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의 미학

20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유엔은 매년 140여 개국을 대상으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WHR)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는 다양한 국가의 행복 지수를 측정하기 위해 다음의 6가지 지표를 사용한다.

* GDP(국내 총생산):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
* 건강 기대 수명: 국민들이 평균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명
* 사회적 지지: 주거, 의료, 교육, 사회 복지 등의 사회적 지원
* 삶에서의 선택의 자유: 삶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정도
* 관대함: 다른 사람들에게 자원과 시간을 나누거나 기여하는 정도
* 부패 인식 정도: 국가 내부의 부패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

핀란드는 6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며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되고 있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은 북유럽 국가가 주로 10위 권 내에 위치하고 있다. 핀란드는 주택 임대 보조금, 유급 휴가, 육아 휴직, 교육비 무료, 의료비 무료 등의 사회적 제도로 인해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원할 때는 언제든지 공부할 수 있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 이러한 제도들과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삶을 살펴볼 때 세 가지 특징에 주목하게 된다.

행복한 나라들의 세 가지 특징
첫째, 높은 워라밸이다. ‘워라밸’은 ‘work-life balance’의 합성어로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여가 활동과 휴식은 북유럽 국가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지역의 국가들은 넉넉한 휴가 기간을 통해 충분한 여가를 즐기고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시하여 육아 휴직 제도가 잘 보장되어 있다. 시간을 분배하여 여가 시간, 자기 개발과 취미 활동, 가족과의 소통을 균형 있게 유지하며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것이 삶의 만족도를 높여 준다. 2021년에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가 세계 최고 워라밸 도시로 선정되었으며, 2022년에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2023년에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이 선정됐다. 이처럼 자기 관리와 휴식을 중시하는 북유럽 국가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시며 운동을 포함한 개인적인 관심사를 즐기고 자연과 소통하고 문화생활을 하면서 균형 있는 삶을 이루어 간다.
   둘째, 자연과의 교감이다. 북유럽은 자연 친화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 준다. 스웨덴은 숲 놀이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오감 교육을 한다. 핀란드는 숲이나 산책로에 소시지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장소가 준비되어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중요시하며, 자연 속에서의 활동을 통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재충전한다. 아이들은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하는 것이 즐거워서 숲을 찾고 나중에는 자연 그 자체가 좋아서 숲을 찾는다고 한다. 자연에서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은 마음을 차분하고 편안하게해 주며 바람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나뭇잎의 소리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내적 안정을 찾게 해 준다. 또한 자연에서의 시간은 디지털 디톡스 효과도 가져와 온라인 정보의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고 정신적인 여유를 통해 몸과 마음이 휴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셋째, 사람들 간의 밀접한 관계이다. 소중한 관계의 네트워크는 북유럽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지니며, 삶을 보다 풍요롭고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 준다. 가족, 친구 그리고 소중한 이들과의 유대는 안정감과 지지를 제공한다. 이러한 소중한 만남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극복하며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함으로써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자신의 감정과 의견에 대한 존중을 받으며 자아 존중감이 높아지고 또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소중하게 여기고 보살핌을 받으며 내적 안정과 행복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부정적인 생각이 타인과의 연결과 지지 속에 긍정적 생각으로 바뀌고 균형을 잡기도 한다.
   이와 같이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워라밸, 자연 중심의 삶, 타인과의 연결과 지지 속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며 높은 만족도를 느낀다. 우리의 삶 속에는 종종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인 것이 많고 긍정적인 것들이 적을 때 번아웃(신체적, 정신적 탈진 상태)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여가 활동, 타인의 지지를 통해 긍정적인 면들을 충분히 즐기고 삶의 균형을 찾아가면 회복 탄력성도 높아지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 이와 같은 가치가 반영된 몇 가지 문화도 이 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문화
먼저 ‘사우나’는 나무로 만들어진 따스하고 포근한 공간에서 증기를 이용하는 북유럽의 전통적인 목욕 시설로 핀란드인들에게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휴식과 추억의 공간이다. 사우나는 추운 북유럽 지역에서 따듯함을 제공하며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락한 장소이다. 또한 근육 이완과 스트레스 해소, 혈액 순환과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된다. 550만 인구가 사는 핀란드에 230만 개의 사우나가 있다는 것만 봐도 사우나에 대한 핀란드인들의 특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휘게(Hygge)’라는 개념이 있다. ‘휘게’는 덴마크어로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것’을 뜻한다. ‘휘게’의 의미는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편안하고 즐거운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다. 초콜릿과 차를 즐기는 시간, 책을 읽거나 촛불을 밝히는 것, 함께 먹는 저녁 식사, 자연 속에서의 휴식 등이 있다. 휘게를 생각하니 한국의 모닥불이 떠오른다. 모닥불 주변에 함께 둘러앉아 따스한 불 옆에서 음식을 구워 먹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휘게 역시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이 특징이다.
   핀란드의 사우나와 덴마크의 휘게 등 일상 속에서의 작은 즐거움과 만족은 우리의 행복한 삶에 큰 도움을 준다. 바쁜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거나, 좋은 음악을 듣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의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우리는 행복과 만족을 느낄 수 있다. 핀란드인들처럼 한 달의 여름휴가를 가기는 어렵겠지만 일상 속에서 워라밸의 균형을 찾아 잔잔한 호수, 아늑한 촛불, 따스한 모닥불, 구워 먹을 음식들, 함께 부르는 노래 속에서 만족스러운 휴식을 취한다면 이것이 행복의 모습이 아닐까?

열심히 일한 만큼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 아늑한 소통과 관계 속에서 자연의 고요함 속에 찾는 평화로움은 몸과 마음의 치유를 가져다줄 것이다. 오늘의 삶 속에서 핀란드의 사우나처럼, 덴마크의 휘게처럼 내 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찾아보자. 바쁜 일상 속에서도 삶의 여유를 위한 균형을 찾아내면 행복은 가까이에, 우리 일상 속에서 함께 숨 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윤청실
한국연합회 가정봉사부장

2024 가정과 건강 3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