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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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구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의약품에도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약물 요법을 시행할 때는 반드시 의사와 약사의 전문적 지시를 잘 따름으로써 의약품이 인체에 주는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지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미생물이 인체에 별 해가 없거나 오히려 유익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미생물들도 있다. 이러한 ‘병원성(pathogenic)’ 미생물이 인체에 침입하여 성장, 증식함으로써 생기는 병증을 ‘감염증(infectious disease)’이라고 정의한다. 병원성 미생물에는 강한 친화성을 나타내어 죽이거나 또는 발육을 저지하지만, 인체 등 숙주 조직에 대한 친화성은 극히 약하여 그 기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화학 물질로 감염증을 치료하는 방법을 ‘항균성 화학 요법(Antimicrobial chemotherapy)’이라고 한다. ‘내약성(Resistance, drug fastness)’이란 ‘내성’ 혹은 ‘저항성’으로 표현되는 개념으로 ‘어떤 세균이 일정한 약물에 대해서 감수성이 매우 낮고 저항성이 강한 성질’을 의미하는 용어로 미생물이 약물에 대해 유전적 변화와 적응을 나타내기 때문에 생긴다.

폐흡충(폐디스토마), 간흡충(간디스토마) 감염증은 한때 불치의 감염병으로 취급되었다. 이들은 민물고기를 회 등으로 생식(生食)하면 감염되는 기생충 감염증인데 과거 강변에 거주하면서 민물고기를 잡아서 생식했던 주민들은 폐흡충 감염으로 인해 성가신 기침과 피가 섞인 가래를 뱉어 내느라 밤에 제대로 대화를 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과거로부터 에메틴이나 비치오놀과 같은 약물이 치료약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근치는 불가능하고 엄청난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의 고통은 극심했다. 그런데 1980년대 독일에서 프라지콴텔이라는 신약이 개발되어 국내에 도입·사용되기 시작하면서 간흡충, 폐흡충 감염증은 하루아침에 치료되기 시작했다. 수십 년 아니 수천 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병증을 일거에 퇴치하는 존재, 이것이 ‘약’이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18~19세기에 유럽 인구의 4분의 1을 사망하게 한 ‘인류를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죽음의 병’이 바로 ‘결핵 (tuberculosis)’이었다. 그러나 1940년대에 스트렙토마이신이라는 항생제가 개발되었고, 이어서 개발된 다양한 결핵균 성장 억제 내지는 살멸 약물의 병용 요법으로 1950년대 이후로는 최장 2년 정도만 약을 잘 복용하면 완치 가능한 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결핵 환자들은 몇 주 정도 약을 복용하고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그 시기에 환자들이 자각적으로 나은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때가 바로 결핵 치료제에 잘 반응하는 약한 균의 대부분은 죽어 나가는 상태이지만 내성을 획득한 결핵균들은 여전히 살아서 인체 내에서 증식하는 때이기에, 환자가 항결핵 약물(결핵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강력한 내성 결핵균을 타인에게 전염시키는 매개체가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결핵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은 전문 의료인의 지시를 철저히 따르면서 처방된 약물을 정해진 기간 동안 인내하며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환자 스스로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며 사랑하는 가족을 포함한 공동체의 구성원을 결핵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길이 되는 것이다.

물론 결핵 치료제에는 간 손상, 말초 신경병증, 시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여 인체 면역계의 기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면서 이러한 부작용을 적절히 조절하며 결핵 치료가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전문 의료인의 지시를 잘 따른 환자들의 치료 성적이 가장 좋다는 사실이 이미 의학적 통계로 입증되어 있다.

이처럼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입증된 항생제에도 두 얼굴, 즉 긍정적 작용(치료 작용)과 부정적 작용(유해 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항생제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유해 작용으로는 알레르기, 귀 독성, 콩팥 독성, 간 독성, 위장관 기능 장애, 균교대증(중복 감염, superinfection) 등이 있다. ‘균교대증’이란 항균성 화학 요법제의 장기 투여 시 인체의 소화관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 중 약물에 감수성이 있는 미생물은 소실되든가 또는 수가 현저하게 감소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정상 세균총의 균형이 깨어져 정상 세균총 대신 병원성을 나타내는 다른 균총으로 치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또한 항생제를 함부로 마구 쓰는 행위, 즉 ‘남용(abuse)’은 정작 꼭 필요한 시기에 그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강력한 내성균의 출현으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생명을 구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의약품에도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약물 요법을 시행할 때는 반드시 의사와 약사의 전문적 지시를 잘 따름으로써 의약품이 인체에 주는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지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충재
현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약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약학 석사(약리학), 서울대학교 대학원 약학 박사(약리학), 미국 University of Maryland at Baltimore 연구원,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 교환 교수

가정과 건강 10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