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안식일 성수, 그 투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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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 변호사는 기고문을 통해 ‘안식일 시험’에 마주 선 재림성도들의 고초를 조명하고, 사회적 변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 신명철 변호사(법무법인 법승 / 한국연합회 종교자유부 자문변호사)  

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토요 시험으로 학교를 상대로 소송해 고등법원에서 승소한 임이진 씨의 사건에 대해 법원이 선고한 판결문의 인정사실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돼 있다.

“안식일을 지키라는 교리를 굳게 믿고 실천하는 재림교인들은 사회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토요일에 시행되는 대학 입학 면접고사에 응시할 수 없어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에의 지원을 포기하거나, 토요일에 시행되는 국가 또는 다른 기관이 주관하는 자격시험 등에 응시할 수 없어 해당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거나, 군대나 직장에서 토요일 근무를 거부하여 불이익을 받아왔다”

1904년 세천사의 기별이 한반도에 전파된 이래, 재림교회의 핵심 교리인 안식일 준수보장에 있어 재림교인은 사회로부터 상당 부분 이해와 배려를 받지 못했다. 주5일 근무제도가 시행된 지 10년 이상 지났음에도 여전히 토요일에 시행되는 각종 시험, 사내 또는 교내 참석의무 행사 일정으로 신념을 지키는데 극심한 어려움과 피해를 겪고 있다. 

재림교회는 1956년 6월 30일 국방부에 재림교인 병무소집 피교육자에게 매주 토요일 예배행사를 허용해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1962년 군의관으로 병무 소집된 재림청년이 안식일 훈련을 거부함으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 후로도 종교적 신념으로 군대 내에서 사법처리된 사례가 최근까지 확인되고 있다. 

군대뿐 아니다. 2010년에는 행정안전부에서 주5일제 근무 정착을 위해 국가고시 토요일 시험실시를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기존 일요일에 시행하던 국가고시를 토요일에 시행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원칙은 민간분야로 확대되며 각종 자격시험을 비롯해 입학, 학교 내 시험에까지 토요일 시험 시행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방침 이전에도 토요일 시험은 우리 사회에 이미 상당 부분 시행되고 있었고, 이러한 제약은 특히 의과대학에서 매우 심했다. 의료선교를 꿈꾸며 의대에 진학한 우수한 재림청년들이 토요일 시험으로 상당한 좌절을 경험했다. 

종교자유와 기회평등을 위한 모임 강기훈 회장은 한지만 씨 소송 당시 제출한 탄원서에서 “20년 전 같은 교회에 다니던 어느 의대 선배를 기억합니다. 안식일 시험으로 2번이나 유급당한 그분은 세 번째 유급은 퇴학이라는 엄포에 결국 안식일 시험을 쳤었습니다. 그분의 신앙적 괴로움을 누가 감히 가늠하겠습니까만, 교회로 돌아와 뒷자리에 홀로 앉아 말없이 눈물로 고통의 세월을 삭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 역시 같은 문제로 유급을 겪었고 퇴학과 재입학 등 파란만장한 시절을 겪으며 많은 고통의 기억이 있기에 동병상련의 심정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재림교인 의사 조상익 씨의 탄원서에는 재림교인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찾아가서 어떤 불이익도 달게 받겠으니 안식일이 아닌 다른 날 시험을 보게 해달라며 울며 애원하고 있고, 이를 거부당하면 10년 이상을 준비하고 꿈꿔온 의사라는 길을 포기하거나 유학을 떠나게 된다는 사례들이 진술돼 있다. 

2016년에는 의사국가고시시험일이 토요일로 공고되면서 재림교인 의대생들이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기각당했다. 최근 들어서는 치과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안식일에 시행되면서 재림교인 치대생들이 응시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각종 시험의 안식일 시행으로 재림교인의 학업과 진로에 큰 제약이 따르고 있다. 그러나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17년 재림교인 의대생 한지만 씨가 의과대학 내 안식일 시행 시험에 대해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법정 투쟁을 한 끝에 최종적으로 승소했다. 

이 사건은 학교 내 안식일 시험 시행 문제 해결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로 국가인권위원회, 국가권익위원회가 안식일 시행 자격시험에 대해 요일 다양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또한 안식일 시행 입학면접 시험에 대해 임이진 씨가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고등법원에서 승소했고, 학교의 상소로 현재 대법원에서 소송 중에 있다. 이처럼 안식일 성수 피해 사례에 대한 사법적 구제가 점차 이뤄지고 있다. 다만, 위에 소개한 당사자들은 다년간의 소송 기간동안 시간적, 경제적 부담으로 장기간 진로의 제약은 감수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재림교인에 대해 교회와 우리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 

대총회의 안식일 준수에 관한 지침에 의하면 교회와 교인들은 안식일 시험 시행과 관련해 재림교인 응시자들의 구제를 위해 당국자들을 만나 안식일 외의 시간에 시험을 치르도록 중재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기재돼 있다. 여기에서 당국자는 시험을 시행하는 기관뿐 아니라 이러한 상황을 구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법기관 및 법원 등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세계 각지에서 안식일 성수와 관련한 중재와 소송 등이 진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구체적 진행경과를 보면, 종래 종교적 성일에 시행되는 시험에 대한 소송은 재림교회가 아니라 일반 개신교회에서 먼저 있었다. 2000년경 일요일 시행 시험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기각결정을 받았고, 그 이래 유사 판결이 반복돼 왔다. 

그러던 중, 한지만 씨 사건이 2017년에 제기됐고, 해당 사건 재판부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 제20조의 종교의 자유, 자유권규약 제18조, 토요일은 휴무함을 원칙으로 하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등의 관계 규정의 문언과 규정 취지 등을 근거로 위 재림교인 의대생이 재림교회 교리에 따라 안식일인 토요일에 실시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사정은 학칙 상 추가시험 내지 성적추가평가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질병 그 밖의 부득이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주한미국대사관은 2020년 6월 10일 세계의 종교자유를 신장하기 위해 미국 정책을 다루는 보고서인 ‘국제종교자유보고서’에 이 사건을 기재했다. – 다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