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삼육부산병원 해외 원격진료소 문 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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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부산병원은 캄보디아 타케오삼육학교에 원격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 2일, 삼육부산병원 C동 병원장실. 마스크를 낀 관계자들이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정면의 스크린을 응시했다. 카메라는 한국과 캄보디아를 동시에 비췄다. 분할화면에 캄보디아의 한 어린이가 모습을 보였다. 그의 옆에는 한국인 김아리 간호사가 서 있었다. 이윽고 부산의 의사선생님이 스크린 너머로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제 말 잘 들리시죠? 그럼 지금부터 진료를 시작하겠습니다. 아이의 평소 걸음걸이가 또래 친구들과 다르다거나 생활에 지장이 있나요?”

“아니요. 그런 모습은 전혀 없습니다. 과격하게 움직이는 활동은 가급적 자제하는 등 본인이 스스로 조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몸상태를 의식하는 거 같아요. 일상에 불편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오늘 이곳에 올 때도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잘 왔거든요”

“이번엔 침대에 누워 다리를 올린 상태에서 무릎을 완전히 구부렸다 폈다 해 보세요. 양쪽 무릎의 높이가 어떤가요?”

“네. 모두 정상입니다. 통증도 없다고 하네요. 양 다리가 모두 배에 완전히 닿아요. 양반다리를 할 수도 있고요”

“미리 부탁드린 모래 위에 아이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걸어볼까요? 저에게 발자국의 간격이 잘 보이도록 카메라를 90도로 비춰주세요. 발자국이 바깥 방향으로 돌아가 있지는 않나요?”

“네. 직선이에요. 모래에 발바닥이 찍히는 방향이 일정합니다”

“감사합니다. 경과는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지켜보며 다음에 또 연결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20여 분간의 온라인 화상진료가 끝나자 한국과 캄보디아에서 동시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좋은 시대”라며 환하게 웃는 이들도 있었다. 삼육부산병원(병원장 최명섭)이 부산경제진흥원 산업육성센터(센터장 오지환)와 함께 캄보디아에 문을 연 원격진료소 시연 장면이다. 이날은 개소와 함께 처음으로 온라인 진료를 했다.


현장 – 삼육부산병원 해외 원격진료소 문 열던 날

대상자는 지난해 나눔의료를 통해 정형외과 사지연장술, 골절수술을 받은 벤친 양이었다. 한-아시안정상회담을 기념해 질병관리본부가 초청했던 환자다. 다리길이가 맞지 않아 생활에 불편을 겪던 중 삼육부산병원과 연결돼 수술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당시 집도를 맡았던 정형외과 이상훈 과장은 화상으로 벤친 양의 골반 위치와 다리 길이를 측정하고, 걸음걸이와 발자국 위치를 확인하며 양쪽 다리의 균형을 살폈다.

삼육부산병원은 지난해 부산경제진흥원이 주관한 ‘의료기관 해외진출사업’에 선정돼 2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나눔의료 사업에 참여한 게 계기였다. 이후 캄보디아 환자를 선정하는 과정 중 원격진료 시스템 가동 가능성을 확신하고, 올 5월부터 본격적인 진료소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부산에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설치했고, 캄보디아 타케오에는 원격진료소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현장을 직접 방문할 수는 없었지만, 원격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양 측을 연결하는 시뮬레이션을 완료했다. 이처럼 해외 사이트와 원격진료 시스템을 가동한 건 교단 내 의료기관 중 삼육부산병원이 처음이다.  

최명섭 병원장은 이날 개소식 환영사에서 “캄보디아의 열악한 IT 사정 때문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추는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매우 적절한 진료 환경을 갖췄다. 환자의 영상자료 등을 국내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어 어느 정도의 판별이나 기본 진료가 가능하다. 향후 내시경, 초음파, 엑스레이 등의 장비를 설치하면 더 큰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발을 내딛는 원격진료가 안정적으로 뿌리 내리고,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장 – 삼육부산병원 해외 원격진료소 문 열던 날

자리를 같이한 오지환 부산경제진흥원 산업육성지원센터장은 축사에서 “우리 진흥원은 2018년부터 몽골, 러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해외 각국의 원격진료 시스템 구축을 돕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환자들이 한국을 찾는다. 마침 삼육부산병원은 부산시 서구와 함께 의료관광특구 지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특화사업이 외국인 환자 유치뿐 아니라 전인적 의료봉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원상 영남합회장은 격려사에서 “삼육부산병원이 지구촌 ‘선한 이웃’의 역할과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 재림교회는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다양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모범적 교단이다. 이제 IT 기술을 이용해 지역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해외 오지까지 의술을 베풀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그리스도의 선교정신을 확산시키는 기관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진료소가 들어선 타케오삼육학교는 대륙선교회가 ‘희망 없는 곳에 희망의 싹을 틔우는 교육공동체’를 꿈꾸며 지난 2011년 설립한 교육기관. 정부의 인가를 받아 초.중.고등학교의 정규 학습과정을 가르친다. 이날 온라인 진료를 받은 벤친 양도 이 학교 학생이다. 현지에서도 학교장 김동혁 선교사와 원격진료소장 김아리 간호사, 캄보디아대회장 민펙 목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시연 현장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첫 진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삼육부산병원은 향후 정형외과와 소아청소년과로 원격진료 분야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종인 총괄 본부장은 “당초 의료장비를 설치해 기본적인 진료시스템을 세팅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이를 진행할 수 없었다. 상황이 진정되면 현재의 원격진료뿐 아니라, 관련 의료기기를 설치해 무료진료를 직접 실시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복안을 밝혔다.

김 본부장은 “원격진료소 개소로 끝나지 않고, 캄보디아에 삼육병원의 전신을 세우겠다는 게 우리의 중장기 목표”라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수준 높은 의료와 나눔정신을 알리고, 의료선교봉사라는 미션을 실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