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서원하여 이르되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창 28:20-21)
돌베게를 기둥으로 세우고 기름을 부어 ‘벧엘’이라 성별한 야곱은 그곳에서 하나님께 서원을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너무나도 감사하니 하나님께 감사의 서원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야곱의 이 서원을 읽다 보면 좀 당혹스럽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대신 야곱이 하나님과 거래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창 28:20-21) 하니, 틀림없는 거래입니다.
야곱의 서원에 따르자면, 하나님이 야곱에게 ‘나의 하나님’(창 28:21)으로 대접을 좀 받으시려면, 야곱의 요구를 들어 주셔야만 합니다. 도망가는 야곱과 함께 하셔서 그 길에서 야곱을 지키셔야 하고 먹을 떡을 주시며 입을 옷을 주실 뿐만 아니라 평안히 다시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셔야만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친히 약속을 하시는데도 감사로 아멘을 하기는 커녕 돌기둥 하나를 세우고는 이제 하나님께 거래를 시도하고 있으니 당혹스럽다 못해 한심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 한심한 야곱의 모습이 혹시 오늘 우리의 모습은 아니던가요? 야곱의 서원에 당혹스러워 하지만 사실은 오늘 우리도 야곱처럼 하나님과 거래를 시도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하나님, 계명에 신실하게 순종하였으니, 복을 주세요!’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켰으니, 하나님, 복에 복을 주세요!’ ‘십일조를 충실하게 구별하여 드렸으니, 하늘
문을 여시사 쌓을 곳이 없도록 복을 부어 주세요!’ 이 철없는 야곱을 하나님은 너그러이 안으십니다. 야곱의 서원대로 하나님은 정말로 도망가는 야곱과 함께 하셔서 그 길에서 야곱을 지키시고 먹을 떡을 주시며 입을 옷을 주시고 이십년 후 마침내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는 것입니다. 야곱을 사랑하시는 탓입니다. 아들을 죽기까지 사랑하시는 아버지이시니 하나님은 야곱이 서원으로 요구하는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다 들어 주시는 것입니다. 하늘 아버지의 끝없는 그 사랑이 철없는 야곱을 마침내 ‘이스라엘’(창 32:28)로 바꿉니다. 죄를 짓고 도망하는 도망자 야곱을 사랑으로 돌보시고 지키시고 이끄시사 얍복 강가에서 마침내 ‘이스라엘’이 되게 하신 것입니다. 이 분이 바로 우리 하나님이시요 이 하나님이 바로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이시니, 오늘 하루도 하늘 우리 아버지 너른 품 안에서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 7:11) 아멘.
* 컨텐츠 제공 : 월간 예수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