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루틴이 건강한 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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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생활의 가장 기초가 될 수 있는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여 팬데믹 시대에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 봅시다.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시기를 잘 이겨 내기 위해 건강한 루틴으로 하루를 채워 봅시다. 건강에 좋은 습관들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작된 작년 11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전국 만 15~39세 남녀(이하 MZ세대) 900명을 대상으로 여가 생활에 대한 조사를 시행하였습니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예측할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팬데믹 시대에 MZ세대는 작은 습관(루틴)을 만들어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얻는 성취로 일상의 무기력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MZ세대는 공부·학습, 신체 건강 관리, 취미 배우기 등을 자기 계발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기’와 같이 매일 지키는 습관이나 행동을 ‘루틴(Routine,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순서와 방법을 의미하는 단어,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루틴 만들기가 유행하면서 일상적인 활동에 규칙을 부여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됨.)’이라고 부르면서 응답자의 77.2%가 매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루틴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습관 일기를 쓰거나, 주변에 자신의 루틴을 공유하고, 관련 앱을 이용하는 등 자신만의 루틴을 꾸준히 이어 나가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50.6%)가 ‘나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루틴을 지킨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건강할까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매일 술을 마시고 규칙적으로 담배를 피운다면 건강할 수 없습니다. 건강한 습관을 루틴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하루 24시간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생활 습관 중 하나인 수면을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하루 6~8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생활 습관입니다. 짧은 수면 시간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로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이면 고혈압, 당뇨, 심장 동맥 질환, 뇌졸중, 비만과 같은 질환이 잘 생깁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면 시간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짧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렇다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지 않더라도 ‘하루 7시간’의 수면 시간만 채운다면 건강엔 문제가 없을까요? 수면의 양은 충분하지만, 취침 시간이 날마다 달라지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과연 규칙적인 시간에 잠자리에 눕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까요?

잘 알려진 것처럼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질환을 관리하고 금연, 적절한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과 같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실천하는 것은 심혈관 질환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심혈관 질환이 없는 약 2,000명의 참가자에게 스마트 워치와 같은 휴대용 장치인 활동 추적기(actigraphy)를 착용하게 하여 7일간의 취침 시간, 기상 시간 등 수면 습관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였습니다. 그리고 대략 5년 정도 이들을 추적하였는데 그중 111명의 참가자에게서 심혈관 질환이 발생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의 수면의 양과 취침 시간 변동성이 클수록 복부 비만이 증가했고 공복 혈당은 높았으며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는 낮았고, 이 3가지는 모두 대사 증후군의 위험을 높였습니다. 이는 혈관 건강이 나빠지는 동맥 경화증의 발생 위험을 높이게 됩니다. 또한 가장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가진 참가자에 비해 가장 불규칙한 수면 습관을 가진 참가자[수면의 양이 2시간 이상 차이 나거나 수면 개시 시간이 90분 이상 차이 나는 경우]는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것은 심지어 야간 교대 근무자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보다 높은 결과입니다.
   인체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기능과 활동은 자연의 리듬에 따라 조절됩니다. 약 24시간 주기를 가지는 일주기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은 수면과 각성, 체온, 다양한 호르몬의 변화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심혈관계 질환은 새벽 시간에 더 높은 빈도로 발생한다는 오랜 관찰 결과는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과 일주기 생체 리듬이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심혈관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주기 생체 리듬이 잘 유지되어야 합니다. 심장 박동수, 혈압, 혈관벽의 기능을 포함한 거의 모든 주요 심혈관 기능은 생체 리듬에 따라 조절됩니다. 그리고 심장 기능을 직접 조절하는 자율 신경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불규칙 일주기와 수면 부족은 일주기 생체 시계 유전자들인 clock, per2 및 bmal1의 혈관 내 혈전과 심장 근육 세포 재생과 관련된 내피세포 기능 및 혈압에 영향을 주는 것이 실험실에서 확인되었습니다. 불규칙한 일주기 생체 리듬은 유전자 발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일주기 리듬의 핵심 요소인 단백질 CLOCK은 세포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 과정에 직접 관여합니다. DNA에 적힌 유전 정보는 mRNA(messenger RNA, 전령 RNA)로 전사(transcription)되어 세포핵 밖으로 나와 단백질이 되어야만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전사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 CLOCK의 일주기 생체 리듬이 소실되면 간(肝, Liver)의 지방 대사에 문제가 생깁니다. 또한 호르몬 변화에 영향을 줍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기상 시에 급속히 분비되어 수면 상태에서 각성 상태로 전환해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인슐린 분비, 포도당 항상성에 관여하여 당뇨병 발병률을 조절합니다. 그리고 불규칙한 수면은 야식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이로 인해 아침 식사를 거르는 등 체중 증가 및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을 갖게 합니다.
   규칙적인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은 심혈관계 질환 발병을 낮출 뿐 아니라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높입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감소시킵니다. 우울증, 불안 장애, 양극성 장애, 정신 분열증,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와 같은 다양한 정신 질환 치료에 건강한 수면 습관이 권고됩니다. 의사들은 건강한 수면을 위한 지침인 수면 위생(Sleep hygiene)에 따라 수면 습관을 갖도록 교육합니다.
   건강한 생활의 가장 기초가 될 수 있는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여 팬데믹 시대에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 봅시다.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시기를 잘 이겨 내기 위해 건강한 루틴으로 하루를 채워 봅시다. 건강에 좋은 습관들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건강한 루틴 만들기에 도전해 볼까요? 건강 습관 만들기에 도움이 되는 앱을 설치하거나 간단히 펜과 종이를 놓고 어린 시절 그려서 만들던 원형 시간표를 그려 지금 바로 실천 가능한 규칙적인 일정표를 만들어 봅시다. ‘매일 과일·채소 섭취’, ‘하루 30분 유산소 운동’, ‘매일 충분한 물 마시기’, ‘일광욕’, ‘금연’, ‘수면 위생 준수’ 등 건강한 습관으로 채워진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합시다.

수면 위생

  •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도록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아침에 잠이 깨면 바로 일어나도록 합니다. 일어나서 밝은 빛을 쬐면 잠이 깨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낮 시간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합니다. 주로 햇빛이 비치는 시간대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산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취침 직전에는 너무 격렬한 운동을 피해야 하는데, 이는 운동 자체가 자극이 되어 잠들기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 낮잠은 자지 않습니다. 낮잠을 자게 되면 야간에 잠이 잘 오지 않게 됩니다.
  • 커피나 홍차, 녹차, 핫초코, 콜라, 박카스 등 카페인이 든 음료 및 초콜릿 등을 피합니다.
  • 술은 숙면을 취할 수 없게 하여 잠자는 도중에 자주 깨어나게 하므로 마시지 않습니다.
  • 저녁 7시 이후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담배를 피우면 정신적으로 흥분해서 잠들기 힘듭니다.
  • 저녁에 과식을 하지 않습니다. 과식 자체가 자극이 되어 잠들기 힘들어집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따뜻한 우유 한 잔 혹은 치즈 등을 먹는 것은 잠이 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침대는 수면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침대에서 책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 등 다른 일을 하지 않습니다.
  • 잠자리에 누워 10분 정도가 지났는데도 잠이 오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장소로 가서 독서를 하거나 라디오를 듣는 등 비교적 자극이 적은 일을 하다가, 잠이 오면 다시 잠자리에 눕습니다.
  • 잠자리에 들 때나 밤중에 깨어났을 때는 일부러 시계를 보지 않습니다. 시계를 보게 되면 잠을 자지 못한 것에 대해 걱정하게 되고, 걱정을 하게 되면 긴장이 되어 잠이 더 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침실, 화장실, 거실에서 시계를 치우는 것이 좋습니다.

한요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현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임상 강사질병관리청 국가정보포털 총괄운영책임연구원

가정과 건강 11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