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기야 왕이 이르되 보라 그가 너희 손 안에 있느니라 왕은 조금도 너희를 거스를 수 없느니라 하는지라”(렘 38:5).
그는 나쁜 사람이었을까?
시드기야 왕은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이 세운 왕이었지만(렘 37:1) 신하들은 친애굽 성향이었습니다. 예레미야가 시드기야에게 바벨론에 항복해야 왕의 목숨을 건질 수 있다고 말했을 때, 신하들이 예레미야를 매국노 취급하며 왕에게 그를 죽이자고 하니 신하들 마음대로 하라고 허락합니다(5절).
그런데 왕궁 내시 구스인 에벳멜렉이 예레미야를 죽이는 것은 악한 일이라고 말하자, 왕은 그에게 예레미야가 죽기 전에 살려내도록 허락합니다. 왕이 신하들 말을 따를 때는 그들과 한통속 같은데, 에벳멜렉의 말을 따를 때 보면 왕은 그리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왕이 유약했던 이유
얼마 후에 왕은 예레미야를 은밀히 만나 하나님의 말씀이 어떠한지를 묻자 흔들리는 시드기야의 마음과는 반대로 하나님의 말씀은 초지일관 동일합니다. 바벨론에게 항복하면 왕이 살 것이고 예루살렘 성도 불타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나 왕은 선지자의 말을 따르지 않겠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갈대아인에게 항복한 유다인을 두려워하노라 염려하건대 갈대아인이 나를 그들의 손에 넘기면 그들이 나를 조롱할까 하노라”(19절)
한 나라의 존폐를 결정해야하는 시드기야 왕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결국 자기 안전과 위엄이었습니다. 왕은 그저 유다 백성들이 자신을 조롱할까 두려워 항복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자신이 예레미야와 나눈 이야기도 신하들에게 함구해달라고 합니다(24절). 그런 부탁을 하는 것도 사실은 친애굽 성향인 신하들의 반발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왕이 정말로 살길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었는데, 그는 자기 한 몸의 안위만을 챙기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연이어 왕과 나라를 살릴 길을 말씀하셨지만, 자기 안위만 걱정했던 왕으로 인해 유다에게 주어졌던 마지막 기회는 상실되었고 이제 멸망당하는 일만 남게 되었습니다. 본 장은 “예레미야가 예루살렘이 함락되는 날까지 감옥 뜰에 머물렀더라”(28절)라는 말씀처럼 결국 예루살렘이 함락된다는 복선으로 마무리됩니다. 오늘의 본문은 유약한 가운데 자기 안위만을 돌보는 지도자는 결국 자신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 전체를 망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기도) 자기 안위가 우리의 삶의 태도가 되지 않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