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은 왜 아픈 걸까?(발과 발목 통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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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을 삐었을 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다친 인대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혈이나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등은 인대의 기능을 염두에 두지 않은 방법으로 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제때에 올바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별 탈 없이 잘 나을 수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발 통증’이라고 치면 무수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좋은 정보도 많지만, 상품 홍보나 광고성 글들과 섞여 옳고 그름이 불분명한 것도 많다. 하나의 증상에 대하여 진단도 다르고 치료도 다양해 과연 무엇이 맞는지 헷갈리게 한다. ‘제 발이 아픈데 도대체 왜 그런가요?’라는 질문에 올바른 설명을 쉽게 해 줄 수는 없을까? 이 글에서는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발 통증의 원인 중에서 발목 염좌,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에 대하여 안내를 드리고자 한다.

1. “운동하다 발목을 삐었어요” – 급성 발목 염좌(Acute Ankle Sprain)
운동하다 다쳐서 병원을 찾게 되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가 발목 염좌이다. ‘염좌(sprain)’란 관절을 지지해 주는 인대가 다쳐서 일부가 찢어진 상태를 말한다. 좀 쉬면 별 탈 없이 나을 거라 쉽게 생각하지만 발목 염좌가 생긴 뒤 많게는 절반 이상이 후유증으로 고생을하게 된다(Kannus P et al.1991.). 발목이 불안정해져 자주 삐거나, 붓고, 통증이 지속되는 등의 문제가 가장 흔하다(Evans GA et al.1984.).
   따라서 발목을 삐었을 때에는 제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잘 회복될 수 있다. 주된 치료법은 보존적 치료이다. 다친 후 초기에는 부종과 통증 감소를 위해 소위 ‘PRICE(Protection-보호, Rest-휴식, Ice-냉찜질, Compression-압박 붕대 감아 주기, Elevation-다친 부위 올려 주기)’를 시행한다. 병원에 내원하면 조기 석고 고정을 하거나 발목 보조기를 이용한 기능적 치료를 시행한다. 전자는 흔히 ‘깁스’라 불리며, 부목 고정을 통해 신속히 관절의 안정을 얻는 방법이고, 후자는 보조기를 신고 걸으며 초기부터 고유 수용 감각 훈련을 하는 방법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얼마나 심하게 삐었는지, 다치고 나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이전부터 발목이 자주 삐었는지, 빨리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지 등을 주치의와 상의하여 치료법을 결정하면 좋겠다.
   발목을 삐었을 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다친 인대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혈이나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등은 인대의 기능을 염두에 두지 않은 방법으로 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제때에 올바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별 탈 없이 잘 나을 수 있다.

2. “뒷꿈치가 아파서 아침에 발 딛기가 힘들어요” – 족저근막염(Plantar Fascitis)
아침에 자고 일어날 때, 오래 앉았다가 일어나 걷기 시작할 때 발뒤꿈치가 아파 절룩거린 적이 있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 뼈로부터 시작하여 앞쪽의 발가락까지 넓게 퍼져 있는 단단한 섬유 조직이다. 그런데 이곳에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염증이 생겨 발뒤꿈치 안쪽에서부터 아파오고, 발바닥의 안쪽 경계를 따라 발바닥 중앙으로 이어지게 아프게 된다.

   오래 서 있거나, 많이 걷거나, 과체중인 중년 이후 연령에서 갑자기 심한 운동을 하는 경우 족저근막에 염증이 잘 생긴다. 이외에도 평발이거나 아킬레스건 혹은 족저근막이 지나치게 팽팽한 경우 그리고 발의 피로가 누적된 경우에 근막에 손상과 염증이 잘 생긴다.
   족저근막염은 조기에 진단을 잘 내리고, 치료받는 것이 중요한데 잘만 하면 비수술적 방법으로 약 8주 이내에 거의 다 회복된다. 치료 방법은 원인에 따라 다양하나, 현재까지 추천하는 치료법으로는 운동 방식의 조절, 스트레칭 및 근력 운동, 발뒤꿈치에 실리콘 패드 착용 등이 있다. 족저근막에 압력이 많이 걸리는 걷기, 등산, 달리기 등은 줄이고, 실내 자전거나 수영 같은 체중이 덜 실리는 운동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첫발을 딛기 전이나 오래 앉았다 일어나기 전에 종아리와 발바닥의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발바닥의 근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발가락으로 수건 등을 당기는 운동도 도움이 된다. 또한 발뒤꿈치에 실리콘 패드를 깔면 충격이 완화되고 족저근막의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밤에 깁스를 감아 밤새 근막이 짧아지는 것을 막거나, 손상된 근막에 체외 충격파 치료(ESWT)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3. “엄지 발가락이 휘면서 붓고 아파요” – 무지외반증(Hallux valgus)
요즘에 볼이 좁고 굽이 높은 구두를 선호하면서 발가락에 문제가 자주 생기는데, 그중에서도 엄지발가락(‘무지’)이 바깥쪽으로 휘면서(‘외반’) 붓고 아프게 되는 ‘무지외반증(Hallux valgus)’이 비교적 흔하다.
   무지외반증은 신발 외에도 유전적 요인과 발의 질병(평발, 전신인대이완증, 류머티스 관절염 등)으로 인해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면서 엄지발가락 관절의 안쪽이 돌출(건막류)되고, 무리한 활동 등으로 염증이 생겨 아프게 되는 질병이다. 변형이 심해지면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아래로 내려가거나, 하중이 발바닥 전체로 고루 분산되지 못하고 두 번째 발가락 관절 발바닥 쪽으로 집중되어 굳은살이나 티눈이 생기게 된다.
   무지외반증의 일차적인 치료는 비수술적 요법인데 변형을 악화시키는 신발, 즉 굽이 높고 볼이 좁은 구두를 피하고, 엄지발가락의 돌출된 안쪽의 자극을 줄여 주는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중요하다. 볼이 넓고, 부드러운 신발을 신는 것 외에도 발가락 사이를 벌려 주어 엄지발가락의 변형을 늦춰 주는 보조기도 있지만 이런 방법으로 발가락 모양이 정상으로 교정되지는 않는다. 비수술적 요법으로 낫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과 변형이 심하거나, 신발을 신기 어려워 일상생활이 힘든 경우에는 수술적인 방법(교정절골술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예기치 못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신중히 결정하면 좋겠다.

우리 몸에서 발만큼 중요하면서도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한 부위가 또 있을까? 약 2,000년 전 모두가 하찮게 여기던 발을, 그것도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인류의 스승 예수는 발을 어루만지며 겸손과 사랑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 주셨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오늘도 좁고 냄새나는 신발 속에서 고생한 나의 발, 배우자의 발, 부모님의 발을 매만지며 마음 깊은 사랑을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

서일우
족부족관절 및 견주관절 전문의, 현 서일우정형외과 원장

가정과 건강 5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