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D-3] 축제인가? 숙제인가? 대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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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가 하나님 편에 충실히 서면 총회는 성령의 임재를 누리는 축제일 것이요, 사리사욕에 취하면 숙제만 남게 될 것이다. 사진은 투표함을 개봉하는 모습.
■ 총회 특집, 원로에게 듣는다④  
이맘때면 늘 “총회가 인간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성회가 되길” 바라는 기도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폐회 후에는 번번이 무성한 뒷말이 남는다. “누가 뭐를 어떻게 했다더라”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이 한동안 입에 입을 타고 흘러 다닌다. 단순히 ‘가짜 뉴스’라고 치부하기엔 찜찜하고 개운치 않다. 그중엔 꽤 구체적 정황이 담긴 신빙성 있는 이야기도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며, 교단 전체가 뒤숭숭해 질만큼 몸살을 앓았던 적도 있다.

이로 인해 한 회기 동안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를 어떻게 인도해 주셨는지 돌아보며 감사와 찬양의 제단을 쌓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해야 할 ‘축제의 장’이 인간적 이해관계와 득실계산에 얽매여 오히려 교회의 ‘숙제의 장’이 되는 미성숙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더욱이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르는 이번 총회는 급변하는 사회 환경 변화와 지속 가능한 선교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녔음에도, 감염 확산 방지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정이 대폭 축소됐다. 그나마도 4곳의 사이트로 나뉘어 분산 개최한다. 이 때문에 인선에 지나치게 무게중심이 쏠리고, 정책 논의에 대한 집중력 저하가 불가피하게 됐다. 자칫 분위기도 어수선해질 위험성이 있다.

그만큼 대표들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그래서 ‘대표자에게 보내는 원로의 권면’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대부분의 원로는 대표들이 자기중심적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 교회 전체와 장래를 생각하는 ‘큰 그림’을 그려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지역과 합회 이기주의(부서 나누기)에서 탈피하길 강력하게 권고했다.

성우회장 서광수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치르는 이번 총회는 두말할 나위 없이 매우 중요하다. 완전히 뒤바뀔 코로나 이후 시대의 선교 상황과 사회지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당장 코로나 사태로 곤두박질 친 각종 선교지표를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만약 다음 회기 안에 그 일을 성공하지 못하면 교단은 앞으로 더 어려운 지경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 목사는 “그런 면에서 이번 총회 대표자의 사명은 이전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대표들은 하나님께 기도하고, 성령의 인도에 따라야 한다. 주님의 세밀한 음성과 감동을 받도록 기도해야 한다. 그저 사람이나 뽑고 헤어진다면 이 위중한 시기의 총회가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회의감이 들 것”이라며 총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대표는 단순히 기회나 명예가 아닌, 거룩한 특권이자 부르심의 소명이다. 사명의식과 책임감을 지니고 임해야 한다. 사사로운 감정이나 개인적 관계에 휩쓸리면 곤란하다. 그러면 장차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새 인물을 등용하여 성도들에게 희망과 대안을 제시해야 할 총회가 오히려 공동체의 발전을 가로 막는 걱정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병훈 목사는 “지도자를 선출할 때마다 말로는 영성과 믿음, 능력 있는 사람을 하나님께 구한다고 하지만, 학연이나 지연 등 개인적 관계나 이권에 따라 판가름하는 경우가 적잖다. 이는 완전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볼 수 없다. 사람의 판단과 방법으로 지도자를 세우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를 영적 지도자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목사는 “그러기 위해 대표자는 인선 과정에서 자신을 완전히 하나님 앞에 굴복시키고, 오직 성령의 지도하심에 따라야 한다. 만약 지금도 행여 사적 욕망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회개하고 십자가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가시관을 쓰고 피를 흘리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이제라도 마음을 돌이켜야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신장호 목사는 “총회의 성공여부는 어쩌면 대표자로 선정된 지도자들에게 달려 있다. 다가오는 5년의 한국 재림교회 선교발전 성패는 대표자들이 선출한 지도자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거짓 없는 믿음과 깨끗한 양심으로 주님 앞에 부끄러움 없는 주의 종이 되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그는 “총회 대표로 선출된 목회자와 평신도는 지금부터 통회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성령의 지혜를 간절히 구해야 한다. 각 교회 대표자는 사심과 지역 이기주의적인 편애에 흔들리지 말고, 오로지 복음적 사명으로 총회에 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염시열 목사는 “총회 대표의 임무 중 지도자 인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선출해야 할 지도자를 보다 넓은 안목으로 선택하길 바란다. 넓은 안목이라는 건 우리 지역(합회) 사람, 나와 친한 사람이 아니라 정말 한국 재림교회 선교사업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그런 적임자라면 자기의 지역, 개인과의 관계 등을 떠나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회 D-3 – 축제인가? 숙제인가? 대표에 달렸다

강명길 목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대표자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물을 가려 뽑을 수 있는 안목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그동안 이런 부분에 취약했다. 자기 합회 출신, 개인적 관계를 우선 시 했다. 심지어 부서별 합회 ‘배분’도 했다. 이건 재림교회의 근본정신이 아니다. 그가 어느 지역 출신이고, 무엇을 하든 하나님 사업의 과업을 맡길만한 인물이라면 과감하게 선택해야 한다. 총회는 인기투표 하는 자리가 아니라, 교회를 책임질만한 하나님의 종을 선출하는 엄숙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강 목사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 교회는 그릇된 총회문화 때문에 영적으로 많이 쇠퇴하고 시험 받은 게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어떤 모양이로든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을 선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물론 한정된 정보와 인력풀 안에서 전혀 그러지 않을 순 없지만, 이젠 개인적 이해득실을 넘어 교회의 장래와 백성을 먼저 바라봐야 한다. 그릇되고 왜곡된 총회문화를 성숙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총회 전에 ‘선거운동’을 했다느니, 심지어 로비를 했다는 구설수도 있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자체가 하나님 앞에 두렵고 성도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만약 지금도 그런 생각을 품은 사람이 있다면, 당장 철저히 자복하고 회개해야 한다. 인위적 선거는 결코 용납해선 안 된다. 그러면 영적 권위도 서지 않을뿐더러,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게 된다. 전적으로 하나님이 선택하는 사람이 지도자로 뽑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 목사는 “그러기 위해선 대표들이 성숙한 의식을 갖고, 다방면에서 참신하고 영성 있는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 자신의 명예나 공로가 아닌, 사심 없이 교회와 백성들을 위해 전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지도자를 기도하며 찾아야 한다. 지금 이 시대엔 외형적 발전뿐 아니라, 우리 공동체 전부가 진정한 부흥과 회개를 경험하고, 영적으로 향상할 수 있도록 이끌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것이 한국 교회의 진퇴를 좌우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종문 목사는 “코로나 여파로 여러 현실적 제약이 있지만, 연합회는 온라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총회 본래의 주요 순서나 내용들이 대표자나 교회에 잘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대표자는 일반적 회의나 총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성회에 참석하고 있음을 늘 의식하면서 매순간 성령의 지도하심을 구해야 할 것이다. 모든 의사결정에 간절한 기도로 참여해야 한다. 합의된 규정과 절차를 따라 관련 순서에 적극 동참하고 협력해 연합을 이뤄가도록 하므로 결국에는 ‘하나님께서 하셨다“는 간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교회가 총회의 중심에 있어야 하고, 합의된 절차에 따라 질서 있게 진행해야 한다. 대표자는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총회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길 바란다. 총회의 운영자들은 대표들이 그렇게 참여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회가 하나로 연합하는 총회가 되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최근 저서 <내가 깨달은 성경진리>를 펴낸 김명호 원로목사는 출간 기념인터뷰에서 ‘총회 대표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묻는 질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과연 사람 편에 서 있는지, 하나님 편에 서 있는지 각별히 살피며 언행을 삼가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예수님께 다가와 “선한 선생이여, 내가 무엇을 해야 영생을 얻으리이까”라고 묻던 어느 부자 청년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에게 ‘네 있는 것을 다 팔고 나를 좇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곧 ‘청년이여, 너의 위치를 잘 선택하라’는 말씀과 다름 아니다. 계명을 지키는 행위에 그치지 말고, 예수님께 항상 붙어있으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는 선악과를 먹고 숨어 있던 아담에게 ‘네가 어디에 있느냐’라고 물으신다. 욥에게도 ‘너는 어디 있었느냐’라고 질문하신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 겸허히 살펴야 한다. 지도자를 선출하고, 선교계획을 세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이 하나님 안에 속해 있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모든 일을 예수님 안에서 해야 한다. 대표들은 자신이 사람의 편인지, 하나님의 편인지 위치를 잘 보고, 신앙의 양심에 비추어 선택하라”고 부연했다.

이렇듯 총회가 하나님의 인도와 섭리에 대한 감사와 은혜의 성회가 될지, 아니면 여전히 우리 안의 미성숙한 현실과 민낯을 드러내는 숙제가 될지는 대표들의 손에 달려 있다. 대표의 수준이 총회의 수준이 될 것이요, 총회의 수준이 한국 교회의 수준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만약 이번 총회에서 또 다시 자기 이해관계에 눈이 어두워 하나님의 음성과 양심의 울림엔 귀 막은 채 볼썽사나운 구태를 답습한다면 그는 하나님 앞에 범죄 하는 것이며, 교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장래를 망치는 장본인이 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낱 자신의 이기심으로 인해 영적 권위는 신뢰를 잃고 추락할 것이며, 공동체는 분열되고, 관계는 어긋나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결국 사업은 뒤처지고, 조직은 불협화음이 커질지도 모를 일이다.

대표가 하나님 편에 충실히 서면 총회는 성령의 임재와 은혜를 누리는 축제일 것이요, 인간의 본성과 사리사욕에 취하면 또 다시 숙제만 남기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총회와 대표에 대한 유감이 반복되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소명의식을 갖고 성회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 중심에 바로 대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