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환대, 적대인가? 무관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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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과 포스트아모르연구단은 ‘이주민 환대의 어려운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사진 = 기윤실 홈페이지 캡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이주 배경인구가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서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이주민 수는 약 226만 명. 이는 총인구 대비 4.4%에 이른다. 대한민국도 곧 다문화사회로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음을 의미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교계에서도 이주노동자 선교와 다문화 사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선교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환대’보다 ‘차별’이 더 많은 뉴스를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기독교 정치윤리학 관점에서 한국 사회와 교회가 함께 고민해볼 만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포스트아모르연구단이 ‘이주민 환대의 어려운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이주민 환대 세미나가 그것. 행사는 지난 8월 26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렸다.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포스트아모르연구단 연구책임자)는 “주권 국가의 ‘이주민 환대’의 어려운 가능성에 대한 기독교 정치윤리학적 연구 – 한국 보수개신교의 ‘적대’와 ‘무관심’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한국 보수개신교의 이주민을 향한 ‘적대’와 ‘무관심’의 근원을 추적한 그는 “대한민국은 취약한 이주민을 ‘야박한 조건들’로 통제하면서, 세계의 조건적 환대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대표적 이주 ‘악당’ 국가”라고 비판하며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대한민국의 외국인노동자 환대 수준은 여전히 히브리 성서가 가르치는 후한 환대의 기준에 현격히 미달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로가 서로에게 베푸는 ‘삶의 환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주민’이 지금 당장 인간의 나라에 머물 수 있는 권리를 얻어야만 하며, 인간의 나라가 정의라고 우기는 정의는 무조건적 환대를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진 진짜 정의로 계속해서 꾸짖어지고 변화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주민 환대, 적대인가? 무관심인가?

 

지정토론자로 나선 곽호철 교수(연세대, 포스트아모르연구단 연구원)는 ‘한국 교회 타자 환대의 천진난만성과 악의적 타자 배타성’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곽 교수는 앞서 김혜령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 주권 국가가 드러내는 이주민 환대의 불가능성을 한국 보수개신교의 적대와 무관심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동조하고 방관하며 이주민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며, ‘이주민 환대’의 어려운 가능성을 모색한다고 평가했다. 

곽 교수는 “이주민 환대의 어려운 가능성에 대한 한국 보수개신교의 ‘적대’와 ‘무관심’을 주제로 한 이 논문이 여러 층위에서 심도 있게 살펴야 할 신앙적, 정치적, 윤리적 문제들을 일깨워준다. 비단 보수개신교뿐 아니라 개신교 전체가 이주민 환대의 지상명령을 삶과 법으로 구체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김세진 변호사(법무법인 에셀, 기윤실 상집위원)는 ‘이주민·난민 문제에 대한 한국 개신교의 법적·제도적 개선 차원 접근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주제로 토론했다. 난민 권익을 옹호하는 공익법센터에서 약 10년간 활동한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난민반대운동의 선두에 선 단체들이 기독교 단체라는 현실을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또한 “김혜령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 이주민을 환대하는 방향으로 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길이 ‘어려운’ 길임은 분명하지만, 그 길이 막혀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열려 있는 도전할 가치가 있는 길임을 시사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최근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한 위헌 소송에서 기존 법의 부당함을 인식하고, 법 외부의 절대적 정의에 따라 법을 재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이주민이 겪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의 법과 제도를 연구 비판하며 개선하려는 기독시민적 활동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