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께서 그 발과 발가락이 얼마는 토기장이의 진흙이요 얼마는 쇠인 것을 보셨은즉 그 나라가 나누일 것이며… 그 나라가 얼마는 든든하고 얼마는 부서질 만한 것이며 왕께서 쇠와 진흙이 섞인 것을 보셨은즉 그들이 다른 민족과 서로 섞일 것이나 그들이 피차에 합하지 아니함이 쇠와 진흙이 합하지 않음과 같으리이다 이 여러 왕들의 시대에…”(단 2:41~44).
섞이나 합하지 아니하는
여러 왕들의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서로 섞이지만 피차에 합하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나라와 나라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평화를 위한 회의를 하지만 나라 간의 전쟁이 그치지 않습니다. 유엔 총회를 하고 안보리 회의를 하지만 온 세계가 진정으로 하나가 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도 자기 이익을 위해 서로 섞이고 거래를 하지만 진정으로 하나가 되지는 않습니다.
교회에서도 수많은 회의를 하며 화합을 위해 서로 섞이지만 정말로 하나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함께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 결정은 자신이 한 결정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것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서로 완전히 하나 되어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는 모습하고는 전혀 다릅니다. 아버지 하나님, 아들 하나님, 성령 하나님은 서로 존중하면서 진정한 연합을 이루어 만물을 하나 되게 하시려고 하는데, 우리 인간들의 현실의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든든하거나 부서질 만하거나
여러 왕들의 시대의 특징 중 또 다른 하나는 어떤 나라는 든든하지만 어떤 나라는 부서질 만하게 약하다는 것입니다. 다니엘서 2장에 등장하는 신상의 발과 발가락 부분에 해당하는 마지막 시대를 사는 우리는 자기 소견대로 왕처럼 행동하려고 하지만 우리 자신이 든든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든든한 것을 붙잡지 않으면 언제든지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 모두는 불안합니다. 그래서 학벌, 지연, 스펙에 의존하기도 하고, 든든한 금수저를 부러워하며 연을 만들어 보려고도 합니다.
누구는 불안을 실존주의적 몸부림이라고 하지만 그 불안은 부서질 정도로 나약한 존재인 죄인들의 기본적 속성에 불과합니다. 금, 은, 동, 철도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불안은 삶의 한 부분입니다. 흙처럼 연약한 존재는 든든한 철을 붙잡고 버티어 보려고 하지만, 그 든든해 보이는 것이 발가락 시대 곧 세상의 끝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에 그저 불안합니다. 이 불안의 시대에 잠 못 이루는 영혼들이 있다면, 이 밤을 겟세마네의 밤으로, 얍복의 밤으로 지새웠으면 좋겠습니다.
기도) 이 불안의 밤에 평강의 주님을 만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