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수업 광경이 낯설다. 교사는 헤드셋을 착용하고, 듀얼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교과 내용을 설명한다. 교탁에 세운 삼각대에 웹캠을 설치해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한다.
교실의 책상은 텅 비어있고, 학생들은 텔레비전 수상기 너머에 앉아 있다. 각자 자신의 방에서 컴퓨터로 참여한다. 출석체크도 화상으로 이뤄진다. 2학년 5반과 6반 재학생 50명이 동시 접속했다.
같은 시각. 옆 교실에서는 김기연 선생님이 중학교 1학년 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사는 태블릿PC를 연결해 교과 내용이 담긴 그림파일을 열어 가르치고, 학생들은 모니터를 응시한다. 궁금한 건 채팅창에 질문하거나 답한다. 강의가 계속될수록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이 하나둘 늘었다. 한 학생은 교복을 갖춰 입고 책상에 앉았다. 비록 온라인 수업이지만, 어떤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는지 엿볼 수 있다.
한국삼육중학교(교장 김혜영)의 원격 수업 모습이다. 교사와 학생들은 비디오 콘퍼런스(video conference) ZOOM 프로그램을 연결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이날은 전국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등학교 1·2학년이 온라인으로 개학한 지 이틀째였다. 전국에서 총 312만 여명의 학생이 ‘원격 등교’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며, 접속장애로 차질이 빚어지는 등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졌지만, 이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 두었기 때문이다.
■ 사용자 편의를 고민한 학습 콘텐츠 개발과 활용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발 빠르게 대처한 한국삼육중의 체계적 움직임이 학생들의 불편 및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며 교육계의 칭송을 받았다.
효과적인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클래스팅을 선택하고, 쌍방향 수업에 대비한 ZOOM 프로그램을 사전에 도입 운영했다. 특히 당초 예정했던 3월 2일 개학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되자, 교육 당국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부터 온라인 개학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올해는 전 학년에 걸쳐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의 학습노트를 사전 제작해 배부했고, 온라인에도 탑재해 수업에 활용하며 원격 수업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는 등 수업의 효율을 높였다.
처음 접하는 소프트웨어에 당황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교사들의 역할도 컸다. 이들은 퇴근 후에도 유튜브 영상으로 온라인 교육 활용 팁을 공부하거나 휴일에도 학교에 나와 수업 준비에 열정을 쏟는 등 시스템을 충분히 익혔다. 실제로 기자가 현장을 찾았던 날도 교무실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프로그램 생성 등 자신의 운영 노하우를 동료와 공유하는 교사들의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철저한 수업 준비, 반복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발견되는 문제점을 재빨리 보완하고, 교직원 회의를 거쳐 세부사항을 개선했다. 서로 배우고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교사가 된 것. 아울러 클래스팅 클래스 접속, ZOOM 채팅창을 활용한 출석 점검을 반복적으로 실시하고, 구글 스프레드 시트로 온라인 출석부를 공유했다. 담임교사의 개별 연락 등으로 학생들이 최대한 오프라인 수업 환경과 유사한 시간 활용이 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교육혁신부장 한복영 교사는 “온라인 교육을 준비하면서 힘들고 어렵기도 했지만, 오히려 배움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온라인 교육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며 노력하는 모습에서 우리 학교의 온라인 개학 성공은 일찌감치 예상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3월말부터 한 학년씩 교사들끼리 ZOOM 화상회의로 시뮬레이션을 하며 문제점을 보완했다. 어느 정도 온라인 수업에 대한 자신이 서자 학급별 온라인 조회를 시험가동하며, 이에 대한 사전교육을 실시했다. 이 기간을 통해 학생들은 온라인 개학에 필요한 가정에서의 준비사항을 점검했고, 가정에서는 온라인 개학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부연했다.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 △콘텐츠 활용 수업 △과제수행 수업 등 원격수업의 유형을 적절히 배분해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면서, 교과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 점도 특징이다.
‘실시간 쌍방향형’은 교사와 학생 간 화상 연결로 수업을 진행하고, ‘콘텐츠 활용형’은 EBS 콘텐츠나 교사가 직접 녹화한 동영상을 보고 토론하는 수업방식이다. ‘과제 수행형’은 독후감 등 과제를 내준다. 교사가 자신의 교과와 학교 여건, 학생들의 학년 등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한다. 이 중 두세 가지 유형을 합쳐 진행할 수도 있다.
한국삼육중은 각 수업 단위별로 쌍방향 수업과 콘텐츠 활용 및 과제 수행 수업의 비율을 조정해 장시간 모니터 앞에 노출돼 나타날 수 있는 학생들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교사마다 동영상을 만들거나 수업 콘텐츠를 스스로 제작하는 등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2학년 과학 과목을 담당하는 권혁찬 교사의 경우, 4시간의 수업 중 2시간은 실시간 쌍방향형, 2시간은 콘텐츠 활용형과 과제 수행형을 적절히 활용해 진행하고 있었다.
학교 측의 이 같은 대처에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도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며 안심했다. 3학년 최재령 학생의 어머니 박경옥 씨는 “교실에서 진행하는 현장 수업에 비할 순 없지만 지역 내 다른 학교들에 비해 탄탄히 진행되는 쌍방향 수업은 마치 선생님과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수업이 진행돼 기존 동영상 강의와는 질적으로 차별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박 씨는 “클래스팅을 통한 콘텐츠 학습과 과제 점검을 실시간으로 진행해 길어진 방학으로 인해 우려했던 학습 결손이 조금씩 매워지고 있는 듯 했다. 학교 측에서 사전에 기획 제작 배부해준 학습플래너와 과목별 학습 노트들은 온라인 수업에서 부교재로 활용되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한편, 한국삼육중은 신앙교육 강화를 위한 방편으로도 비디오 콘퍼런스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교목실(교목 이원기)은 안식일예배를 사전 녹화해 유튜브를 통해 설교를 송출하는 등 학생들의 재림신앙 고취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