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숲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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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는 다 담지 못했지만 ‘산림’이라는 공간만이 가진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함, 다양성을 존중받는 건강함, 아낌없이 주고받는 건강함을 온몸으로 느껴 보기를 권한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63%(2015 산림 기본 통계 기준)가 산림 면적이고, 핀란드, 일본, 스웨덴에 이어 OECD 국가 중 4번째로 넓은 산림을 보유하고 있는, 말 그대로 산림이 풍부한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산림 문화, 산림 휴양, 산림 교육, 산림 레포츠, 산림 치유, 산촌, 도시숲 등 다양한 이름으로 많은 사람이 숲의 혜택을 받고 아낌없이 누리고 있다.
   숲은 우리 가까이에 있고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또한 건강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제약 없이 마련되어 있는 자연환경이다. 우리는 생태계에서 얻는 것들로 알게 모르게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숲은 임산물 등 먹거리와 같은 자원은 물론이고, 소리, 피톤치드와 음이온, 적당한 습도와 햇빛,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한다. 특히 산림을 이루는 녹색은 눈의 피로를 풀어 주고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선물한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아름다운 색상은 자연스럽게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숲에서 얻는 치유 효과는 식물의 잎이나 꽃, 줄기, 뿌리에서 방출되는 휘발성 방향 물질인 ‘피톤치드’ 덕분이다. 이 피톤치드의 주성분은 테르펜이다.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 침엽수에서 더 많이 방출되는데 이는 살균제, 방부제, 소독제, 피로 회복제로 활용하기도 한다. 더불어 인간의 자연 치유 능력인 면역 기능을 활발하게 해 주고, 코르티솔 수치를 낮춰 주어 스트레스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바쁘고 스트레스가 쌓인 현대인은 점점 더 녹색에 가까운 것들로 회귀하는 것일까?
   ‘반려 식물’이라는 개념으로 식물을 키우고 가꾼다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파테크’(파와 재테크의 합성어)라는 이름의 홈 파밍(Home Farming)족도 등장했다. 코로나19로 가까운 공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서울 도심에 위치한 한 식물원에는 천만 명 가까운 방문객이 돌파했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상에서 해묵은 것을 해소하고자 한다. 특히 수목원에서 일하다 보면 더욱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숲으로 대표되는 녹지는 울창함 저 너머 어딘가 으슥하고 인적이 드문 첩첩산중에 있을 것 같다는 편견을 버릴 수 있는 좋은 소식이 있다. 가까운 곳에 자연을 느끼고 녹색을 경험할 만한 공간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수목원과 정원에 관한 법이 제정되며 전국 어디서나 심지어 주거지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서 찾을 만한 수목원, 정원 등이 조성 및 운영되고 있어 기대가 커지고 있다.

먼저 수목원은 수목을 중심으로 수목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증식하며 보존하고 관리하는 곳이지만 방문객들의 필요를 위해 전시나 자원들을 활용하여 치유, 휴양, 교육의 역할도 함께한다.
   산림청 수목원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국립수목원 3개소를 포함하여 공립수목원 33개소와 사립수목원 29개소가 등록되어 있다. 또한 산림청에 등록되지 않은 여러 수목원, 식물원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등록된 수목원에 근거하여 몇 군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국립수목원
먼저 국립수목원이다.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수도권 근교(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하여 방문하기 쉽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2010년 유네스코 광릉숲 생물권 보전 지역의 완충 지역에 해당하여 단위 면적당 가장 다양한 생물종을 보유한 지역이기에 장수하늘소와 같은 곤충과 이 곤충을 먹이로 삼는 까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와 같은 조류를 보거나 광릉요강꽃, 광릉골무 등과 같은 희귀 식물이나 특산 식물을 보는 인상적인 경험도 할 수 있다.
   특히 광릉숲은 550여 년간 훼손되지 않고 잘 보전되어 전 세계적으로 온대 북부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온대 활엽수 극상림을 이루고 있는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숲이다. 극상림은 숲의 천이 과정에서 성숙하고 안정된 마지막 단계를 말하는데, 우리는 이곳에서 팔뚝의 근육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긴 나무껍질 때문에 잘 알려진서어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국립수목원을 가게 된다면 ‘걸어 볼까요 수목원길’이라는 스탬프 챌린지 형식의 자기 학습식 해설(Self-guided)을 통해 주제별로 10코스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완도 수목원
다음은 전라남도 완도군에 위치한 완도수목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온화하고 일교차가 적으며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상록 활엽수가 있다. 상록 활엽수를 만나 볼 수 있는 것은 연평균 기온이 14도 이상, 강수량이 1,300~1,500mm에 해당하는 기후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완도는 난대 수종인 완도호랑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황칠나무, 동백나무, 녹나무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난대림을 대표하는 나무로 붉가시나무를 들 수 있는데, 가시는 없지만 목재와 새순이 붉은빛을 띠어 붉가시나무라고 부른다. 붉가시나무라는 이름은 참나무 수목의 대다수가 그러하듯 도토리를 가지고 묵을 만들어 먹을 수 있어 배고픔을 가시게 해 준다고 해서 ‘가시나무’라고 불렀다는 가설이 있고,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 ‘가서목’이라는 한자 표현에서 차용하여 가시나무가 되었다는 해석도 있다. 탄소 저장량과 흡수량이 가장 많은 나무이기도 하고, 잎, 줄기, 열매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고마운 나무여서 방문하게 된다면 눈여겨봐도 좋을 것 같다.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마지막으로는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전쟁 등과 같은 대재앙으로부터 식물 유전자원을 보전하기 위해 건설된 야생 식물 종자 영구 저장 시설인 ‘시드볼트’가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시드볼트는 종자(Seed)와 금고(Vault)의 합성어로 종자를 저장하는 금고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단순히 종자만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관 기관을 영구적으로 설정하여 야생 식물의 멸종을 막고자 하는 데 있다. 내진 설계를 통해 산림 복원을 위해 중요한 자원인 씨앗을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도록 하였고 지속 가능한 숲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치가 있는 장소이니 충분한 방문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시드볼트도 유명하지만 백두대간의 산군인 호랑이를 볼 수 있는 수목원으로 더 유명한데, 호랑이숲에 가면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사계원, 경관초지원, 야생화언덕, 돌담정원 등 다양한 정원을 즐길 수 있고, 큰 규모의 수목원에서는 꽃과 나무를 맘껏 누릴 수 있다.

수목원 소개를 마치며 숲을 방문하면 그 현장에서만 보고, 듣고, 느끼며, 깨닫는 ‘장소감’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 어떤 곳에서 느낄 수 없는 경험을 가능하게 해 준다. 때로는 새롭고, 때로는 경이롭다.
   글에는 다 담지 못했지만 ‘산림’이라는 공간만이 가진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함, 다양성을 존중받는 건강함, 아낌없이 주고받는 건강함을 온몸으로 느껴 보기를 권한다.
   이제 다시 숲에 가게 된다면 숲으로부터 건강해지는 것 이상으로 숲 자체가 가진 건강함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려면 숲에 가야 한다는 말은 비단 맑은 공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신상은
이화여자대학교 에코크리에이티브 협동과정(생태교육전공) 박사 과정 수료, 현 국립수목원 연구원

가정과 건강 8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