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교원의 신규 채용 시 필기시험을 시·도 교육청에 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 사립학교법의 시행을 앞두고, 교계 단체와 기독사학을 중심으로 헌법소원 제기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학교법인 삼육학원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학교법인 삼육학원은 관련 사학법인 연합체와 협력해 헌법소원에 동참했다. 기독교사학 법인들도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헌법소원 제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의 회원(법인) 및 이번 헌법소원의 취지에 뜻을 같이하는 기독사학 법인이 공동으로 구성했다. 헌법소원 주체는 개정 사학법으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받은 당사자로서 권리를 침해받은 자기 관련성과 직접성, 현재성을 충족하는 초.중.고 학교법인으로 규정했다. 이처럼 한국 교회와 기독학교 및 범 기독교학교 단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소원에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39개 학교법인과 100여 개 미션스쿨에 재직하는 361명의 교원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 8336명 등 1만여 명이 공동청구인으로 참여해 힘을 실었다. 여기에 범 종교계 사립학교 및 교단 계통의 학교에서 추가 참여의사를 밝히는 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법무 대리인에는 법무법인 ‘화우’와 ‘로고스’를 선임했다.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정미, 안창호 등 전직 헌법재판관과 이흥락 대표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기독법률가들이 사명의식을 갖고 이끌어 갈 것”이라며 “기독사학의 자주성 구현을 위한 정책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헌법재판 관련 연구원 및 학자들을 전문위원과 연구위원으로 위촉해 소홀함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소장은 기독사학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근 작성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사학법이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건학이념의 구현을 막았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헌법에 보장된 종교교육의 자유가 훼손되는 등 이로 인해 파생될 문제점도 포함했다.
한국연합회 부회장 엄덕현 목사는 이와 관련 “사학법인 연합체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헌법소원에 나서는 동시에 만약 안식일문제 등이 이슈화되면 별도로 법적 대응 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법률전문가들과 정보를 계속 공유하는 등 자문을 받고 있다. 삼육학교의 건학이념 구현과 학교 발전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 정부 당국 실무진에 정책 변화 촉구 … 국민참여 청원도
지난달 20일에는 정부 교육부 실무진과의 접촉도 이뤄졌다. 삼육학원 최승호 중등상임이사와 신종학 처장 등 학교법인 관계자들은 이날 한국연합회 회의실에서 교육부 핵심 인사들과 만나 재림교회와 삼육학교의 입장을 전달하고, 전향적 정책 변화를 요구했다.
최승호 이사는 이 자리에서 재림성도에게 있어 안식일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하며 △채용시험 평일(또는 안식일 일몰 후) 실시 △공립·사립학교 단독 지원 및 사학법인별 지원 △필기시험 위탁채용 의무화 예외 조항 신설 등을 제기했다.
삼육학원이 정부 측에 가장 강력하게 제시한 사항은 채용시험의 평일 시행. 재림교인 응시자의 종교자유와 안식일 성수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다. 학교법인은 이와 관련해 발생하는 비용과 장소, 인력 등은 재림교회가 부담할 수 있다는 뜻을 함께 전달하고, 재림교인들이 안식일 일몰 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제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립·사립학교 단독 지원 및 나아가 법인별로 지원하도록 제안한 것은 재림교인 지원자들을 위한 제안이다. 현행 교사 채용시험은 공립·사립을 가리지 않는다. 시험에 합격할 경우 공립과 사립 중 선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만약 각 법인별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면 재림교인 지원자는 삼육학원에 지원하고, 불교인이라면 불교법인에 지원하면 되기 때문에 현재 각 종립사학의 우려점이 해소되는 것이다.
필기시험 위탁채용 의무화 예외 조항 신설 제안은 현 교육부의 의도대로 교사채용 1차 필기시험을 의무적으로 교육청에 위탁하도록 강제함에 따라 재림교인 교사를 채용하는데 장애가 불가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승호 이사는 “학교법인 삼육학원과 같은 건전사학의 경우, 시험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욱 면밀하게 관리감독을 받는 조건으로 자체 시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라고 배경을 설명하며 “교육감 권한으로 위탁 예외조항에 포함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사립학교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국민참여입법센터 청원도 삼육학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지난해 11월 25일부터 올 1월 4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청원에는 전국의 목회자와 교역자, 학부모 등이 참여해 2600여 건의 의견을 접수했으며, 1만3000여 회의 조회를 기록했다. 성도들은 “종교적 목적으로 설립한 사학에서 교원을 채용하는 경우, 관계 법령에 예외 규정을 신설하도록” 촉구했다.
학교법인 신종학 처장은 “그동안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신 성도들의 적극적인 응원에 힘입어 청원절차가 마무리됐다”며 “함께해 주신 모든 교회와 성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어, 삼육학교가 선지자의 교육을 계속 할 수 있도록 계속 기도와 성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 입법부에도 개정 사학법의 위헌성 지적
입법부와의 접촉 폭도 넓히고 있다. 학교법인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가발전을 위한 사학의 자율성 강화 대토론회’에 참석해 현안을 짚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서는 ‘국가주도 교육과 사학의 자율성 훼손’ ‘훼손된 사학의 자율성 회복 방안’ ‘국가주도 교육의 문제점과 그 대책’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최승호 이사는 이 자리에서 “기독사학은 특별한 건학이념과 교육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했다. 따라서 기독교학교 교육의 자율성과 독자성은 충분히 보장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하고 사학법 개정으로 발생하는 사학에 대한 광범위하고 포괄적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행사를 마친 후에도 조해진 의원(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과 정경희 의원(국회 교육위원회 간사) 등을 만나 사학법 개정안 통과로 빚어진 기독사학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해결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앞서 지난 17일 여당 소속 국회의원을 초청해 열린 정책간담회에서도 신명철 변호사(법무법인 법승)가 “만약 개정 사학법이 예정대로 3월 25일부터 시행된다면 재림교회가 운영하는 학교에 재림교인 교사의 취업이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초래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사립학교 교사채용 필기시험의 평일 시행 보장 등 일정 다양화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한국연합회와 학교법인은 문제의 추이와 변화되는 상황에 따라 주요 일간지를 비롯한 언론매체에 재림교회와 삼육학원의 입장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한 적극적 대응을 계속할 계획이다.
한편,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사학의 존립기반과 정체성을 지속할 수 없다는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에도 지난해 8월 여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해 9월 공포됐다. 교육부가 시행령을 입법화하면, 지방교육청은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