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직 걸을 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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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마라톤을 해 보고 좋았던 점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달리기는 기본적으로 심폐 기능을 향상시켜 주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완화 효과에 아주 좋으며 고혈압, 당뇨 등 전신 건강에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멋진 몸매를 만들어 주는 다이어트 효과까지 좋은 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저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에서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반현권 약사입니다. 저는 올해 50세가 되었지만 40대의 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그 비결을 여러분에게 공개하고자 합니다.
   작년(2020년) 3월 21일, 저의 마라톤 인생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그전까지 마라톤은커녕 달리기 자체를 싫어했던 사람입니다. 100m도 숨차서 한 번에 못 뛰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그간 해 온 운동은 테니스, 배드민턴, 수영 등이었는데 그중 수영을 가장 긴 기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니 수영을 통해 폐활량이 좋아진 것이 마라톤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재작년 말까지도 수영을 하고 있었는데 작년 초에 코로나 사태의 시작으로 수영을 할 수 없게 되었죠. 그래서 걷기나 해 보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뛰는 건 상상도 못했답니다. 마침 강아지를 분양받아 키우기 시작했던 때라 강아지와 함께 집 주변여기저기를 산책 다니며 SNS에 올리고 있었어요. 그때 제 중학교 동창이었던 이태호 코치(부지런 동호회 창립자)가 무심코 댓글 하나를 달았는데 그게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죠.

“너 아직은 걸을 때가 아니니 같이 뛰자!”라는 댓글이었어요.

내가 달리게 된 이유
처음엔 별생각 없이 알았다고 댓글을 달고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이태호 코치와 연락이 닿아서 바로 약속을 잡았고 그날이 바로 3월 21일 오후였어요. 그날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네요. 나가면서도 과연 될까 싶은 상태였거든요.
   남양주시 도농에 있는 왕숙천 트랙에서 만나 몸을 풀고 자세한 폼과 호흡 등의 설명을 듣고 친구와 함께 뛰기 시작했죠. 그야말로 걸음마였습니다. 스피드는 제 생각에 아마도 km당 10분대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느렸습니다.
   최대한 천천히 호흡을 맞춰 가며 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멀리 가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저 스스로 깜짝 놀랐답니다. 100m도 못 뛰던 사람이 2km를 뛰다니! 한 번도 안 쉬고! 그날 2.5km 지점까지 가서 잠시 쉬었다가 돌아왔습니다. 총 5km를 뛴 것이죠. 이것이 제 인생의 첫 장거리 달리기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 기억에 2일 정도 종아리가 땡겼던 기억이 납니다. 평생 안 뛰다 뛰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죠. 그것마저도 이 코치는 당연한 것이고 근육이 단련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해 주었던 게 기억나네요.
   주중에 한 번 정도 저 혼자 뛰었는데 5km 정도를 뛰다 걷다를 반복해 가며 뛰는 거리를 조금씩 늘렸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그다음 주에 이 코치를 만나서 한 7km 정도를 뛰어 볼까 하고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10km를 바로 완주했어요. 러닝 시작 한 주 만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주간 10km를 뛰다가 4월 19일, 15km에 도전해서 성공했습니다. 한 달 만이었어요. 그리고 그다음 주인 4월 26일 ‘부지런’이라고 하는 마라톤 클럽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클럽을 만들어 주말마다 함께 뛰니 서로 격려도 되고 함께 뛰니 힘도 되고 너무 좋았어요.
   이 클럽은 매주 일요일 아침에 왕숙천에서 모이는데 모일 때마다 기본 10km씩 뜁니다.
   때에 따라 15~20km씩 뛰기도 합니다. 그리고 평일에 1~2회 혼자 집 부근에서 5km 정도를 뛰었습니다. 클럽에서 ‘투데이런’이란 것을 도입하였는데 매일매일 본인이 뛴 거리와 누적 거리를 밴드에 입력하는 시스템이었어요. 내가 뛰고 있는 거리를 한 달간 체크해 가며 뛸 수 있었고 그리고 그달에 가장 열심히 뛴 회원에게는 달리미라고 해서 선물까지 주어 동기 부여를 강화했습니다.

본격적인 달리기 훈련 방법
11월 15일, 드디어 제 인생 첫 번째 마라톤 대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손기정 기념 마라톤 대회였죠. 물론 비대면이긴 했지만 제 인생 첫 번째 공식적인 대회였기에 절대 잊을 수 없어요. 그날 하프 대회(22.1km)에 출전했는데 제 기록은 2시간 51분이었습니다. 대회를 출전하면서 스마트 워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마라톤 전문 시계를 구입했습니다. 달리면서 실시간으로 본인의 러닝 페이스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달리기에 푹 빠져 갈 무렵 한 가지 중대한 위기가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바로 무릎 통증이었어요. 마라톤을 하면서 겪게 되는 가장 큰 위기가 바로 이것인데 저는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제가 약사이기에 관절에 좋은 약을 복용했습니다. 그리고 무릎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신발도 무릎 부상 방지 전용 러닝화로 교체했습니다. 테이핑도 해 보고 무릎 보호대도 착용해 보았습니다. 지금 열거한 모든 것이무릎 부상 방지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올바른 러닝 자세라는 것을 이후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저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런 앤 다이어트 김코치’라는 유튜브 영상이었어요. 육상 선수 출신의 유튜버인 김 코치는 부상을 당하지 않는 러닝 자세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고 제가 테스트해 본 결과 가장 좋은 효과를 거두었기에 잠시 소개해 드립니다.

러닝의 기본 세 가지
러닝은 자세가 정말로 중요합니다. 자세가 잘못되면 무릎, 발바닥, 종아리 등등에 부상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크게 1) 포즈, 2) 낙하, 3) 당기기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우선 포즈는 달기기를 시작하는 자세로서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포즈는 선 상태에서 무릎을 살짝 구부린 자세입니다.
   두 번째 단계 낙하는 첫 번째 자세에서 몸 전체를 앞으로 살짝 기울이는 것입니다. 한번 따라해 보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달리기가 시작되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이 낙하의 힘으로 달리기는 유지되게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가 당기기인데 포즈, 낙하로 인해 출발된 상태에서 발을 뒤가 아닌 위로 가볍게 들어 주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표현해서 뒤꿈치를 엉덩이 쪽에 살짝 붙인다는 느낌으로 위로 당겨 주면 자연스럽게 뒤꿈치가 아닌 발바닥 전체가 바닥에 닿게 됩니다. 이 부분이 무릎의 통증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자세를 유지하면서 몸 전체에 힘을 빼고 가볍게 뛰면 발이 마치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것이 바로 롤링입니다.
   그리고 양발은 11자를 유지하면서 손은 힘을 빼고 손가락을 살짝 벌린 상태로 엄지만 앞으로 향하게 하고 팔꿈치는 살짝 구부린 상태에서 아주 가볍게 앞뒤로 흔들어 주면 좋습니다. 이 자세를 배운 이후 무릎 부상이 완연하게 줄었습니다.

마라톤 초보자가 풀코스를 완주하다
며칠 전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마라톤을 해 보고 좋았던 점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달리기는 기본적으로 심폐 기능을 향상시켜 주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완화 효과에 아주 좋으며 고혈압, 당뇨 등 전신 건강에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멋진 몸매를 만들어 주는 다이어트 효과까지 좋은 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제가 달리기를 시작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가족들과 쇼핑을 갔었는데 얼마 전까지 못 입었던 치수의 바지에 제 몸이 쏙 들어가서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그날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답니다. 물론 그 많은 장점을 다 누리기 위해서는 부상 없이 달릴 수 있는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여러분도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집 밖을 나가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달려 보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잃어버린 청춘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반현권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입니다.

가정과 건강 1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