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을 위한 바른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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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공 식용유를 즐기는 한 지방 섭취를 쉽게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방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동물성 지방의 폐해에 대해서 강조했지만 동물성 지방의 섭취 증가 못지않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식물성 지방의 과잉 섭취이다. 가공 식용유에는 적당량을 섭취하도록 식욕을 조절해 주는 영양학적 장치가 없다.

건강하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에 대해 알아 가면서 자유로운 의식 속에 해방되는 몸의 자유 선언과 같다. 음식에 대해 배우고 몸에 대해 알아 가면서 자신을 관찰하며 깨달아 가는 일은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나 정신의 건강을 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먹고 있는 식품으로부터 영양을 흡수하여 우리 몸을 만들고 기능을 유지하며 정신 활동을 영위한다. 식품에는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들이 있고, 우리가 어떤 식품을 먹고 있느냐에 따라 인체 구조와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한 바른 먹거리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영양 성분이 함유되어 있고,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육체는 그러한 식품들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렇다면 건강한 삶을 위한 바른 먹거리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1. 본래의 미각을 찾아 주는 먹거리
보기 좋고 부드럽고 먹기 좋은 음식에 대한 욕구는 과연 본능에 해당하는 것일까? 물론 음식에 대한 심미주의를 중요시하는 풍조는 사회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한 어느 시대에나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음식의 맛과 식감과 보기 좋은 음식들을 감각적으로 따지는 일은 먹고사는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된 이후의 욕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음식을 감각적으로 따지는 일이 기본적인 욕구 차원을 넘어선 문제라고 하더라도 오늘날은 과거보다 음식의 맛을 구분해 내지 못하는 미맹이 늘고 있다. 많은 현대인이 음식 고유의 맛과 향을 모르고 지낸다. 그들이 맛있다고 기억하는 것은 오로지 달고 기름지고 부드럽고 먹기 좋은 것에 불과하다. 즉 지역적인 특색, 전통의 맛, 음식의 고유한 맛과 향이 사라지고 획일화되어 어디서든 똑같은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두고 현대인들은 맛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날 우리 먹거리의 근간을 이루어 온 장류와 같은 기초적인 식품마저 공장의 공산품처럼 생산되어 모든 음식의 맛이 획일화된 채 가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한 음식점의 된장찌개의 맛이 또 다른 음식점의 맛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는 획일화된 가공과 화학조미료의 역할이 크다. 이렇듯이 화학조미료로 맛을 낸 획일화된 맛의 음식들이 맛있다고 즐겨 먹는 현대인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맛을 경험하지 못하므로 미맹자가 될 수밖에 없다.
   화학조미료는 우리의 미각 세포를 완전히 마비시키는데, 혀의 미각 세포를 복구시키기 위해서는 아연이라는 미네랄이 필요하다. 아연이 다량으로 필요한 영양소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소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도정한 음식을 즐기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멀리하는 식습관 때문에 아연의 결핍이 생기는 것이다. 아연이 결핍된 상태에서 계속 화학조미료가 미각 신경을 둔화시킨 상태로 방치하면 사람의 입맛은 오로지 본능과 감각에 의존한 식사만을 즐기게 된다.
   따라서 미맹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도정하지 않고 정제하지 않은 자연식품으로 미각의 균형을 찾아 주고, 씹을 만한 음식들로 천천히 씹어 가며 미각 세포가 다시 깨어나도록 자극을 주는 식습관이 중요하다.

2. 정제하지 않고, 가공하지 않은 먹거리
우리가 즐겨 먹는 참기름과 들기름은 그 어떤 기름보다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 상태의 참기름과 들기름은 비록 색이 둔탁하고, 지저분하게 보이는 침전물이 생기지만 거기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항상화 영양소와 섬유질이 들어 있다. 그리고 자연 상태의 기름은 많이 먹으면 느끼하기 때문에 많이 먹을 수가 없다. 하지만 정제한 가공식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식용류인데 식물 성분에서 오로지 지방만을 뽑아낸 것이므로 열을 가하여 볶거나 튀길수록 그 맛을 더욱 탐닉하게 된다. 많은 현대인이 튀긴 음식들을 즐기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가공 식용유를 즐기는 한 지방 섭취를 쉽게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방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동물성 지방의 폐해에 대해서 강조했지만 동물성 지방의 섭취 증가 못지않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식물성 지방의 과잉 섭취이다. 가공 식용유에는 적당량을 섭취하도록 식욕을 조절해 주는 영양학적 장치가 없다. 그뿐 아니라 가공 과정 중에 강력한 발암 작용을 한다고 알려진 과산화 지질이 만들어지고, 트랜스형 지방산처럼 화학 구조와 성질이 변질된 지방산이 증가된다는 문제점들이 있다.
   식물성 기름의 불포화 지방산은 세포막을 이루는 성분이고 호르몬을 만드는 원료로서, 변질된 기름을 섭취하는 것은 신체의 구조와 기능에 모두 손상을 입히고 만다. 쉽게 산화되고 변질되는 불포화 지방산이 들어 있는 식물성 식품들을 자연 상태로 보관하고 섭취하는 것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정제 가공 식용유보다 참기름이나 들기름같이 재래 방식으로 압착해서 짠 기름이 더 좋고, 참기름이나 들기름보다 참깨와 들깨 그대로를 먹는 것이 더 좋다. 식물성 기름에 들어 있는 필수 지방산의 섭취는 곡식의 씨눈과 참깨, 들깨, 검은깨와 씨앗류, 잣과 땅콩과 호두 같은 견과류로 하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이 원하지 않는 먹거리가 넘쳐 나는 오늘날, 문제가 되는 먹거리를 자주 먹게 되면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의 몸은 본능적으로 제대로 된 먹거리, 우리 몸에 맞는 먹거리를 원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즐기고, 내 몸에 관심을 가지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건강한 삶을 누리는 기쁨을 맛보길 바란다.

정재희
중앙대학교 식품공학 전공, 식생활 교육 지도사

가정과 건강 5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