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살랑이는 현수막 사이로 풍선과 만국기가 나부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에 와 있는 것처럼 마음이 설렜다.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행사장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반가운 환영의 표식이 될 것이었다.
햇살을 가리는 천막 아래로는 하늘색 조끼를 단정하게 차려 입은 봉사자와 손님 그리고 이 자리를 격려하기 위해 찾은 다른 교회 성도들의 발걸음으로 온종일 북적였다. 꼬마아이들도 오늘은 의젓하게 한자리를 차지했다. 처음 보는 외국인과도 친숙하게 대화를 나누며 물건을 설명한다. 질 좋은 상품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니 사는 이의 표정에는 만족감이 흐르고, 이 자체가 나눔이고 사랑이니 파는 이에게는 달리 에누리를 붙일 필요가 없다.
호남합회 광주 월곡교회(담임 주민호)가 지난 16일 개최한 ‘외국인을 위한 사랑나눔 바자회’ 현장의 모습이다. 교회 앞마당에서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한 행사에는 인근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주민, 구도자 등 많은 사람이 방문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마련한 바자회는 인근에 외국인노동자가 다수 거주하는 것에 착안했다. 실제로 현장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출신 국가도 네팔, 인도,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등 다양했다.
의류를 비롯해 신발, 식품, 잡화 등 생필품이 선보였다. 판매 가격도 500~3000원 사이로 책정해 누구나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둘 담다 보니 어느새 바구니에 한가득이다. 호기심에 방문한 한국인에게는 ‘1인당 1가지 품목’이라는 구매 제한 규칙을 적용해 행사 취지에 맞게 더 많은 외국인이 상품을 구매하도록 배려했다.
계산대 옆에는 룰렛 게임을 마련해 참여율을 높였다. ‘사랑나눔카드’라고 이름 붙인 신상등록카드를 작성하면 게임판을 돌려 칫솔, 학용품, 간식 등을 선물했다. 이밖에 떡볶이와 파전 등 먹거리를 무료로 제공해 즐거움을 두 배로 했다. 물품은 교회 자체 예산과 성도들의 기부금, 합회 지원금으로 준비했다. 판매대금은 다시 선교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월곡교회는 이번 행사가 외국인 근로자 선교의 분기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주민호 담임목사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 교회 홍보 외에도 지난해 방문한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고 늘어난 것 같다. 등록용으로 작성한 카드를 바탕으로 이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교류해 외국인 선교의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고 밝혔다.
교회 외국인선교부장 최은영 집사는 “언제나 전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참여하겠다는 마음”이라며 이 행사에 동참하는 성도들의 마음을 귀띔했다.
한편, 월곡교회는 ‘한글교실’을 통해 외국인 선교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바자회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등록카드에 한글교실을 열어주길 바란다는 요청이 있었고, 이를 지역사회 봉사 사역에 적용했다. 현재 11명의 외국인이 매주 교회를 찾아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 기초반부터 고급반까지 세 반으로 나눠 진행한다. 교회는 앞으로 외국인 방문 홈스테이, 한국문화 워크숍 등으로 관련 사역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