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식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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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존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음식에 대해 이토록 문맹인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는 먹거리의 음식 사슬 길이가 길어지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에 대해 모르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 환경, 농업 등 여러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이라는 수식어가 다양한 명사와 어울려 자주 쓰이는 것을 본다. ‘지속 가능한 발전’, ‘지속 가능한 소비’, ‘지속 가능한 건축’, ‘지속 가능한 에너지’…이러한 예시들은 이제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흔히 접할 수 있는 표현이다. 지속 가능하다는 말에는 미래 세대가 요구하게 될 오래된 가치를 현재 세대가 파악하고 전수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는 듯하다.

이러한 의지는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먼저 태어난 현재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하면서도 다음 세대를 위한 의무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노력의 표현이다. 이를 반영하듯 유엔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를 ‘유엔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 10개년’으로 선포하고, 유네스코를 실행 기관으로 지정했다.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식생활과 먹거리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먹는 음식은 현재 세대의 먹거리로만 한정 지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녀들과 그다음 세대들이 식생활 문화를 통해 고유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식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데 고려해야 할 사항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의 식생활이 지속 가능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속한 공동체의 건강과 환경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식생활 지도사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생활과 건강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거리와 환경 문제를 비롯하여 식품의 생산 과정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민감해지게 된다. 또한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재배된 농산물이 자연을 덜 파괴하는지 관심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영양 가치가 한시적으로 고정되는 종자의 열매보다는 못생겼더라도 자연적으로 재배된 농산물을 선택하게 된다. 즉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위한 건강한 먹거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적극적으로 알아야 한다.

두 번째로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위해 ‘좋은 음식’이란 어떤 음식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종종 맛에 길들여지기도 한다. 달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무의식적으로 우리를 세뇌하여 자주 그러한 음식을 찾게 만든다. 때론 음식도 패션과 같이 유행하는 듯하여, 소위 맛집을 찾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정작 좋은 음식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미슐랭 가이드』라는 책자를 미식가들의 바이블처럼 여기며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지만 어떤 것이 좋은 음식인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그저 자신의 입안에 들어가는 음식에만 관심을 가질 뿐 그 음식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음식 문맹자’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 음식을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셋째, 음식에 대해 잘 모른다.
넷째, 음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
다섯째, 음식을 만들거나 다루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
여섯째, 음식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
일곱째, 음식에 대해 허위의식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생존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음식에 대해 이토록 문맹인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는 먹거리의 음식 사슬 길이가 길어지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에 대해 모르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음식’은 무엇일까? 진정한 의미의 좋은 음식은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에 의해 만들어진 먹거리이다. 이런 먹거리는 당연히 우리 몸에도 좋을 수밖에 없으며, 유통 과정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이익이 생산자에게 돌아간다. 게다가 음식을 매개로 하여 사랑과 관심이 오가기도 한다.

미식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달라.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라고 했다. 만일 당신이 한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 그다음 미래의 세대까지 지속 가능한 식생활은 어떠한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사바랭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지 귀 기울이고 싶다.

정재희
중앙대학교 동 대학원에서 식품 공학을 전공하였다. 졸업 후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 식품과 꽃차 및 한방 약차를 연구하고 있다.

가정과 건강 1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