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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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통해 이 세상에 왔다 해서 자녀가 나의 것은 아니다. 위대한 신의 선물이며, 그분의 목적으로 세상에 보내어진 것이다. 내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나와는 다른 독립된 인격체임을 깨닫고, 자신과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 학대가 아닌 진정한 훈육이 시작된다.

모든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과 쉬지 않고 발생하는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 사는 세상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한탄의 마음이 든다. 아동 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아동 학대의 발생 현황은 2012년부터 연평균 20%씩 급증하여, 2019년의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4만 1,389이었으며, 이 중 79.5%(2만 3,883건)가 가정 내에서 발생하였고, 75.6%(2만 2,700건)가 부모에 의해 이루어졌다. 아동 학대의 유형은 신체 학대, 정서 학대, 성 학대, 방임의 4가지가 있는데 최근 10년간 정서 학대와 신체 학대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폭력성의 강도도 나날이 심각해져서 2019년 한 해에 아동 학대로 사망한 어린이가 42명에 이른다.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학대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대를 자행하는 부모들은 자신의 행위를 훈육이라고 둘러댄다. 그러나 훈육과 학대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는데, 자녀의 인격을 무시하고 자신의 감정에 휘말려서 자기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의 체벌과 정서적 모욕, 위협, 방치 등은 모두 자녀에 대한 훈육이 아닌 학대에 해당된다.

   심각한 학대를 하는 부모의 대부분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원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 학대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학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대받은 경험이 제대로 치유되지 못하고 상처와 열등감으로 내면에 자리 잡혀 있을 때, 자녀를 존중하며 훈육하는 방법,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배우지 못했을 때 자신의 열등감을 건드리는 작은 사건이 발생하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받은 대로 자녀에게 폭력을 쏟아 놓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계속 대물림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처를 깊이 들여다보고 성찰하며 치료하는 경험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래전, 두 딸을 둔 어머니가 찾아와 상담을 신청하였다. 7살 난 첫째 딸의 행동이 모두 마음에 안 들어서 나무라다 보니 아이가 너무 위축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그 아이를 다그치는 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었다. 둘째 딸은 하는 짓이 예뻐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데, 첫째 딸은 하는 행동마다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신체적 학대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첫째 딸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하지 않는 정서 학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첫째 딸의 어떤 행동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수줍어하고 소심하고, 앞에 나가서 말도 잘 못하는 행동을 볼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둘째 딸은 남편을 닮아 적극적이고 씩씩한데, 첫째는 자신을 닮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딸의 성격을 소심하다기보다는 조심성 있고 신중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의 열등한 성격과 자녀의 성격이 동일시되면서,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분노와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성격을 좋아하지 않고, 들키고 싶지 않은데 자녀의 행동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여질 때, 자녀가 마치 자신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져 감정의 동요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못했던 열등감이 있는 부모는 자녀가 공부 못하는 것에 대해, 말을 잘 못하는 열등감이 있는 부모는 자녀가 말을 더듬을 때 다소 과장되고, 비열한 방식으로 자녀를 대하게 된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일차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내 안을 잘 들여다보면 좋은 것만 있을 수는 없다. 지금까지 자라 오면서 받은 상처와 잘못된 경험들로 내 안에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수많은 열등한 모습이 들어 있다. 이 모습을 직시해야 한다. 천박함, 열등함, 비열함, 교만, 이기심 등 수없이 많은 나의 부정적 모습을 못 본 척 덮어 버리고,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인 척 자신과 타인을 속이면서 살다 보면 자신의 이성이 느슨해지는 가정과 같은 공간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의 대수롭지 않은 행동에 내면의 열등한 요소들이 자극받아 학대를 자행하게 되는 것이다.

   밖에서는 그렇게 다정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 집에만 오면, 자신보다 힘이 약한 자녀들만 보면 엄격하고, 쉽게 분노하며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은 자신 내면의 열등한 부분에 대한 직시와 인정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 노력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열등함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나도 언제나 실수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면, 자녀의 실수에 대해서도 관대해질 수 있다.

   자신의 부모에게 깊은 사랑과 이해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행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연약함을 감싸 안아 주는 절대자를 만나 그 앞에 자신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을 품을 수 있다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겸손하게 부모 역할을 새로 배워 간다면, 학대의 악순환을 끊고 내 세대에는 새로운 부모자녀의 관계를 만들 수 있다.

   19세기에 활동했던 미국의 저술가 엘렌 G. 화잇은 “부모들이여, 사랑과 기쁨과 행복스러운 만족감의 햇빛이 그대들 자신의 심령 속에 비쳐 들어오게 하고 그것의 포근한 감화가 가정에 스며들게 하라.”라고 말하였다. 나를 통해 이 세상에 왔다 해서 자녀가 나의 것은 아니다. 위대한 신의 선물이며, 그분의 목적으로 세상에 보내어진 것이다. 내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나와는 다른 독립된 인격체임을 깨닫고, 자신과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 학대가 아닌 진정한 훈육이 시작된다.

김정미
삼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전 삼육대학교부속 유치원 원장

가정과 건강 7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