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이재민, 삼육대 초청 장학생으로 유학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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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체 에센 씨는 “고향이 복구되면 한국문화센터 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지진으로 이재민이 된 튀르키예 유학생이 삼육대 한국어학당에 초청돼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 학생은 고향이 복구되면 그곳에 한국문화센터를 열고 싶다면서 삼육대에서 공부하는 동안 도움을 준 모든 이들을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사연은 이렇다. 튀르키예 앙카라대 한국어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투체 에센(Tugce Esen·19) 학생은 지난해 초 대학 첫 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맞아 가족이 살고 있는 고향 하타이주(州)를 찾았다. 그러던 2월 6일 새벽, 규모 7.8의 초강력 지진이 이 지역을 정면으로 덮쳤다. 다음날에는 규모 7.7의 여진까지 이어졌다. 5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이었다.

자연재해의 위력에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건물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모습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도로에는 콘크리트 더미가 넘쳐흘렀다. 가족들이 살고 있던 아파트도 저층부가 심각하게 파손됐지만, 갈 곳이 없어 임시로 수리 후 불안에 떨며 지내야 했다. 문을 연 상점이 없어 기본적인 물자는커녕, 깨끗한 물을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몇 주 후 개강했지만, 투체는 학교에 돌아가지 못했다. 대신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공부가 손에 잡힐 리 없었다. 학업을 그만두고 일자리를 얻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족을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앙카라대 유은미 교수는 공동연구과제를 수행하던 삼육대 한국어학당 이승연(글로벌한국학과 교수) 센터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 센터장은 학교 당국과 협의해 투체를 6개월(가을·겨울학기) 동안 한국어학당에 초청하기로 했다. 유학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어학당 등록금 300만원도 전액 면제해 줬다.

이 센터장은 “재난 현장을 떠나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어문학과 학생으로서 더 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학생 개인은 물론 가족과 지역사회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이재민, 삼육대 초청 장학생으로 유학 마쳐

 

투체는 “한국 유학은 튀르키예에서 한국어문학을 공부하는 모든 학생의 꿈이다”며 “학업을 그만두려고까지 했던 상황에서 이런 기회를 얻게 된 것은 완전한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가족들 역시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투체가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항상 응원하고 지지하겠다고 용기를 줬다. 

삼육대 한국어학당에 입학한 투체가 지원받은 것은 등록금만이 아니었다. 삼육대 교수 사모들이 운영하는 장학·봉사단체 삼육사랑샵은 투체의 이야기를 듣고 유학 기간 기숙사비 전액 15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삼육대 이승연 센터장과 앙카라대 유은미 교수는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50만원씩 5개월 동안 총 250만원을 사비로 지원했다. 

투체는 “많은 분의 도움 덕분에 안정적인 환경에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며 “한국 유학은 튀르키예에서 하던 공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튀르키예에서는 수업이 끝나면 한국어와의 연결이 끝나지만, 한국에서는 지하철, 버스, 길거리, 식당 등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체는 지난 2월 말 겨울학기 종강식을 마치고 최근 튀르키예로 돌아갔다. 그는 “대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고향은 여전히 재난 가운데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텐트나 컨테이너에 살면서 추위와 더위에 노출돼 있어요. 무분별한 주택 철거로 호흡기 질환자가 급증하고, 학교가 파괴돼 많은 학생이 컨테이너 교실에서 공부합니다. 내 동생도 그중 한 명이에요”

그럼에도 그는 “튀르키예에서도 학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고향 하타이가 복구되면 그곳에 한국문화센터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포기하고 싶을 땐 먼저 멈추어 서서 깊게 심호흡하고 내가 이루고 싶은 미래 계획과 꿈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꿈들이 이루어졌을 때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했습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준 삼육대에 정말 감사합니다. 학업을 그만두려던 순간 나에게 주어진 이 귀한 경험은 앞으로 더 큰 결심으로 한국어 공부를 끝까지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들께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겠습니다. 고향에 한국문화센터를 열게 되면 그분들을 꼭 초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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