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은 비디오 콘퍼런스(video conference)라 부르는 화상회의 솔루션. 한 번에 최대 100명까지 동시에 참여할 수 있어 직장인들의 회의는 물론 온라인 수업, 이커머스 등 비대면 문화 확산의 중심에 섰다.
특히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사이버 강의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주머(Zoomer)’ ‘줌 유니버시티(Zoom University)’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한국연합회도 최근 이 서비스를 이용해 부장회의를 열거나 기도회를 하고 있다. 일선 지역교회에서는 온라인 소그룹을 운영하기도 한다. 독일, 영국, 헝가리,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 흩어져 있는 성도들은 이 프로그램에 접속해 ‘다국적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시대, 첨단 IT 기술은 오프라인 집회가 중단된 현실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또 다른 모임의 유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중한합회 ACT는 얼마 전부터 ZOOM을 이용해 캠퍼스모임을 열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등교 수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예년 같으면 한창 활발하게 이뤄질 신입생환영회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자칫 위축될 뻔한 대학생선교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캠퍼스 모임 창출로 진화했다.
서중한 ACT교회 김영진 담임목사에게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캠퍼스모임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일상
요즘 코로나19가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시에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자의적이며 동시에 타의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모두에게 찾아온 이 변화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 혹은 대안을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누구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이 갑작스럽게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예기치 않은 상황은 대학생선교회(ACT) 사역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 신입생환영회
2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확산 추세에 들었다. 부득이 대부분의 모임과 행사, 사역을 취소해야 했다. 방학 중 사역이 핵심인 ACT에서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갈등과 고민이 많았다. 지금에 비하면 확진자 수가 많지 않았지만, 초기 대응을 잘해야 할 것 같아 합회의 지침에 따라 모든 활동을 접었다.
ACT사역에서 제일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신입생환영회다. 당초 2월 21일부터 23일까지 사슴의동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목회실과 회장단은 뉴스와 쏟아지는 각종 정보들에 예의주시하며, 추이를 지켜봤다. 신입생환영회가 있던 직전 주만 해도 곧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신천지대구교회를 중심으로 갑작스럽게 코로나 확진자 수가 확증했다.
계획한 일정대로 순서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역에 있던 학생들은 참가를 자제시켰다. 현장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세정제를 비치해 자주 개인소독을 하도록 했다. 다행히 은혜 가운데 신입생환영회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라도 혹여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한동안 신입생환영회에 참석했던 학생들의 경로를 살피며 기도해야 했다. 이것이 올해 서중한 ACT의 첫 번째 사역이자 현재까지 진행한 마지막 오프라인 모임이 되었다.
■ 개강 연기와 비대면 강의
모든 대학의 개강이 연기됐다. 처음에는 2주 정도 생각했다. 하지만 개강은 결국 비대면 강의로 대체됐다. 화상을 통해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는 대학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초유의 사태에 우리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ACT사역은 개강을 하면 한 학기를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의 의미로 개강예배로 시작한다. 그러나 개강예배 날짜도 4월 3일로 연기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이날 예정대로 개강예배를 드릴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3월 중순부터 비대면 강의로 학기를 시작한 상황에서 정작 ACT사역은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기존의 방식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무언가 대책이 필요했다.
■ 새로운 패러다임의 캠퍼스모임
젊은이들이 주로 모이는 서중한 ACT교회는 기존 신앙생활에 대한 – 패러다임에 대한 – 도전정신을 갖고 있었다. 안식일예배가 12시에 시작하고, 동시에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예배를 참석할 수도 있었다. 헌금은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도록 교회 헌금함 위에 QR 코드를 등록했다. 온라인송금을 하는 교인도 많다.
이 모든 게 아주 도전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도전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 대안이 되었다. 그런 정신이 ACT활동에 필요했다. 비대면 강의로 각자의 집에서 새 학기를 시작한 학생들과 할 수 있는 게 없어보였지만,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지도목회자들과 회장단은 먼저 개강이벤트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각자의 비대면 강의 수업 듣는 모습 인증하기!’ ‘비대면 강의로 5행시 짓기’ ‘코로나19로 인해 나는 ___________했다’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서로의 삶과 생각을 공유하고, 코로나19로 생겨날 수 있는 정신적 무력감을 이겨냈다.
이어 본격적인 캠퍼스모임(이하 캠모)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통한 라이브방송과 댓글로 참여하는 캠퍼스모임 혹은 현재 대학들이 활용하는 ZOOM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모임을 진행할 것인지 고민했다. 결국 가장 현실적이고 익숙한 ZOOM을 통해 캠퍼스모임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주 드디어 첫 번째 ‘온라인 캠퍼스모임’을 진행했다. 신입생들은 캠퍼스모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선배들과도 낮선 상황이어서 다소 걱정했지만, 모두 기우였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색다른 맛이 있었다.
■ ZOOM으로 하는 캠퍼스모임의 매력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캠퍼스모임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염려보다는 예상치 못한 반전 매력이 더 많았다. 몇 가지 키워드로 온라인 캠퍼스모임을 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 걱정: 우리가 걱정하는 이유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코로나19가 경험이 없는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경험해보지 못한 온라인 캠퍼스모임이 자못 두려웠던 것이다.
* 익숙함: 젊은 세대에게는 온라인이 익숙해졌다. 일상의 대화보다 때로는 SNS나 메신저로 대화를 더 많이 한다. 그리고 유튜브나 개인방송 혹은 짧은 영상클립을 텔레비전 보다 더 많이 시청하고 활용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온라인에서 만나는 젊은 세대들은 단절이나 거리감보다는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 편안함: 집이나 자신이 편한 곳에서 어느 곳에서든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직접 만나서 함께 먹고, 이야기하고, 놀 수는 없지만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좀 더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캠퍼스모임을 진행했다. 다들 적극적이고 또한 열린 마음이 된 것 같았다.
* 색다름: 새로운 것은 때론 두려움과 어색함을 주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주는 분위기 전환이 있다. 오프라인으로만 만나던 캠퍼스모임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방식의 전환은 매우 색다르면서도 설렘을 가져다 주었다.
* 그리움: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세상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얼굴을 직접 보고 숨결을 느끼는 원래의 캠퍼스모임을 더욱 그리워하고 있었다.
■ 변화를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ZOOM으로 하는 캠퍼스모임 즉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신앙활동(예배, 소그룹, 제자훈련 등등)에 대해 소개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결코 빠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움츠려 있고, 종교계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동적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넋을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적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가만히 주저앉아 있지 말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어색함보다는 설렘으로 도전하는 시도들이 필요했다. 이런 도전은 때론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확률이 크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적어도 이 시대의 청춘들이 모인 서중한 ACT는 끊임없이 시대를 읽고, 복음의 옷을 입혀 세상에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