요한 이웃들이 우리 곁에 있음을 잊지 않길 바랐다.
“따뜻한 손길로 보듬어야 할 가난하고 연약한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늘 있습니다. 재해와 재난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꼬리를 물고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이번에 울진지역 주민과 대원들을 위해 정성을 보내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의 헌신과 수고를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생애와 삶의 발걸음이 그리스도께 영광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