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8장은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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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총회 성경연구소의 성경 난해 문제 해석
Interpreting Scripture: Bible Questions and Answers

[대총회 산하에 봉직하고 있는 선발된 학자 49명이 내놓은 성경 난제 94개에 대한 균형 잡힌 해석들]

잠언 8장은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고 있는가?

“여호와께서 그 조화의 시작 곧 태초에 일하시기 전에 나를 가지셨으며 만세전부터, 상고부터, 땅이 생기기 전부터 내가 세움을 입었나니 아직 바다가 생기지 아니하였고 큰 샘들이 있기 전에 내가 이미 났으며”(잠 8:22-24).

기독교 역사 내내 성경 해석자들은 잠언 8장에 묘사된 지혜를 그리스도로 이해하였다. 그렇다면 이 본문이 참으로 성육하기 이전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가? 아니면 여기서 지혜는 단지 하나님의 속성을 의인화한 것인가?

잠언에 나타난 의인화: 지혜라는 하나님의 속성을 여인으로 의인화한 것은 잠언 1장에서 시작된다. “지혜가 길거리에서 부르며 광장에서 소리를 높인”다(1:20). 3장에서 “지혜[그녀]는 진주보다 귀하니” “그[그녀의] 첩경은 다 평강이니라”(3:15, 17)고 말해진다. 7장에서 그녀는 “누이”라고 일컬어지며(7:4), 8장에서 지혜는 명철[또 하나의 의인화]과 동거한다. 의인화한 지혜는 잠언 9:1-5의 주제이기도 한데, 여기서 그녀는 “미련한 계집” 곧 의인화한 지혜의 반대편과 비교된다(참조 (9:13-18). 어리석은 계집의 품성은 “떠들며 어리석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묘사된다(13절).
두 여인 곧 지혜와 어리석음 사이에 평행적 관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 둘 다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집을 갖고 있다(잠 9:3, 14). (2) 둘 다 자기를 찾는 자들을 집으로 초청한다(9:4, 16). (3) 둘 다 집에서 음식과 물을 제공한다(9:5, 17). (4) 둘 다 음식 외에 다른 것들을 제공한다(9:11, 18). 이 둘 사이의 중요한 차이는 제공하는 것의 성질에 있다. 지혜는 생명을 제공하고, 종교적 창녀로 의인화한 어리석음은 남자들에게서 생명을 앗아가며 그녀의 손님은 음부의 깊음에서 생을 마친다(9:18). 이 두 여인은 두 가지의 삶의 방식 곧 삶과 죽음의  길을 대표한다. 둘 중 어느 것도 실제적인 사람을 가리키진 않는다.

지혜의 기원: 잠언 8장에서도 지혜는 인격체처럼 묘사된다. 그녀는 은유적으로 하나님의 “장인”(匠人, 개역한글판에는 “창조자”로 되어 있음)으로 묘사되는데(8:30), 그녀가 우주의 창조에 관련되었음을 암시한다. 지혜를 인격체로 묘사함으로써 그녀와 하나님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놓인다. 그녀의 기원은 바로 하나님께 있다. “여호와께서 그 조화의 시작 곧 태초에 일하시기 전에 나를 가지셨으며[히브리어 카나]”(22절). 이 절이 새국제역에는 “주께서 그분의 역사(役事)의 시작으로 나를 내셨으며”라고 되어 있다. “산출하다, 내다” 혹은 “소유하다” 등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동사 카나는 “그가 나를 얻었다, 잉태했다, 혹은 창조했다” 등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카나의 기본적인 의미는 “소유하다”인 것 같다(참조 잠 4:5-7). 어떤 것을 얻거나 소유하는 것은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중 하나가 임신을 통해서다(예컨대, 창 4:1). 잠언의 문맥에서는 임신의 개념을 암시하는 것 같다. “그 조화의 시작 곧 태초에”(8:22)라는 구절은 하나님께서 창조를 시작하셨을 때 지혜가 이미 거기 함께 있었음을 가리킨다.
“상고부터, 땅이 생기기 전부터 내가 세움을 입었나니[히브리어 나사크, ”쏟다“]”(8:23). “상고부터”(from everlasting)라는 구절은 동사로써 표현된 행동이 영원 속에서 일어났음을 나타낸다. 이런 의미에서 이 번역은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문맥상 이 구절은 창조 이전에 일어난 어떤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동사 나사크를 “세우다”라고 번역하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참조 시 2:6), 이 동사가 이 용례에는 매우 맞지 않아 보인다. 이 번역을 받아들인다면, 하나님께서 영원 전 곧 창조 이전에 지혜에게 어떤 구체적인 기능을 지정했다는 말이 된다. 우리는 그러한 기능의 지정의 성격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여기서 히브리어 동사가 나사크가 아니라 사카크(“짜다, 직조하다”)일 가능성도 있다.1 시인은 잉태된 과정을 묘사하는 데 사카크를 사용했다(시 139:13, “조직하다”). 이렇게 본다면, 잠언 8:23은 신적 존재 안에서 지혜가 잉태되는 영원한 과정을 묘사하는 말이 될 것이다. 이는 마치 신적지혜가 모태 안에서 태아가 자라는 것처럼 은유적으로 표현된 말일 것이다. 지혜는 잠언에서 의인화되어 있지만, 근본적으로 하!
나님의 속성을 띠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존재에 속하며 그분 안에 감춰져 있다.
“아직 바다가 생기지 아니하였고…내가 이미 났으며”라고 말하는 24절에서, 하나님의 지혜는 탄생을 통해 존재하게 된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하나님의 존재의 일부였다. 이 구절 전체에 사용된 표현들은 대단히 은유적이지만 기별은 분명하다. 하나님께서 창조의 역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지혜가 그분의 존재의 일부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창조를 시작하셨을 때, 지혜는 말하자면 세상 속으로 “태어났다.” 다시 말하면, 존재하게 된 모든 것은 먼저 하나님의 마음속에 잉태해 있었다. 하나님의 능력을 통해 지혜가 오늘날 우리가 관찰하는 실재들의 구체적인 형태를 띠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천연계를 탐구할 때 하나님의 지혜를 분석하게 되는데, 그 지혜가 피조 세계의 물리적 구조뿐 아니라 그것의 기능도 결정했기 때문이다.
“여호와는 지혜를 주시며 지식과 명철을 그 입에서 내신”다고 말하는 잠언 2:6에서, 지혜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으로 밝혀지고, 지혜는 “그 입에서” 나오며, 지혜는 하나님과 다른 어떤 실재가 아니라 하나님 자신의 행위로 말해진다.

그리스도와 지혜: 그리스도 교회의 초기 세기들에, 잠언 8장은 교부들이 그리스도를 언급할 때 사용한 구약의 가장 널리 알려진 구절 중 하나였다. 많은 이들은 이 장에 있는 지혜를 예수 그리스도로 보았다. 그러나 잠언의 문맥에 나타난 대로, 지혜가 하나님의 속성 중 하나를 가리키기 때문에 8:22-31에서 지혜가 성육이전의 그리스도를 지칭한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신약은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지혜로 말함으로써 지혜의 종교적 의미를 강조한다. 바울은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라고 말했다(고전 1:24). 구약에서는 피조 세계를 통해서 하나님의 지혜에 어느 정도는 접촉할 수 있었으나, 신약에서는 하나님의 지혜가 우리 주님의 인격과 사업을 통해 계시된다. 그리스도 안에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가 감취어 있”다(골 2:3). 그분이 바로 하나님의 지혜이시다. 신약에서 이 경우의 지혜는 의인화한 하나님의 속성이 아니라 인간의 육신을 입으신 하나님을 말한다. 이 놀라운 지혜는 “오직 비밀한 가운데 있는 하나님의 지혜를 말하는 것이니 곧 감취었던 것인데 하나님이 우리의 영광을 위하사 만세 전에 미리 정!
하신 것이”다(고전 2:7). 그분은 육신을 입음으로써 회개하는 죄인들에게 생명을 가져오셨다. 그러한 사람이란 하나님께로부터 나오신 그리스도 예수 곧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속함이 되”신 분 안에 있는 자들을 말한다(고전 1:30). 하나님께 순복하는 마음으로, 주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이 하나님의 지혜 곧 그리스도를 소유한다.

누구든지 잠언 8:22-31을 문맥을 무시한 채 인용하면 지혜에 대한 묘사를 실제로 존재하는 자에 대한 문자적인 묘사로 오인할 수 있다. 이 구절은 하나님께서 다른 것을 창조하시기 이전에 지혜라 불리는 어떤 존재를 생산했다(혹은 창조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지혜를 “가지셨고”, 우리의 물리적 우주를 창조하시기 이전에 창조 질서의 기초로 그것을 세우셨다는 말이다. 사실상 잠언 8:22-31은 의인화라는 문학적 기법을 사용하여 잠언 3:19, 20을 좀 더 세밀하게 진술한 것이다. (Robert M. Bowman, Jr., Proverbs, Personification, and Christ)

결론: 구약에서 의인화한 하나님의 속성인 지혜는 마치 예언적인 표상처럼 하나님의 영원하신 아들의 인격 안에 성육한 하나님의 지혜를 암시한고 말하는 것이 우리의 최선이다. 그분 없이 우리는 구원에 필요한 진정한 지혜를 얻을 수 없다. 하나님의 지혜의 가장 영광스런 계시는 우리 주님의 성육하심, 죽음, 부활 및 중보에서 나타난다. 지금 그 하나님의 지혜의 계시는 천연계의 사물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분 곧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 독특하게 드러난다.


Angel Manuel Rodrigu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