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일상이 되어 버린 사회에서 살아가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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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불안은 닥쳐올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지만 과도한 불안은 우리의 삶뿐 아니라 우리의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과도한 통제 욕구로 인해 잔소리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불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인 전염병과 사회적인 참사 그리고 이로 인해 뒤따라오는 경제 위기는 우리의 삶을 더욱 불안하고 힘들게 한다. 지난해 발생한 이태원 할러윈 사건은 온 국민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좁은 땅덩어리에 많은 사람이 밀집해 살아가는 데 익숙하다. 그동안 도심의 지하철과 규모가 큰 공연장, 스포츠 이벤트 현장에서 움직일 틈도 없이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을 어렵지 않게 보았다. 하지만 이태원 10·29 참사 이후 우리에게는 많은 사람이 밀려드는 지하철이나 대규모 집회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내에 나간 가족들이 연락이 되지 않으면 무슨 사고가 났을까 하는 불안이 엄습해 오기도 한다.

불안은 통제로 향한다
이런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안으로 인해 통제를 강화하려는 욕구로 이어지게 된다. 모든 상황이 자신의 통제 아래 있지 않다고 생각이 들 때면 불안이 밀려오게 된다. 불안 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여 그 말과 행동 가운데 모순을 가지기 쉽다. 아래에 등장하는 K 씨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 준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K 씨는 딸아이가 늦게 들어올 때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이렇게 늦게 들어오느냐”며 잔소리를 쏟아붓곤 했다. 학교 수업에 학원까지 다녀야 했던 K 씨의 딸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간다. 그 후 독서실에 가서 밤늦게까지 숙제과 공부를 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K 씨는 이런 자녀가 걱정되어 잔소리로 딸아이를 통제하려 했다.
   K 씨의 딸은 이런 엄마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은 성적을 내라며 잔소리를 했던 엄마가 이제는 오히려 늦게 들어온다며 타박을 해 댔기 때문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면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오면 늦게 들어온다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어머니와 자주 다투게 되었다. 이들의 갈등은 학교 시험을 끝낸 딸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롯데월드를 놀러 간다고 했을 때 정점에 달하게 되었다.
   K 씨는 자녀에게 이중 메시지(Double Message)를 전달하면서 자녀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과 밖에서 잘못될 것에 대한 염려가 공존하면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사회적으로 발생한 대참사가 그녀의 불안을 자극시켜 자녀를 더욱 구속하려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불안을 들여다보자
사실 K 씨는 안정된 가정에서 양육받지 못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허름한 집에 살면서 “집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늘 불안했다. 잠을 자면서도 집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 무서워했다. 그녀에게 집은 안전하고 포근한 장소도 아니었다. 또한 쉼과 회복의 장소도 아니었다. 때문에 그녀는 어디를 가든 주눅이 들어 억울한 상황 속에서 자신을 잘 돌보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배경을 가진 K 씨는 결혼 이후에도 과도한 걱정과 염려를 가지고 살았다. 이로 인해 그녀는 남편과 자녀들을 통제하려 했다. 그녀는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면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면서 폭풍 같은 잔소리를 쏟아 냈다.
   K 씨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K 씨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상담과 더불어 가족들의 공감과 응원이 절실했다. 가족들은 K 씨의 불안이 통제와 잔소리로 이어질 때 “내 아내(엄마)가 지금 불안해하고 있구나.” 하고 자각하며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적당한 불안은 닥쳐올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지만 과도한 불안은 우리의 삶뿐 아니라 우리의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과도한 통제 욕구로 인해 잔소리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불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김정태
가정 문제 전문 상담사

가정과 건강 2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