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마 속 인명 구한 ‘의인’ 김홍기 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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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산불이 일어나자 불편한 몸에도 이웃들을 일일이 깨우며 대피 시킨 ‘의인’ 김홍기 성도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가 제가 있던 102호예요. 연기가 나는 걸 보고 105호 문을 세게 두드렸어요. 거기에 베트남 아주머니가 사시는데, 밤에 모텔 청소를 하고 아침에 들어와 잠자거든요. 불이 났다고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를 질렀지요. 그리고 주인집 아주머니를 모시고 나왔는데…”

그날의 상황을 설명하던 김홍기 성도가 잠시 말을 멈췄다. 시커먼 재로 변해버린 집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발걸음을 돌리는데, 그의 지팡이가 뼈대만 남은 스쿠터에 부딪혔다. 다리가 불편한 김홍기 성도가 어디든 갈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친구 같은 존재였다.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오히려 머쓱할 정도로 밝고 긍정적인 모습의 김홍기 성도였지만 이제는 재가 된 스쿠터를 바라보며 지은 미소는 어딘지 씁쓸해 보였다. 

잠시 말이 없던 김홍기 성도의 머리 위로 후두둑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비를 피해 차에 올라타자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불이 덮쳐 오니까 빨리 피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을 피신시키고, 저는 휴대폰이랑 지갑 그리고 스쿠터 키를 챙겨서 빠져나왔어요. 그래서 이제 스쿠터를 타려고 열쇠를 꺼내보니 그게 손톱깎이였어요. 얼마나 난감했는지 몰라요. 그때 제가 문을 두드려 깨운 외국인 노동자 친구들이 차를 갖고 와서 저를 태워서 피신을 시켰죠. 만약 제가 그들을 깨우지 않고 혼자 도망쳤으면 아마 큰일 났을 거예요”

11일 오전 8시30분경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최초 발화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불과 30분 만에 김홍기 성도가 사는 안현동까지 번졌다. 멀리서 보이던 연기가 점차 가까이 오더니 불붙은 솔방울이 강한 바람에 그의 집 마당까지 떨어졌다. 묶여 있는 강아지의 목줄을 풀어주고, 야간에 일을 하고 잠든 이웃들의 문을 두드렸고 주인집 할머니까지 피신을 시켰다. 하지만 주인집 할아버지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이번 산불로 인해 발생한 1명의 사망자가 다름 아닌 김홍기 성도가 찾지 못한 주인집 할아버지였다.

김홍기 성도는 자택 뒤편에서 염소를 돌보던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이미 피신한 줄 모르고 할머니를 구하러 집에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생각했다. 길이 엇갈려 할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 듯 그는 연신 마른세수를 했다.


인터뷰 – 화마 속 인명 구한 ‘의인’ 김홍기 성도

 

이야기를 마친 김홍기 성도는 이제 ‘집’에 가자고 했다. 집은 강릉아레나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대피소 입구에서 휠체어를 타고 안으로 들어서자 텐트가 반듯하게 정렬돼 있었다. 그는 안내데스크로 가서 갈아입을 옷을 받아 들고 텐트로 향했다. 

답답한 마음에 시청 직원에게 윽박지르는 엄마를 보고 어린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텐트의 숲에 가려져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소리만 들려왔다. 자신의 텐트에 다다른 김홍기 성도는 의족을 벗고 집이라 부르는 텐트에 몸을 누이며 말했다. 

“우리나라는 재난대비가 참 잘 돼 있어요. 이렇게 빨리 대피소가 마련되고 사람들이 와서 도와주잖아요”

그는 안식일인 15일 오전, 예언의 신 나누기 운동에 참여키로 다짐한 터였다. 이웃들의 문을 두드려 불에서 피신시킨 것처럼, 이웃들을 영적으로 살리기 위해서였다. 안식일 예배 설교처럼 이 모든 일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고, 하나님만 해결하실 수 있기에 모든 일을 맡기고 주어진 사명에만 집중하기로 다짐했다.

김홍기 성도의 긍정적인 모습은 슬픔과 절망의 기운이 사람들을 억누르는 대피소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며칠 전엔 그에게 한 사람이 넌지시 “당신 예수 믿는 사람이오?” 하고 물었다. 그는 “그럼요. 예수 믿는 사람이지요”하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이런 거대한 절망 앞에서 예수님 외에 희망을 줄 분이 없다는 고백이나 다름없었다.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하듯, 절망이 더한 곳에서 희망의 통로가 되는 김홍기 성도의 모습에서 “재 대신 화관을 씌워주리라”(사 61:3)는 하나님의 약속이 어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