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진 의욕으로 새해를 시작하던 지난 1월에는 루손섬 남부의 타알화산이 폭발해 가슴을 쓸어내리며 초유의 원정훈련을 다녀와야 했고, 이후로는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한동안 캠퍼스에 발이 묶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당초 예정보다 훨씬 늦은 6월과 7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예정했던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고, 그나마도 파송 후 일정기간 자가격리를 거쳐야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을 생각하면 유독 애틋하고 각별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이들이 두 발을 딛고 선 곳은 지구촌이기도 했지만, 세계선교의 땅끝이었습니다. 홀로 마주한 마을에서 이들은 낯선 이방인이었고, 여행객이 아니라 복음을 손에 든 선교사였습니다. 이 당찬 젊은이들은 이런 상황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며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걱정이나 불평보다 감사의 간증이 더 먼저 흘러나옵니다.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2020년을 마무리하며 ‘송년특집’으로 5명의 55기 1000명선교사와 ‘랜선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 안녕하세요. 55기 선교사이자 삼육대 신학과 18학번 고예은입니다.
▲ 고예은 선교사는 언제부터, 어느 지역에서 봉사했나요?
– 이전에는 캠퍼스 미셔너리로 봉사하다 지난 9월 11일부터 Lucena city salinas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 그동안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요?
– 매주 사나흘씩 마을주민들에게 성경공부를 가르쳤습니다. 주로 VBS(Vaction Bible Story) 어린이 성경학교를 몇 주에 걸쳐 계획해서 진행했습니다.
▲ 현재의 선교지에서 언제까지 사역하게 되나요? 앞으로의 선교사 일정을 말씀해 주세요.
– 2021년 1월 22일 졸업식 전까지 사역할 예정입니다.
▲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선교사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선교지에 오기 전, 아이들이 많은 선교지가 제 기도제목이었습니다. VBS(Vaction Bible Story) 어린이 성경학교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하나님을 알아가는 시간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준비기간이 길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순순함,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 또 그 안에서 우리를 사랑해주는 아이들이 있기에 이것이 저의 행복이었습니다.
▲ 선교지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선교지가 열악한 환경이라는 걸 미리 알고 왔지만, 막상 겪어보지 못한 많은 경험과 시험이 밀려올 때, 믿음이 흔들려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선교하러 왔는데 매번 하나님을 의지하며 이겨 나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시련이 오면 그 뒤에 있는 하나님을 보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말로만 하나님 의지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극복하려 하지 않고, 주저 앉아있기만 했습니다. 저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저는 시련이 오면 하나님과 함께 이겨나가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불편과 결핍, 쓰라린 고통까지도 기쁨으로 참아야 했는데 하나님 능력의 증거를 계속 보지 않으면 더 이상 여호와를 신뢰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눈앞에 당면한 불편과 시련만을 보고 느낄 뿐이었습니다. 길의 어려움만을 말하고, 저의 지루한 여행이 언제 끝날까 하는 의문을 품었던 게 제일 약한 부분이었습니다. 선교사로서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선교지로 파송됐습니다. 혹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나 걱정은 없었나요?
– 하나님께서 이곳에 부르셨기에 이미 다 준비해 주셨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선교사를 경험하게 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혹시 선교지에서 외국인에 대해 경계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한국인들을 좋아해주고 한국어로 인사하며 더 좋아해주었습니다.
▲ 이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그리고 낯선 선교지에서 무엇을 보고 배웠나요?
– 저의 부족함을 경험했습니다. 태풍이 불어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짐을 옮기는 일에 불과했습니다. 개미와 벌레가 물어 피부가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약을 바르는 거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손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음을 느끼는 선교사 생활이었습니다.
물이 부족해 불편을 겪거나 반찬이 두 가지만 되어도 감사했던 일, 냉장고가 없어 채소를 사지 못하는 일,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날에는 지붕에서 비가 새고, 빗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은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이런 것들을 구해보지 않았습니다. 부족함이 없었기에 하나님의 손밖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체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결핍과 부족함에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다 채워주시고 해결해 주십니다. 빗소리에 눈을 떠보니 새벽 4시여서 말씀을 볼 수 있었던 일, 반찬이 떨어지니 이웃과 교인들이 과일과 쌀, 라면, 물을 줘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주신 일, 지붕에서 비가 새니 진심어린 걱정으로 자신의 집에서 살라고 선뜻 선의를 베풀어주던 사람들 모두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저의 생활이 조금은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아무런 부족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건 물질의 결핍이 아니라, 저의 감사함이 부족했던 것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정말 작은 일도 그분께 여쭤보시기를 기다리고 계심을 배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채워주시기를 갈망하십니다. 저는 그 축복을 거절하며 살아왔기에 부족함을 몰랐던 것입니다. 부족함이 없기에 하나님을 찾지 않았고, 찾지 않으니 감사함을 몰랐습니다. 두드리지 않았기에 하나님이 저에게 더 많이 주시고자 하는 것들을 받지 못했습니다 .
‘지금까지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무 것도 구하지 아니하였으나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니 너희 기쁨이 충만하리라’(요 16:24)는 말씀의 진정한 뜻을 배웠습니다.
▲ 돌이켜보면 1000명선교사 활동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나요?
– 누군가 저에게 ‘1000명선교사를 다시 지원할 테냐’고 묻는다면 저는 단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1000명선교사에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할 것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일 잘한 선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1000명선교사에 지원한 것”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만큼 잘한 선택이자, 후회 없는 선택입니다. 2020년은 저에게 정말 잊을 수 없는 해입니다.
바라기는 저와 같이 청년들이 이곳에 와서 더 많은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삶에서 생활할 때는 하나님을 많이 찾지 않았던 과거의 저를 되돌아보며 많은 사람이 1000명선교사에서 이 생활을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주변의 친구와 지인들에게 1000명선교사 지원을 ‘강추’할 것입니다.
▲ 만약 1000명선교사에 지원하려는 청년이 있다면, 어떤 점을 준비해야 할까요?
– 마음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지만, 혹여나 그 마음이 흔들린다고 해서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마음은 당연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일에 기쁨과 행복을 느끼기 바랍니다. 하나님 없이는 단단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힘들고 쓰러질 때마다 하나님을 바라보며 기도하십시오. 단순히 이 생활을 버티는 게 아니라, 즐기는 선교사 생활이 되기를 바랍니다.
▲ 끝으로 한국의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세요.
– 제가 이곳에서 예기치 않은 자연재해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걱정을 많이 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게벳이 갓난아이 모세를 강가에 띄우는 마음으로 나의 참 주인이시고 부모이신 하나님 손에 저의 삶을 드렸음을 보여주셨습니다. 믿음의 흔들림 없이 하나님께서 나의 삶을 책임지시게 하도록 도와주신 부모님 정말 감사합니다. 곧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사랑하고 많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