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 스님’ 열풍,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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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 스님’이라는 캐릭터로 활동하는 개그맨 윤성호 씨가 목탁을 두드리며 EDM 디제잉을 하고 있다.

요즘 사회적으로, 종교적으로 ‘뉴진 스님’ 열풍이 대단하다. 일각에서는 ‘신드롬’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다. 

‘뉴진 스님’은 개그맨 윤성호 씨의 부캐릭터(본래의 정체성이 아닌, 또다른 모습이나 행동의 인물). 삭발한 헤어스타일로 대중 앞에 섰던 그는 앞서 ‘일진 스님’이라는 캐릭터로 주목받다 아예 지난해 11월 서울 조계사에서 오심 스님을 계사로 수계하고 법명을 받아 ‘뉴진 스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부처님오신날 연등놀이에서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파티 DJ를 맡은 후 화제를 모았다. 이를 계기로 EDM 앨범이자 디지털 싱글인 부처핸섬(Feat.DJ38SUN)을 발표했다. 올 1월에는 <극락왕생>이라는 타이틀의 앨범을 발매했으며, 4월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는 홍보대사로 위촉돼 ‘EDM 불경 리믹스 DJ 네트워킹 파티’에 출연했다. 주최 측 추산 지난해 대비 약 3배 이상 입장객이 늘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극락도 락이다’라는 제목으로 클럽에서나 들을 법한 요란한 음악과 화려한 조명에 맞춰 춤을 추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는 단박에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승려복을 입고 헤드셋을 목에 건채 목탁을 두드리며 디제잉 하는 그의 모습은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빠르게 공유됐고, 젊은 층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초창기에는 한 개그맨의 유튜브 콘텐츠 정도로 가볍게 여기던 사람들도 이제는 제법 달라진 무게감으로 바라본다. 언론들은 “뉴진 스님이 대한민국에 ‘불교 열풍’을 몰고 왔다”라고 앞다퉈 보도한다. 실제로 12일 밤 ‘연등놀이’ 전후로 포털사이트에는 어림잡아 수백 건의 관련 기사가 올라왔다. 평소 같으면 가십에 그쳤을 소식도 비중 있게 다룬다. 

연예인에게는 문턱 높기로 유명한 방송사 메인뉴스 인터뷰에도 연일 초대된다. <로이터통신> <타임> 등 외신 매체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언론은 “불교에 대한 해묵은 틀이 깨지고 벽이 허물어졌다”고 평가하며 한 사람을 통해 특정 종교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진 이 ‘현상’을 눈여겨봤다. 


‘뉴진 스님’ 열풍,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뉴진 스님’을 향한 환호는 비단 불교계뿐 아니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비롯해 스포츠 경기장, 기업 행사 등 사회 각계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대만, 홍콩 등 해외에서도 초청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종교를 희화화하고 경박하다는 비판도 들려온다. 일부에서는 그의 행동을 종교에 대한 무례이자 모욕이라고 지적한다. 이달 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 클럽에서 승려복을 입고 공연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 영상 등을 통해 퍼지자 현지에서는 입국 반대 요구가 잇따르는 등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교통부장관 등을 지낸 위 카 시옹 의원은 “불교 가치와 가르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따가운 눈총을 보냈으며, 말레이시아 청년불자협회(YBAM)는 “유흥 장소에서 승려를 흉내 내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공연 금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다. 불교를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는 이도 적잖다. 김종연 전 바른불교재가모임 사무국장은 자신의 SNS에 “불교가 무거워서도 안 되지만 가볍게 취급당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9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전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스님들이 너무 엄숙하고 경건하고 무겁다고 보는 젊은이가 많다”면서 “그런 고정관념을 내려놓게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다가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첨병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고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뉴진 스님’ 열풍,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처럼 다소 낯설고 이례적인 현상의 중심에는 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가 있다. 실제로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공연장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MZ 세대였다. 관계자들은 “박람회 참석자 80%가 20~30대 젊은이였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문화평론가들은 “젊은 층 사이에서 불교가 ‘힙’(트렌드를 알거나 따른다는 뜻의 유행어)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불교를 향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라며 “기존의 틀을 깬 파격적인 접근이 요즘 세대에게 낯섦의 재미를 제공한 것이 인기의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한 마디로 ‘취향 저격’이라는 것이다. “뉴진 스님이 MZ 세대를 사로잡았다” “MZ 세대 불교로 끌어온 뉴진 스님” “뉴진 스님이 MZ 세대의 아이콘”이라는 말을 그리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불교를 남녀노소에게 거부감 없이 알렸다는 평가와 함께 대중이 불교의 포용적 교리와 메시지에 공감하며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했다며 반색하는 이들도 있다. 불교계는 특히 침체했던 한국 불교가 새로운 활력을 얻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 

나아가 MZ 세대를 미래지향적 포교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도 구체화하고 있다. 불교계는 젊은 세대의 관심과 요구에 귀 기울이며 시대에 맞는 변화와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올해 부처님오신날 주요 행사를 젊은 세대의 관심사에 불교 문화를 접목하고, 불교가 규율의 유연성을 지닌 종교임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뉴진 스님’ 열풍,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뉴진 스님’ 열풍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나

그렇다면, 우리는 이 같은 ‘뉴진 스님’ 열풍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할까. 

봉원영 교수(삼육대 신학과)는 “이를 바라보는 시각과 의견은 기독교 안에서도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이는 어떤 의미에서 종교가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진화와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전통적 불교의 ‘형식’과 현대문화의 혁신적 요소가 만나 결합과 융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봉 교수는 “젊은 세대의 반응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전통적으로 종교는 엄숙하고 경건한 것으로 인식돼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종교행사나 활동에 참여하기를 꺼려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형식의 문화가 그들의 관심을 돌려놓았다”고 주목했다. 

이어 “이것이 분명 종교적 가치와 교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종교적 신념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사례로 볼 수 있겠지만, 이런 시도가 종교의 전통적 가치의 훼손인지 아니면 적절한 현대적 적응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과연 이런 시도들이 종교의 경건함과 엄숙함을 해치지 않으면서 이와 동시에 대중적 관심과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제기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뉴진 스님’ 열풍,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백숭기 박사(종교학)는 “이전까지 종교 패러디나 종교인을 개그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는 대부분 해당 종교를 풍자하거나 희화화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래서 종교 개그가 방송으로 나오면 해당 종단이나 교단은 불편한 내색을 보이거나 심한 경우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법적으로 대응해왔다”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여기에는 정치와 달리 종교가 오랫동안 금단의 영역 혹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윤성호 씨의 코스프레는 ‘인간적인 것치고 낯선 것이 없다’(Homo sum, humani nihil a me alienum puto)는 격언처럼 종교 역시 다른 사회 문화 영역과 마찬가지로 찬양과 동시에 똑같은 비판도 받아야 하는 영역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게 아닌가 싶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동안 국내에서 포교 접점을 찾지 못하고 성장세가 둔화했던 한국 조계종에게 새로운 틈새(niche)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불교계 역시 비판이 아니라 오히려 ‘뉴진 스님’ 현상을 반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